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이날 선발 카를로스 비야누에바에 대해서는 믿음을 드러냈다. 김 감독은 "비야누에바가 완봉을 하고 1-0으로 이기면 좋겠다"며 웃었다. 농담이었지만 비야누에바에 대한 신뢰감이 묻어나는 대목.
당초 한화의 개막전 선발은 알렉시 오간도로 예상됐지만 비야누에바였다. 김 감독은 "일본 미야자키 캠프에서 오간도가 두산을 상대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혹시라도 익숙함을 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동시에 비야누에바가 기대에 보답할 것이라는 믿음도 있었다.
그러나 걱정도 있었다. 김 감독은 "개막 엔트리에 내야수를 누구로 할까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하주석과 정근우, 송광민 중의 고민이었다. 3명 모두 몸 상태가 완전치 않은 상황이다. 정근우는 지난 시즌 뒤 왼 무릎 수술을 받았고, 하주석은 손가락에 경미한 부상이, 송광민은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결국 김 감독의 선택은 정근우였다. 김 감독은 "고민 중이었는데 눈앞에 정근우가 보이더라"면서 "그래서 정근우를 택했다"고 웃었다. 한화는 주전 유격수 하주석이 개막 엔트리에 빠졌다.
하지만 고육지책이었다. 김 감독은 "1루수 자원이 3명(김태균, 윌린 로사리오, 김주현)이라 유격수와 2루수 등을 맡을 내야수가 필요했다"면서 "그래서 정근우를 택했다"고 말했다. 국가대표 2루수 정근우도 선발은 아니고 일단은 백업 멤버였다.
김 감독의 기대와 불안은 동시에 현실로 나타났다. 일단 선발 비야누에바가 리그 최고 투수 더스틴 니퍼트와 선발 대결에서 대등한 경기를 펼쳐줬다.
비야누에바는 KBO 리그 데뷔전에서 6이닝 동안 삼진 6개를 잡아내며 안타는 단 1개만 내줬다. 무자책점으로 최고의 투구를 펼쳐줬다. 최고 구속은 145km였지만 볼끝에 힘이 있었고,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투심, 커브 등 변화구도 절묘했다. 6회까지 투구수도 89개뿐이었다.
이후 비야누에바는 허경민에게 좌선상 2루타를 내줬다. 이날의 유일한 피안타. 비야누에바는 무사 2, 3루에서 로사리오의 호수비로 김재호를 파울 뜬공으로 잡았지만 민병헌에게 높은 직구를 던져 우익수 뜬공을 내줘 실점했다.
6회 실점 상황도 비슷했다. 다소 지친 듯 비야누에바는 선두 타자 김재호의 머리 쪽을 향하는 공을 던져 사구로 출루를 허용했다. 다행히 김재호가 재빨리 피해 목덜미 쪽 유니폼만 스쳤다.
문제는 이후였다. 김재호의 도루 시도 때 조인성의 원바운드 송구가 나왔고, 2루수 임익준이 이를 빠뜨려 무사 3루를 허용했다. 포수 실책이었지만 임익준도 공을 막지 못했다. 이어진 1사 1, 3루에서 비야누에바는 다시 닉 에반스에게 우익수 뜬공을 내줘 추가 실점했다. 두산은 안타 1개 없이 2점째를 냈다.
2사 1루에서 한화는 오재원의 도루 때 또 다시 조인성의 어이없는 원바운드 송구가 나왔다. 이번에는 유격수 강경학이 포구를 시도했지만 역시 중견수까지 송구가 흘러 주자가 3루까지 갔다. 다행히 비야누에바가 김재환을 땅볼 처리해 더 이상 실점하지 않았다.
하지만 니퍼트를 상대로 역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화는 1회 선두 김원석이 안타, 1사 뒤 김태균의 볼넷으로 1사 1, 2루를 맞았지만 로사리오의 2루수 직선타 때 2루 주자 김원석까지 횡사해 기회를 날렸다.
두산도 실책이 나왔지만 이미 승부가 기운 뒤였고, 실점으로도 연결되지 않았다. 3-0으로 앞선 8회 1사 1루에서 3루수 허경민이 대타 이양기의 땅볼을 잡은 뒤 2루 악송구를 던졌다. 그러나 니퍼트는 이어진 1사 1, 3루에서 장민석을 삼진, 2사 2, 3루에서 김태균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 위기를 넘겼다.
결국 두산은 개막전을 3-0으로 승리하며 기분좋게 시즌을 시작했다. 니퍼트는 8회까지 7탈삼진 4피안타 3볼넷 무실점으로 개막전 현역 최다인 5승째(1패)를 따냈다. 두산은 한화와 같은 4안타를 때렸으나 도루 3개로 상대 내야진을 흔든 게 주효했다.
반면 실책만 4개를 쏟아낸 한화는 장민석의 도루 실패 등 기동력에서도 뒤져 영패를 면하지 못했다. 다만 한화는 비야누에바의 호투와 정근우, 송광민, 하주석 등이 조만간 선발 라인업에 복귀할 상황에 위안을 삼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