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은 3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6~2017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대한항공을 세트 스코어 3-1(24-26 27-25 25-22 25-20)로 꺾고 적지에서 우승 축포를 터트렸다.
10년만의 우승이다. 현대캐피탈은 2005~2006, 2006~2007시즌 우승 이후 챔피언 타이틀을 따내지 못했다. 이후 5차례나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지만 모두 준우승에 그쳤다. V-리그 출범 원년인 2005년 기록까지 포함하면 통산 6번으로 '최다 준우승' 기록이다.
지난 시즌에는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하고도 로버트 랜디 시몬이 버틴 OK저축은행에 허무하게 무너져 챔피언 등극에 실패했다. 그러나 더는 무너지지 않았다. 대한항공의 안방에서 열린 5차전이었지만 현대캐피탈은 전혀 주눅들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로 상대를 압박했고 결국 원하는 최상의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우승까지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현대캐피탈은 외국인 트라이아웃에서 수비 보강을 위해 톤 랭크벨트를 뽑았지만 원하는 그림은 그려지지 않았다. 결국 시즌 후반 외국인 선수 교체를 단행했다.
주전 세터 노재욱의 부상도 팀의 걱정거리였다. 노재욱은 시즌 내내 허리 부상을 완전히 털어내지 못했다. 3라운드 막판에는 경기에 나서지 못할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다. 이승원 카드가 있었지만 노재욱의 빈자리를 채우기에는 다소 무게감이 떨어졌다.
최태웅 감독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해법을 찾았다. 버릴 부분은 과감히 버리고 장점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팀을 이끌었다. 외국인 선수의 부족한 공격력은 토종 에이스 문성민이 채웠다. 리베로 여오현도 나이를 잊은 플레이로 넓은 수비범위를 책임지며 팀에 힘을 보탰다.
정규리그를 2위로 마친 현대캐피탈은 플레이오프에서 한국전력을 제압하고 대한항공이 기다리는 챔피언결정전에 올랐다.
챔피언결정전 2차전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현대캐피탈은 또다시 준우승에 머물 것으로 보였다. 1차전을 내주고 2차전을 맞이했지만 1~2세트를 내주고 2-0으로 몰렸다. 그러나 이대로 무너지지 않았다. 3~5세트를 내리 따내며 기적적인 역전 드라마를 써내고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현대캐피탈을 3차전을 내주며 기세가 한풀 꺾이긴 했지만 4차전을 승리로 장식하고 승부를 5차전으로 몰고 갔다.
5차전의 출발도 불안했다. 1세트에서 매치 포인트에 먼저 도달했지만 대한항공에 내리 3실점 하고 고개를 떨궜다. 현대캐피탈에 패배는 딱 여기까지였다. 듀스 접전 끝에 2세트를 따낸 현대캐피탈은 남은 3~4세트에서도 승리를 거두며 길었던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