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한국당 "文 아들, 취업특혜" vs 文 "2007년 부터…언제까지 되풀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세월호 선사인 세모그룹 파산관재인이라는 허위사실을 유포해 피소된 자유한국당이 이번에는 문 전 대표의 아들 취업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구체적인 증거나 자료에 기반한 의혹이라기 보다는 '~라고 한다', '말이 나온다'식의 문제제기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일 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문재인 후보 아들, 문준용씨의 황제취업·황제휴직·황제퇴직에 대해 '제2의 정유라 사건'이라는 말이 항간에서 계속 터져나온다"며 "이것은 당과 국회차원에서 반드시 검증에 거칠 것이라고 천명한다"고 주장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도 "과거 제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이었을 때 (문 후보 아들 취업 관련 의혹이) 이미 문제가 됐는데 그때 좀 더 자세히 파헤쳤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라며 "이런 일을 제대로 조사하면 정유라 사건과 비슷할 것이고 당 차원에서 검증하면 분명 국민적 공분을 사는 그런 문제가 될 것"이라고 거들었다.
문 전 대표는 문제가 전혀 없다고 일축하며 '꼬투리잡기 중단'을 촉구했다. 그는 이날 서울 대학로의 한 극장에서 열린 '문화예술 비전을 듣다' 행사에 참석한 뒤 기자들을 만나 정 원내대표 등의 주장에 대해 웃으며 "우리 부산 사람은 이런 일을 보면 딱 한마디로 말하는데 뭐라고 하냐면 '마!' 거기에 한 마디 보태면 '마! 고마해'"라고 일축했다.
문 전 대표는 이어 "2007년부터 10년이 넘도록 뻔히 밝혀진 사실을 무슨 계기만 되면 또 하고 또 하고 또 하고 언제까지 되풀이 할 것인가"라며 "언론은 언제까지 그것을 계속 받아줄 것인가. 이제 그만하자고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앞서 보수진영 일각에서는 "지난 2006년 12월 한국고용정보원 5급 일반직에 채용되는 과정에서 정보원이 1명을 모집하는 데 준용씨가 단독 지원해 취업했다"며 특혜 의혹을 제기했지만 중앙선관위는 준용씨 취업특혜 게시글에 대해 '5급 공무원 단독지원 취업' 부분이 허위라고 판단해 위법게시물로 차단결정을 한 바 있다.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이 질의해 받은 답변서에서 선관위는 "특혜 채용과 관련한 사이버상 게시물에 대해 합리적 의심에 기초한 채용과정의 의혹제기는 공직적격검증 차원의 의견표명으로 보고 있으나 '단독채용', '5급 공무원특채' 등 객관적 사실과 다른 허위사실을 단정적으로 표현한 게시물은 공직선거법 250조에 따라 삭제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관련 발언을 둘러싼 논란도 '말꼬리잡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안 전 대표는 지난달 31일 경기 하남 신장시장을 방문한 뒤 기자들을 만나 "대통령의 사면권한을 남용하지 않도록 위원회를 만들어 국민의 뜻을 모으고 투명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특별사면 검토 여지를 묻는 질문에는 "국민 요구가 있으면 위원회에서 다룰 내용"이라고 답했다.
문제의 발언 직후 문 전 대표 측 박광온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재판도 시작하지 않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가능성을 언급한 진의가 의심스럽다"고 비판한데 이어 2일에도 논평을 내고 "'문모닝(아침마다 문 전 대표 비판을 하는 것)' 연대는 '박근혜 사면 연대'였나"라고 비판했다.
논란에 대해 안 전 대표는 2일 서울·인천 지역 합동연설회가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나 "저는 사면권 남용이 안 된다고 말한 것인데, 왜 소란스러운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되자마자 돌아서서 사면이니 용서니, 이런 말이 나온다는 것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에 개인에 국한해서 말할 필요 없이 대통령 사면권은 국민의 뜻에 어긋나게 행사돼서는 안 된다. 대통령 사면권이 국민의 뜻에 어긋나게 행사될 수 없도록 제도적 제한이 필요하다"고 밝힌 상태다.
두 후보 모두 박 전 대통령의 사면 여부에 대해 즉답을 피하며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방지를 위한 제도적 보완을 공통적으로 주장한 셈이어서 양측의 공방이 공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바른정당을 향해 흡수통합론을 주장하며 "유승민 후보가 대통령 선거 보조금 50억을 받은 뒤에 합당할 거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러면 영원한 제2의 이정희가 된다"고 비난한 것이나,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홍 후보를 향해 "자격 없는 부끄러운 후보"라며 설전을 이어가는 것도 네거티브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민주당 경선과정에서 격화됐던 이른바 '전두환 표창논란'이나 문재인 전 대표 측이 안철수 전 대표 측을 향해 선공을 날리며 촉발된 이른바 '보조타이아 논쟁' 역시 생산적인 논의와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기대선으로 대선주자들의 정책과 역량을 체계적으로 검증할 시간이 크게 부족한 만큼 지금이라도 대선주자들이 소모적인 논쟁보다 송곳 검증에 집중할 때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검증과 네거티브의 경계가 모호하기 때문에 후보검증이라는 명목 하에 네거티브가 기승을 부를 것"이라며 "선거 때마다 네거티브는 당연히 있어왔지만 이번 대선은 가뜩이나 선거기간이 짧고 정책과 공약이 실종된 상황인데 네거티브로 일관한다면 바람직하지도 않고 그런 세력은 국민들의 선택도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