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문 후보 입장에서는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를 놓고 각을 세웠던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 지지자들의 표심을 어떻게 끌어안을지가 급선무로 남게됐다.
당 경선이었던 만큼 서로를 향한 정책 검증은 불가피했고 앞으로는 본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원 팀'으로 힘을 합치자는 기대감이 높지만, 치열했던 '총질' 만큼이나 상처도 깊게 패였다.
민주당은 지난해말 불거진 '최순실 게이트'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국면 등으로 정권교체 요구가 커지면서 어느 당보다도 먼저 경선에 돌입했다.
하지만 적폐청산과 통합의 리더십, 법인세 현실화 등을 놓고 문 후보와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이 거세게 맞부딪쳤다.
"친재벌 후보 아니냐", "동지들끼리 네거티브를 자제하라", "타인을 얼마나 질겁하게 만들고 정떨어지게 하는지 아는가" 등 후보들의 날선 공방은 지지층 간의 내홍으로 이어졌다.
당 선관위가 11차례 준비한 합동 방송토론회가 열릴 때마다 각 후보 지지자들은 실시간 댓글을 달며 과거 보혁(保革) 갈등을 넘나드는 분열의 언어로 상대 후보를 할퀴고 난도질했다.
급기야 일부에서는 자유한국당 지지자들이 민주당에 위장전입해 경선을 망가뜨리고 있다는 공작론까지 제기할 정도였다.
문 후보는 이날 최종 후보 수락연설을 통해 "안희정 동지에게서 당당하게 소신을 주장하고 평가받는 참된 정치인의 자세를 보았고, 이재명 후보에게서는 뜨거운 열정과 패기를 배웠다"며 "그동안 어느 캠프에 있었든 누구를 지지했든 이제부터 우리는 하나다. 함께 할 때 우리는 강하다"며 '원팀'을 강조했다.
치열했던 경선을 뒤로하고 이제는 민주당의 이름으로 정권교체에 나서자는 메시지를 던지면서 안 지사와 이 시장 지지층에게도 적극적으로 손을 내민 셈이다.
최종 후보 선출에는 실패했지만 안 지사는 경선과정 내내 30년 정당정치 외길을 강조했고, 이 시장 역시 적폐청산 필요성에 있어서는 문 후보와 궤를 같이 한 만큼 정권교체에 적극 힘을 합칠 것으로 보인다.
안 지사는 최종 후보 선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먼저 승리한 문 후보님께 축하의 말씀을 올린다. 우리 민주당의 정권교체와 승리를 위해 힘을 모으겠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 시장 역시 "국민의 열망을 담아 민주당 중심의 정권교체를 위해 당원으로서 몫을 다하겠다"며 "우리는 하나의 팀으로 각자의 포지션을 정하는 경쟁을 한 것이지 전쟁 한 게 아니다. 작은 상처를 치유하고 팀원으로서 같은 길을 가야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경선을 거치면서 두 사람 모두 차기 대선이나 지방선거 등 향후 민주당 자산으로 성장 잠재력이 큰 만큼, 문 후보의 대선 본선을 위해 함께 힘을 모을 수 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이날 CBS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안 지사와 이 시장은 지지층의 향방이 다소 유동적이더라도 다음 정치를 위해서는 문재인 후보에게 협조해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안 지사는 이번 경선을 통해 차기 대권주자로 우뚝 섰고, 이 시장도 적폐청산이라는 선명성으로 어필했다"면서 "두 사람 모두 이번 경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주가를 올렸다"고 평가했다.
다만 두 사람의 지지층 대부분이 곧바로 문 후보쪽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전망은 다소 섣부르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정치컨설팅업체 '더모아'의 윤태곤 정치분석실장은 "안 지사 지지층은 확장력 때문에 최근에 들어온 사람이 많고 이는 반대로 얘기하면 후보 입장에서는 지지층에 대한 장악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안 지사 지지층에는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자 말고도 대연정과 선의 발언으로 중도보수층까지 들어와 있었던 만큼, 상당수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쪽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 교수는 "전체 지지층 중 민주당 외곽에서 안 지사를 지지한 절반 정도가 안철수 전 대표쪽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이 시장 지지자 가운데 상당수는 "우리는 이재명 시장을 지지하는 것이지 민주당을 지지하는 게 아니"라며 문 후보와 거리를 둬왔지만 정권교체와 적폐청산의 현실적 목표를 위해 일부만 정의당으로 이동하고 대부분 문 후보를 지지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