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선 안착 文, 비문정서·문자폭탄 넘어야

대세론은 '넘어야 할 산'의 또 다른 이름…반대세력 끌어안는 통큰 행보 필요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문재인 후보. (사진=윤창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3일 수도권·강원·제주 지역 순회경선에서 파죽의 4연승을 거두면서 누적 득표율 과반으로 결선 투표 없이 민주당 최종후보로 확정됐다.

하지만 19대 대통령직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비문(非文·비문재인) 정서 극복과 통합의 리더십 강조 등 넘어야 할 산도 만만찮다.

당장 당 경선 과정에서 대연정을 외쳤던 안희정 충남지사가 "문 전 대표가 당을 이끌던 시절 통합과 혁신 과정에서 많은 인사들이 당을 떠났다"며 리더십 부재를 지적한 점이 뼈아프다.

지난해 4·13 총선에서 전권을 받아 민주당을 제1야당으로 만들었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도 최근 의원직까지 내던지며 탈당한 뒤 통합 후보 선출 행보에 본격 나섰다.

일각에서는 '집토끼' 관리도 못한 문 후보가 국민통합을 논할 자격이 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내놓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가 여실히 드러나면서 현정부 국정농단에 '부역'한 세력들에 대한 적폐청산, 그리고 시스템 마련 등 문 전 대표가 선언한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도 시급히 달성해야 할 과제지만 지나치게 피아(彼我)를 구분하는 이분법적 사고가 또다른 '분열의 정치'를 낳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문 후보는 이날 마지막 경선라운드에서도 "적폐세력이 다시 머리를 들고 있다. 또다시 집권연장을 시도하고 있다"며 "반성도 부끄러움도 없다"고 일갈했다.

또 "오로지 정권교체가 겁나고 저 문재인이 두려워서 정치공학적인 연대를 꾀하고 있다"며 "문재인 반대만을 외치는 적폐세력들의 연대는 조금도 두렵지 않다"고 날을 세웠다.

박근혜 정권 창출에 이바지한 자유한국당 홍준표 경남지사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뇌물 대장'으로 몰아붙이며 참여정부 민정수석이었던 자신을 맹포격하는 등 네거티브로 일관하는 모습에 일침을 가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호남에서 불기 시작한 국민의당 안철수 '녹색바람'을 감안하면 이번 대선이 무재인 대 비문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큰 만큼 문 후보가 적폐세력 청산이라는 가치만으로 접근할 경우 국민통합에 대한 주도권은 비문세력에게 넘어갈 수도 있다.

특히 박 전 대통령에게 배신감을 느낀 낙심한 중도보수층에 대한 배려와 이들을 넉넉한 품으로 끌어안을 여유 없이 강대강 대결 국면으로만 본선을 치르면 비문정서는 더욱 강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제2의 박근혜와 무엇이 다른가"(박지원 대표), "패권주의 청산이 또 하나의 시대정신"(홍준표 경남지사) 등 문 후보를 향한 날선 대응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와 함께 열혈 지지층 일부의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담은 '문자폭탄'과 '18원 후원금'을 상대 진영에 쏟아붓는 행태도 문 후보에 반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결국 문 후보가 본격적인 본선이 시작되기 전 비문정서를 희석시킬 수 있는 통큰 행보와 극렬 지지층에 대한 자제를 실효성 있게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임종석 비서실장이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남긴 상처를 돌아봐야 할 때"라며 극렬 지지자들에게 비방 자제를 당부한 것도 내부 위기감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정치컨설팅 업체 '더모아'의 윤태곤 정치분석실장은 CBS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문 후보 캠프 내에서도 문제의식은 다들 가지고 있는 것 같다"면서도 "안철수 전 대표와의 양자구도가 되면 양측의 네거티브는 더욱 강화될 수 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윤 실장은 "문 후보를 지지하는 단순 극렬 지지자들뿐 아니라 대중에게 알려진 유명한 사람들의 네거티브를 캠프 내에서 제어를 하고 이를 외부에 알리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문 전 대표가 단순히 자제를 호소하는 것만으로는 실효성이 없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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