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대사 돌연 귀임 왜?…韓 대선·北 대응 필요 느끼듯

'소녀상 문제'는 잠시 묻혀···추후 양국관계 불씨로 남아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일본대사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부산의 주한 일본 총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에 반발해 본국으로 소환됐던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가 4일 귀임한다. 지난 1월 6일 일본 측의 소환조치 발표 이후 무려 89일만이다.

우리나라 차기 정부 출범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더 이상 양국 관계를 냉각상태로 이어가는 것은 득보다 실이 더 많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로 보인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3일 오후 외무성에서 기자들과 만나 주한 일본 대사의 귀임 소식을 알렸다.

그는 "한국의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과 구속에 따라 다음 달 9일 대선이 예정돼 있다"며 "대선 관련 정보 수집과 차기 정권의 탄생에 대비하기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양국 관계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특히 정권 교체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만큼 우리 대선은 일본 정부에도 중요한 문제다.

따라서 소녀상 문제로 대사 부재를 장기화하기 보다는 대사를 복귀시켜 대선 상황에 대비하도록 하는 것이 더 이득이라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나라의 대선이 치러지는 지금 시기는 원래 매우 바쁜 시기다. 일본 대사가 후보들과 접촉해 일본 측의 입장도 전달해야 하고 한일 관계를 원만히 끌고 가기 위해 정치력을 발휘해야 하는 시기인데 대사 공백으로 되지 않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일 위안부 합의나 독도 문제 등) 여러가지 사항이 걸려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대선에 나름대로 준비하는 편이 낫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사 귀임이 장기화되고 우리 정부 역시 사실상 부산 주한 일본총영사관 앞 소녀상 배치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소녀상 문제에 뚜렷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았다는 점 역시 귀임 결정의 또다른 이유로 꼽힌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소녀상 문제 해결 없이는 대사 귀임도 없다'는 강경 입장을 계속 내비쳐왔지만 유례없는 장기간 대사 공백이 이어지며 '준단교' 지경까지 가는 동안 양국 모두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간 일본 내부에서도 이미 일시귀국으로 '항의'의 뜻은 강력하게 전달한 것 아니냐며 대사 귀임이 지연되는 상황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나왔다.

무토 마사토시(武藤正敏) 전 주한 일본대사는 지난달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북 제재에 대한 한미일의 공조 필요성과 한국의 대선을 앞둔 연계를 지속해야 한다는 이유로 귀임을 촉구한 바 있다.

또한 최근 국제사회가 대북제재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 문제에 대한 한미일 공조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양 교수는 "미국 측이 원만한 대북정책 공조를 위해 하루빨리 일본 대사를 귀임시키라고 요청했을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조세영 동서대 특임교수도 "이번 주 각 당의 대선주자가 확정되는 등 대선국면에서 일본의 입장을 피력하고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는 생각이 작용했을 것이다. 또 대북정책 공조 등 부분에서 대사의 역할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가미네 대사의 귀임으로 일단 단절됐던 한일 관계의 숨통이 트였지만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기시다 외무상은 기자들과 만나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그동안 (한국의) 현 정권에 대해 외교적으로 강하게 항의했지만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면서 "앞으로도 위안부 (소녀)상 문제, 위안부 합의를 착실히 이행할 것을 요구해 나간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 역시 "일본 입장에서는 대사까지 귀국시켰던 문제다. '한일 위안부 합의'라는 약속의 이행 문제라고 받아들이고 있어 언제든 다시 이견이 표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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