현대캐피탈은 지난 3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항공과 ‘NH농협 2016~2017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 5차전에서 세트 스코어 3-1로 승리했다.
이로써 시리즈 전적 3승2패가 된 현대캐피탈은 2005~2006, 2006~2007시즌에 이어 V-리그 통산 세 번째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했다. OK저축은행(2회)을 제치고 삼성화재(8회)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우승의 주인공이 됐다.
현대캐피탈의 이번 우승은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V-리그 출범 전부터 한국 배구의 강호로 자리매김했던 현대캐피탈이지만 특히 V-리그 출범 이후에는 ‘라이벌’ 삼성화재에 밀려 ‘2인자’ 설움을 곱씹어야 했다. 최근 들어서는 대한항공과 OK저축은행의 맹렬한 추격에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기도 했다.
이 때문에 2016~2017시즌 챔피언결정전에 나선 현대캐피탈은 여오현 플레잉코치가 코트에 나선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우승을 경험했다. 코칭 스태프와 지원 스태프 역시 극소수의 인원을 제외하고는 챔피언결정전 우승은 그야말로 ‘말로만 듣던 일’이었다.
하지만 현대캐피탈은 지난 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고도 챔피언결정전에서 맛봤던 패배의 아픔을 올 시즌 고스란히 대한항공에 물려줬다. 무려 10년 만에 경험하는 챔피언결정전 우승이다.
최태웅 감독은 결국 ‘스승’을 찾았다. 1차전 패배 후 현대캐피탈에서 V-리그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경험한 유일한 지도자였던 김호철 전 감독에 전화를 걸어 자신의 고민을 털어놨다. 그리고는 2, 4차전을 멋지게 승리하며 마지막 5차전까지 챔피언결정전을 이끌었다.
김호철 전 감독은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평소에도 가끔 통화했는데 최태웅 감독이 1차전을 지고 부담이 컸던 것 같다. 그래서 ‘욕심이 지나치면 화를 일으킨다. (문)성민이를 믿고 후회 없이 경기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현대캐피탈의 응원을 위해 김호철 전 감독은 4차전 현장을 찾아 제자들의 완벽한 승리도 지켜봤다. 김 전 감독은 “경기 전 최태웅 감독을 만나 기를 불어 넣어주며 끝까지 갈 수 있다고 했다”면서 “큰 시합이 되면 모든 것을 혼자 결정해야 하는 감독은 더 외로워진다. 최태웅 감독은 좋은 지도자의 역량을 타고났다”고 제자를 칭찬했다.
현대캐피탈에서 성공과 실패를 모두 경험했던 김호철 전 감독의 조언은 비단 ‘현재’에 그치지 않았다. 김 전 감독은 “지금에 만족하지 말고 팀을 더 튼실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전에는 외국인 선수만 좋으면 우승했지만 이제는 국내 선수의 팀워크가 더 중요하다”면서 “최태웅 감독과 현대캐피탈은 앞으로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본다”고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