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은 3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6~2017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현대캐피탈에 세트 스코어 1-3(26-24 25-27 22-25 20-25)으로 무릎 꿇었다.
정규리그를 1위로 마친 대한항공은 플레이오프를 거치고 올라온 현대캐피탈과 챔피언결정전 최종전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지만 끝내 우승 트로피를 차지하는 데 실패했다.
대한항공은 매 시즌 우승 후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유독 우승 트로피와는 연을 맺지 못했다. 2010~2011시즌 창단 첫 챔피언결정전에 올랐지만 삼성화재에 내리 4연패를 당하며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악몽은 다음 시즌에도 계속됐다. 2011~2012시즌 플레이오프를 뚫고 다시 한 번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노렸지만 또다시 삼성화재의 벽에 막혀 고개를 떨궜다. 2012~2013시즌에도 대한항공은 삼성화재에 이어 준우승에 그쳤다. 3시즌 연속 준우승에 머물자 대한항공에는 '만년 우승 후보'라는 딱지가 붙었다.
올 시즌은 반드시 우승의 한을 풀겠다는 의지가 가득했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우승 청부사' 박기원 감독을 데려오며 팀 체질 개선에 나섰다. 운도 따랐다.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에서 14%의 확률을 뚫고 1순위 지명권을 얻어 최대어로 평가받은 밋차 가스파리니를 데려오는 성과도 거뒀다.
단단해진 대한항공은 시즌 내내 고공비행을 이어갔고 2010~2011시즌 이후 6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는 경사를 맞았다.
그러나 기세를 챔피언결정전까지 끌고 가지 못했다. 1차전을 승리로 장식한 대한항공은 2차전에서도 세트 스코어 2-0으로 앞서며 우승에 한 걸을 다가서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거짓말처럼 3~5세트를 내주고 시리즈 전적 1승1패를 기록했다.
충격적인 역전패에 분위기는 현대캐피탈로 넘어갔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3~4차전에서 1승1패의 성적을 거두고 최종전이 열리는 인천 계양체육관으로 돌아왔다.
안방에서 강했던 대한항공이기에 우승 전망도 밝았다. 대한항공은 정규리그 홈 경기에서 15승3패 승률 83%를 기록했다. 웬만해선 홈에서 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날 역시 초반부터 현대캐피탈을 강하게 압박했다. 2차전 같은 역전패는 당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가득했다.
하지만 대한항공의 계획은 2세트부터 틀어지기 시작했다. 듀스 접전 끝에 2세트를 내준 대한항공은 속절없이 무너졌다. 3세트와 4세트를 내리 내주고 결국 안방에서 현대캐피탈의 우승 세리머니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