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사태’ 인정한 기술위, 슈틸리케 재신임 이유는?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현재 한국 축구가 '비상 상태'에 처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다시 한번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의 재신임을 결정했다. 사진은 이용수 축구협회 기술위원장.(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남은 시간을 비상사태라고 생각한다.”

1시간이 넘는 격론 끝에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의 재신임 소식을 전한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2017년 4월 현재 한국 축구대표팀의 상황을 ‘비상사태’라고 정의했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도전하는 한국 축구는 현재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7차전까지 치른 가운데 4승1무2패(승점13)의 성적으로 이란(승점17)에 이어 A조 2위에 올라있다. 조 2위까지 월드컵 본선 진출에 할 수 있지만 3위 우즈베키스탄(승점12)가 바짝 추격하고 있는 만큼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지난 중국 원정에서는 사상 첫 원정패의 아픈 역사를 새로 썼고, 이어진 시리아와 홈 경기에서도 비록 승점 3점은 챙겼지만 내용 면에서는 여전한 아쉬움이 이어졌다. 이 때문에 많은 축구팬은 한국 축구의 운명이 걸린 최종예선 3경기를 앞둔 현재 슈틸리케 감독을 경질하고 새로운 감독을 영입해 분위기 전환과 함께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게 불거졌다.


하지만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의 생각은 달랐다. 비록 현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는 점은 공감하나 감독을 교체할 만큼은 아니라는 의견이다.

약 70분의 격론 끝에 슈틸리케 감독의 유임 결정을 내린 뒤 취재진과 만난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슈틸리케 감독에 대한 평가는 최근 한 경기만을 가지고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라며 “부임 이후 아시안컵과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최종예선까지 전체적으로 해온 부분을 평가했을 때 다시 한번 신뢰를 주면 좋겠다는 결정을 했다”고 재신임 결정의 이유를 밝혔다.

전체 12명의 기술위원 가운데 10명이 참석한 2017년 제2차 기술위원회는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재신임을 결정했다. 하지만 이날 참석자의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하며 30분으로 뎨정됐던 안건 회의가 70분 가까이 진행됐다는 점은 슈틸리케 감독의 거취를 두고 축구협회 내부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많은 축구팬이 슈틸리케 감독의 문제로 지적하는 ‘무(無)전술 논란’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이 기술위원장은 “부임 후 최근까지 슈틸리케 감독이 주관하는 전술미팅에 함께 자리해 준비하는 과정을 살펴봤다. 상대에 맞는 여러 전술을 정리하고 준비했다”면서 “다만 아쉬움은 준비 과정에서 충실하지 않았던 것. 상대는 2, 3주를 준비하고 경기하는데 우리는 2, 3일을 훈련하고 경기해야 했다. 대표팀 내 전술적인 준비는 치열하게 했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비록 슈틸리케 감독의 거취를 두고 격론 끝에 재신임이 결정됐지만 여전히 그의 입지는 크게 흔들리고 있다. 12명의 기술위원 가운데 이날 기술위원회에 참석한 10명의 생각이 크게 달라 예정된 30분을 훌쩍 넘긴 70분의 격론이 오갔다는 점은 분명 생각해볼 부분이다.

이에 대해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기술위원회는 남은 한 경기, 한 경기가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상황에서는 슈틸리케 감독에 대한 신뢰를 가져간다는 의지일 뿐 한 경기를 못하면 경질하겠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