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희생자 가족 '갈라놓기' 주력하는 정부

희생자 수습과 진상규명 과정에서 미수습자와 유가족간 갈등 조장

세월호 미수습자 수색과 선체 조사가 임박한 가운데, 정부의 희생자 가족 '편 가르기'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미수습자 가족과 유가족 양측 모두에서 "정부가 더이상 가족들을 구분짓거나 나누려하지 않으면 좋겠다"는 말까지 나돌 정도다.

정부의 이러한 행태는 1일 목포 신항을 방문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행보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참사 이후 처음으로 세월호 관련 현장을 방문한 황교안 총리는 이날 미수습자 가족들만 만난 뒤, 유가족들을 피해 황급히 현장을 벗어났다.

유가족들은 이날 오전 9시쯤 황 총리가 목포신항을 방문한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목포신항 정문 출입구에서 황 총리를 기다렸다.

유가족들은 황 총리를 기다리며 "3년 간 기다려온 유가족들을 세월호 작업현장 근처에도 못 가게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특히 "정부가 미수습자 가족과 유가족을 갈라놓은 상황에서 황 총리가 할 일은 하고 애타는 심정으로 기다려온 가족들을 생각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1시간 넘게 정문 앞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기다린 유가족들은 다른 출입구로 들어간 뒤 현장을 떠난 황 총리를 만나지 못한 채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이러한 황 총리의 행보에 대해 미수습자 가족도 아쉬워 하긴 마찬가지였다.

미수습자 조은화 양의 어머니 이금희 씨는 "황 총리가 미수습자 가족만 만나고 거긴(유가족) 왜 안가서"라며, 갈등을 조장한 듯한 행보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정부는 최근까지도 미수습자 가족과 유가족을 분리함으로써 각종 의사결정에서의 '편리함'을 취하려 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아직 돌아오지 못한 가족들과의 만남만 3년째 애타게 기다려온 미수습자 가족들의 절절한 심정 뒤에 숨어, 참사 진상규명은 물론 희생자 수습 작업에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작업들을 일사천리로 강행하려 했다는 얘기다.

인양 과정에서의 '램프 절단'이나 유실 우려가 큰 각종 '선체 천공'(구멍 뚫기) 작업은 물론, 육상 거치 이후 수색 방식으로 거론되는 '선체 절단' 역시 마찬가지다.

당장 선미 좌현 램프 절단은 지난달 23일 밤 느닷없는 긴급브리핑 직후 강행돼 이튿날 아침 완료됐지만, 이 과정에서 유가족은커녕 미수습자 가족들과도 일체 상의하지 않았다.

참사의 진상을 규명할 열쇠가 될 수 있음은 물론, 선체 내부 희생자들의 남은 유골이나 유류품들이 쏠려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선미 쪽에 11x7m의 '대형 구멍'을 뚫어버린 셈이다.

육상 거치후 객실을 잘라내 똑바로 세우겠다는 '선체 절단' 역시 유가족들의 강력 반발 속에도 이미 지난달 17일 전문업체와 계약까지 마친 상태다. 미수습자 가족들이 직접 요청하거나 합의하지 않았던 일임은 물론이다.

진도 팽목항에서 목포 신항으로 가족들의 '베이스캠프'가 전환되는 국면에서도, 정부는 유가족의 목포 신항내 숙박을 불허하며 또다시 '갈라치기'에 나섰다.

이에 따라 미수습자 가족들은 팽목항에 있던 컨테이너를 옮겨와 목포신항의 보안구역 안에 머물고 있는 반면, 유가족들은 신항 밖에서 노숙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유가족들에 대해서는 별도로 숙박시설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세월호 인양의 가장 큰 목적은 미수습자 수습이기 때문에 유가족의 숙박은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유가족 측이 어떻게 세월호 인양의 당사자가 아닐 수 있느냐"고 반발했다.

유가족 측 김종기 4·16가족협의회 사무처장은 "해수부가 가족들을 분리하려는 시도가 불만이지 미수습자 가족들에게 아무런 불만이 없다"며 "의도적으로 유가족과 미수습자 가족을 분리시키고 서로 이간질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수습자 가족인 이금희 씨는 "우리는 아이를 찾아달라고 요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우리는 아이만 찾으면 모든 사람 앞에 무릎을 꿇을 준비가 돼있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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