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구로 뛰는 중견건설사, 강남 진출이 관건이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신도시 공공택지 공급 중단 방침으로 아파트를 지을 땅이 점점 부족해지자 중견 건설사들까지 서울 재건축 재개발 시장에 몰려들고 있다. 중견 건설사들이 시도하고 있는 영역 확대의 성공 여부는 강남 재건축 시장 진출이 주요 관건이 될 전망이다.

지난 1월 24일 열린 강남구 대치동 구마을 2지구 재건축 입찰에는 적어도 서울에서는 생소하다고 할 수 있는 한 건설사가 눈에 뛰었다. 광주에 본사를 둔 중흥건설이다.

지방 건설사가 강남 재건축 수주를 위해 롯데건설과 대림건설 등 대형 건설사와 맞붙은 것이다. 중흥 건설은 경쟁 건설사보다 공사비를 15% 가량 낮게 책정해 입찰에 나섰지만 결국 3월 조합원 총회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중흥건설은 중흥S-클래스라는 아파트 브랜드로 세종시에서만 12개 단지 만여 가구를 공급한 지방 건설업계의 강자이지만 서울 강남권에서는 통하지 않은 셈이다.

사실 중견 건설사들은 최근 서울과 수도권의 재건축 재개발 시장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지난 2014년 9.1부동산 대책으로 신도시 공공택지 공급 중단 방침이 나오면서 아파트 지을 땅이 점차 줄자 생존을 위해 나선 것이다.

중견건설사들은 세종과 동탄 등 신도시 아파트 공급을 통해 확인된 시공 능력을 토대로 4,5년 전부터 도시정비사업팀을 꾸리며 서울 수도권 시장 진출을 꾀한 결과 적지 않은 성과도 올렸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단지 수도권만이 아니라 강동권 목동권 용산권 등 서울 주요 지역에서도 중견 건설사들의 재개발 재건축 수주가 잇따른 것이다.

호반건설이 최근 목동권에 인접한 신정 2-2구역 재개발, 태영건설이 용산구 효창 6구역 재개발, 반도건설이 서대문구 영천구역 재개발, 한라건설이 둔촌동 삼익빌라 재건축을 수주한 바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500가구를 넘지 않는 소규모로, 대형건설사들이 수익성 때문에 눈길을 돌리지 않는 틈새시장이지만, 목동권, 용산권, 강동권 등 서울 주요 지역 인근에 깃발을 꽂게 된 것은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한계가 노출됐다. 바로 전국 재건축 재개발 시장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강남 3구의 주요 단지에 진출한 중견 건설사는 아직 한 곳도 없다는 점이다.

중흥건설에 앞서 호반건설이 지난해 서초구 방배경남과 신반포 7차 등 재건축 시공사 입찰에 참여했지만 역시 대형 건설사에 밀려 수주에 실패한 바 있다.

신도시 주택 공급을 통해 시공 능력을 인정받은 호반건설 역시 경쟁 건설사에 비해 낮은 공사비로 수주전에 응했지만 결국 고배를 마셨다.

건설업계에서는 그 이유를 아파트 브랜드에서 찾는다. 아무리 시공능력을 갖췄다고 해도 중흥S-클래스, 호반베르디움, 반도유보라, 한라비발디, 태영데시앙와 같은 중견건설사의 브랜드가 강남에서 통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용산구 한남동의 한성아파트 재건축도 중견건설사인 신영건설과 신일이 맞붙었지만, 조합원 대다수가 인지도가 높은 대형 건설사 브랜드를 원해 최근 시공사 선정이 미뤄진 바 있다.

아파트 브랜드의 낮은 인지도 때문에 단독으로 강남 진출이 어려워지자 '지분 참여' 방식도 모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형건설사 한 곳이 시공할 수 없는 대규모 아파트 재건축의 컨소시엄에 중견 건설사가 일정 지분을 갖고 참여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며 "일부 물량을 맡으면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시공한 경력이 되는 만큼 추후 수주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 3구에 진출하면 브랜드 인지도의 상승과 함께 사실상 전국구 대형 건설사로 성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강남 진출 1호 중견 건설사를 둘러싼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