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5·18은 '폭동'…김대중, 불법 민중혁명 기도"

회고록에서 "빼앗은 장갑차 끌고 와 국군 죽여" 주장

전두환 전 대통령. (사진=자료사진)
1979년 12·12 군사반란,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혈진압을 벌여 '내란목적 살인' 등 혐의로 유죄를 확정받았던 전두환 전 대통령이 최근 발간한 회고록에서 "5·18은 폭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1997년 4월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같은 해 12월 특별사면을 받았다.


전 전 대통령은 3일 출간한 '전두환 회고록'에서 "5·18 사태는 '폭동'이란 말 이외에는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고 단언했다. 회고록에는 시종일관 '5·18 광주민주화운동' 대신 '광주사태'나 '5·18 사태'라는 표현이 쓰였다. 또 5·18을 5·16쿠데타나 3·1운동에 비교하면서 '폭동'이라는 논리를 구성했다.

회고록에서 그는 "5·16 쿠데타는 나라를 구한다는 명분을 내걸었고 그 약속은 실현됐다. 그 뿐만 아니라 산업화를 통해 조국 근대화를 이룩한다는 목표도 성취했다"며 "5·16 쿠데타가 혁명이라는 역사적 평가를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맨손에 태극기를 들고 '조선 독립만세'를 외친 기미 독립선언을 3·1 '운동'이라고 부른다"면서 "빼앗은 장갑차를 끌고 와 국군을 죽이고 무기고에서 탈취한 총으로 국군을 사살한 행동을 3·1 운동과 같은 '운동'이라고 부를 순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5·16을 쿠데타로 보느냐, 혁명으로 보느냐 하는 문제로 논란을 벌인다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라며 "마찬가지로 광주사태가 폭동이었느냐 아니냐 하는 논란도 의미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또 "쿠데타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데 부정·긍정의 구분을 하지 않듯이 폭동도 부정·긍정의 의미를 따질 필요 없이 폭동은 폭동일 뿐"이라고 단정했다.

전 전 대통령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주요 원인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검거를 꼽았다. 이 과정에서는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의 판결을 인용했으나, 당시 수사는 '신군부'의 고문에 따른 '정치 공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회고록에서 그는 "10·26 사태 이후 김대중씨는 불법적인 민중혁명을 기도했다"며 "당시 그의 위험한 정치행보는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의 재판기록에 잘 정리돼 있다. 국기문란자로 사법처리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10·26으로 박정희 대통령이 서거하자 호남인들은 김대중씨의 집권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졌을 것"이라며 "5·17 조치로 김대중 씨가 체포되자 호남인들의 좌절과 분노가 깊었을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5·17 비상계엄의 전국 확대가 광주지역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었음에도 유독 광주에서만 반발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김대중 씨의 검거였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 전 대통령은 "내란으로 판정됐던 광주사태는 어느 날 '민주화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규정되더니 어느 순간 '민주화 운동'으로 자리매김했다"며 "정치적으로는 신화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민주화 운동이라는 인식에 어긋나는 어떠한 이의도 용납되지 않는다"는 불만도 토로했다.

그는 거듭 "우리 사회 저변에는 군수공장과 무기고를 습격해 무장한 시민군이 국군을 공격했던 당시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는 의문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며 "그런 의문을 증폭시키는 새로운 진술과 정황들도 속속 나타나고 있지만 이를 공론화하는 길은 봉쇄된 것 같다"고 밝혔다.

아울러 "진실의 전모가 밝혀지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한지 모르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가능한 조사만이라도 이루어져야 한다"거나 "여전히 5·18 광주사태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일부 세력의 반국가적, 반역사적, 반민족적 책동을 언제까지 지켜보고 있어야만 하는가"라며 5·18에 대한 재평가도 요구했다.

전 전 대통령은 회고록 서문에서는 자신이 5·18의 희생양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쏟아냈다. 그는 "지금까지 나에게 가해져온 모든 악담과 증오와 저주의 목소리는 주로 광주사태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생각된다"며 "광주사태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대통령이 되었다는 것이 원죄가 됨으로써 그 십자가는 내가 지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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