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미군기지 '최악' 등급 기름유출…정부는 몰라

시민단체, 美 보고서 입수…"시민단체도 알아낸 정보, 한국 정부는 몰라"

(사진=김동빈 수습기자)
정부가 생태 공원 조성을 추진 중인 용산 미군 기지에서 한국 정부조차 모르고 있는 기름 유출 사고가 수십 차례에 달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시민단체 녹색연합,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용산미군기지온전히되찾기주민모임 등은 3일 오전 서울 중구 서소문로 환경재단 레이첼 카슨 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용산 미군기지 내 84건의 유류 유출 사고 기록을 공개했다.

해당 사고 모두 공개되지 않았던 것으로, 미국의 정보자유법을 통해 시민단체 측이 미 국방부로부터 직접 입수한 기록들이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15년까지 미군 용산 기지 내에서 발생한 유류 유출 사고는 모두 84건에 달한다.

이 중에는 주한미군 자체 기준상 '최악의 유출량'인 3.7톤(1000갤런) 이상의 기름 유출 사고가 7건, '심각한 유출량'에 해당하는 400리터(110갤런) 이상의 사고가 32건(최악의 유출량 포함) 포함됐다.


이는 그동안 국회와 환경부, 언론사 등을 통해 알려진 용산 미군기지 내부 오염사고인 14건을 훨씬 능가하는 수치라고 녹색연합 등은 밝혔다.

유출된 유종은 대부분 경우와 항공유로, 사고 원인은 기지 내의 낡은 유류 저장 탱크와 배관 때문으로 시민단체 측은 보고 있다.

미군기지 안의 숙소, 학교 등 행정 시설은 각각의 유류 저장 탱크와 난방 보일러를 갖고 있는데 상당 부분이 낡은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지하 유류 저장 탱크는 땅속에 묻혀있다보니 어느 시점부터 기름이 새어나갔는지 알 수가 없다는 게 시민단체 측 주장이다.

녹색연합 측은 "유류 유출 사고 지점을 분석해 본 결과, 미군 기지 대부분 지역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해당 자료를 통해, 주한미군이 한국 정부와 환경 사고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시민단체가 입수한 자료에는 기존에 알려진 사고 기록 6건, 특히 용산 일대에서 오염 지하수 작업 도중 드러난 녹사평역(2001년 1월) 사고와 캠프킴(2006년 6월) 사고 기록이 빠졌다.

또한 2002년 한미 간 '환경정보공유 및 접근절차' 체결 이후 한국 정부가 주한미군으로부터 공유 받은 환경 사고 횟수는 단 4건, 총 공유된 건수는 5건에 불과하다. 이번에 미국을 통해 입수한 기록인 84건에 비해 형편없이 적은 사고만 공유 받은 것이다.

녹색연합 측은 "공식 절차를 거쳐서 시민단체도 알아낸 오염 사고 정보조차 정부가 모르고 있었던 이유가 무엇이냐며 정부에 공식 해명과 사과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녹색연합 측이 우려하고 있는 것은 심각한 토양 지하수 오염 가능성과 기름 유출로 인한 위해성이다.

일단 현재까지는 오염원 부지의 특성이나 기름 누출 이력, 오염원 관리 등의 자료가 없어 정확한 조사가 불가능하고, 미군기지에서 쓰는 군용 항공유에는 1급 발암물질인 BTEX(벤젠, 톨루엔, 에틸벤젠, 크실렌)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2018년 말 평택으로 이전하고 현재 반환 협상을 남겨둔 용산미군기지에는 남산과 한강을 수직으로 잇는 생태 공원이 조성될 예정이다.

김은희 용산미군기지 온전히되찾기주민모임 대표는 "오염된 땅에 생태공원을 만들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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