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국면에서 시민들과 직접 호흡하며 '사이다' 발언으로 지지층을 늘린 이재명 성남시장은 안 지사와 불과 0.3%(5,984표) 포인트 차의 선전을 펼치며 민주당의 차세대 주자로 급부상했다.
◇ 끝내 인정 못받은 '통합' 진정성…뼈아픈 전략적 실수 '선의발언'
안 지사의 좌절은 보수와 진보, 좌와 우로 나뉜채 수 년을 극단적으로 대립해온 우리 사회의 자화상을 잘 보여준다.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며 출사표를 던졌지만 통합의 메시지보다는 특정 정당,정파에게 선명한 목소리를 내야 지지를 받을 수 있는 현실의 반영이다.
하지만 안 지사가 내걸었던 통합과 대연정의 화두는 우리 사회가 언젠가 풀어야 할 숙제로 남겨져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진정성과 실험 정신은 평가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세대간, 계층간, 지역간, 남북간 갈등을 극복하지 않고는 한 걸음도 나갈 수 없는 막다른 지경에 도달해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경선 직전 전략적 실수는 뼈아프다. 국민으로부터 탄핵 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도 미르.K스포츠 재단은 선의로 시작했을 것이라는 이른바 '선의 발언'은 국민 감정이 용인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섰다.
안 지사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중도 포기에 따른 반사이익을 한 몸에 받다가 이 발언을 계기로 분위기가 급반전, 호남여론의 악화로 이어졌다. 결국 첫 경선지인 호남에서 예상보다 저조한 득표로 출발부터 기선이 꺾여야 했다.
안 지사은 연정 실험을 잠시 접고 경선 내내 대연정으로 자신을 공격한 문재인 후보와 한 팀이 돼 정권교체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3일 최종 경선결과 발표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정권교체와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가 현직 지사임을 감안하면 선출직 공무원이라고 하더라도 대선 국면에서 직접적인 선거운동을 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향후 정치적 행보와 관련해서는 도지사 3선에 도전할 지, 중앙무대에 진출할 지 선택의 문제가 남아 있다.
중앙정치무대에 진입할 경우 서울의 상징적인 지역구를 선택해 여의도에 입성한 뒤 민주당의 유력한 주자로서의 행보를 이어가는 방향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잠시 접지만 끝나지 않은 소년공 이재명의 꿈
학교 대신 시계공장에서 일해야 했던 소년공에서 변호사로, 시민운동가로, 시장으로...변신에 변신, 도전에 도전을 거듭하던 이재명 시장의 대선이라는 '무한도전'은 일시 중단됐다.
탄핵 직후 20%까지 육박했던 이 시장의 대선후보 지지율이 빠지면서 그에게 쏠렸던 관심이 자유한국당 의원들도 좋아하는 안희정 충남지사에게 쏠렸지만 낙심하지 않고 자신의 꿈을 얘기했다.
이 시장은 이날 마지막 연설에서도 "공평한 기회와 공정한 경쟁 속에 자신의 몫을 누리며, 폭력과 억압에 시달리지 않고 존중하며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꿈을 놓지 않았다.
'사이다 발언'의 주인공답게 경선내내 이시장의 발언은 국민들의 답답함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청량제였다. 이 때문에 온라인에서 그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손가락 혁명군'도 만들어졌지만 단기필마로 뛰어든 대선판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이 시장도 이런 사실을 인정한 듯 경선이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나 "문 후보에게 축하드리고, 최선을 다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과반을 저지했으면 좋았겠지만, 대세가 너무 강해 아쉽다"고 말했다.
경선 과정에서 문재인 후보와 안희정 지사를 향해 날카로운 공세를 퍼부었지만 "우리는 경쟁한 것이지 전쟁한 것이 아니라서 작은 상처를 이른 시일 안에 치유하고 팀원으로서 같은 길을 가게 되길 바란다"고 '쿨'한 태도를 보이면서 정권교체를 위해 힘쓰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 시장은 지지자들에게 "첫 전투에서 졌지만 거대한 전쟁이 남아 있다. 더 큰, 제대로 된 전쟁을 준비하자"며 "진정한 대리인이자 공복의 길을 뚜벅뚜벅 초심으로 가겠다"고 말했는데 대선을 향한 도전이 끝나지 않았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안희정 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은 이번 경선을 통해 민주당이 확실한 차세대 주자로 자리매김 했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후보는 후보 수락연설에서 "저의 영원한 정치적 동지로 남기를 소망한다"며 "미래의 지도자로 더 커갈 수 있도록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