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갈매기' 부르며 '한 팀' 외친 文·安·李 캠프

민주당 경선 3라운드, 호남·충청 경선과 달리 화기애애 분위기

31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영남권 경선에서 이재명 성남시장과 최성 고양시장, 문재인 전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가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사진=박지환 기자)
31일 더불어민주당 세번째 순회경선인 영남권 경선이 열린 부산 사직체육관에는 오후 1시부터 몰려든 지지자들이 각 후보들의 이름을 외치며 뜨거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1만 4000석 규모의 실내체육관 왼편에는 문재인 전 대표 지지자들이, 반대편에는 이재명 성남시장 지지자들이 피켓을 들고 뜨거운 응원전을 펼쳤다. 뒤편 스탠드에는 안희정 충남지사 지지자들이 노란 옷을 맞춰 입고 후보 이름을 외쳤다.

오후 1시 35분쯤 문 전 대표가 지지자들이 몰려 있는 왼편 스탠드에 등장하자 파란 옷을 맞춰 입은 지지자 약 7000여명은 일제히 '문재인'을 연호하며 반겼다.

문 전 대표는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지지자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여유있는 모습을 보였다.

지지자들은 문 전 대표를 둘러싸고 "꼭 정권교체 해달라", "문재인 파이팅"을 외쳤고, 문 전 대표는 손을 흔들며 감사를 표했다.

1시 40분쯤에는 안희정 지사가 지지자들이 몰려 있는 체육관 뒤편 스탠드가 아닌 문 전 대표 지지자들 쪽으로 갑자기 나타나 인사했다. 문 전 대표 지지자들은 뜻밖의 출현에 놀라워하면서도 "안희정"을 외치며 화기애애한 장면으로 화답했다.

안 지사는 이어 뒤편 스탠드로 자리를 옮겨 지지자들의 열기를 더했다. 오른편 스탠드에 앉아있던 이재명 성남시장 지지자들도 함께 "안희정, 안희정"을 외쳤다.

'문재인 대세론'을 꺾고 과반 득표를 저지해 결선투표 진출이라는 공동의 목표가 있는 두 후보의 지지층이 '전략적 교감'을 주고받은 셈이다.

이후 각 후보 지지자들은 사회를 맡은 박재호 의원과 진선미 의원이 후보들을 언급할 때마다 각각 세를 과시하듯 지지 후보의 이름을 연호하며 경쟁을 벌였다.

최성 고양시장이 첫 연설자로 나서자 최 시장의 지지자들은 물론 옆에 있던 문 전 대표 지지자들도 "최성"을 연호했다.

최 시장은 "권력 서열 1, 2, 3위인 최순실, 김기춘, 박근혜 전 대통령이 모두 구속됐다"며 "절대 권력은 절대 망한다. 주권자는 국민이고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함이 입증됐다"고 소리치자 체육관에 있는 사람들은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큰 박수를 보냈다.

최 시장에 이어 이재명 시장이 연단에 오르자 주황색 옷을 맞춰 입은 지지자 1000여명은 풍선과 피켓을 들고 열광했다.


반대편에 있던 문 전 대표 지지자들과 옆쪽에 자리한 안 지사측도 함께 "이재명"을 외치며 '한 팀'임을 강조했다.

이 시장이 "서민들에게는 전기요금 바가지, 산업용 전기는 원가 이하 제공, 이게 나라입니까. 이런 나라 누가 고칠 수 있습니까"라고 외치자 이 시장 지지자들은 "이재명"을 외치며 열광했다.

또 "대기업은 내부거래와 일감 몰아주기, 단가 후려치기, 그리고 중소기업 기술을 탈취하는 데 이런 나라를 누가 고칠 수 있습니까"라고 소리치자 체육관은 함성으로 가득찼다. 옆에 있던 안희정 지지자들도 '필승카드 안희정'이란 노란 피켓을 들고 "이재명"을 연호했다.

이 시장 지지자들은 '억강부약'(抑强扶弱, 강자를 누르고 약자를 도와줌)이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연설이 끝날 때까지 전원이 일어서서 이 시장의 선전을 기원했다.

세 번째 연설자로 안 지사가 연단에 오르자 지지자들은 '안전한 나라, 희망찬 나라, 정직한 나라'(안희정)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과 깃발을 흔들며 열광했다.

안 지사가 "오늘 새벽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됐고 세월호는 우리 품으로 돌아왔다"며 "역사는 정의의 바다로 향하고 위대한 국민 여러분들이 승리의 역사"라고 외치자 모든 지지자들이 박수를 보냈다.

또 "우리 사회가 좀 더 높은 수준의 민주주의를 통해서 신뢰라는 자산을 높여야만 세월호 아이들한테 '얘들아 우리가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었다'고 얘기할 수 있지 않겠냐"며 통합의 리더십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안 지사가 연설하는 12여분 동안 지지자들도 자리에서 모두 일어나 안 지사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열광했다.

특히 안 지사는 "이 자리에 전재수 의원도 계시다. 2004년부터 내리 4번을 떨어졌지만 이 어려운 부산에서 노무현 대통령보다 더 높은 득표율로 자랑스러운 국회의원이 됐다"며 "박수를 보내달라. 우리는 이렇게 전진해왔다"고 호소했다.

최근 안 지사 의원 멘토단장을 맡고 있는 박영선 의원과 문 전 대표를 돕고 있는 전 의원은 일명 '싸가지 논란'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하지만 안 지사가 이날 '우리는 한 팀'이라며 모두 감싸안자, 문 전 대표 지지층에서도 열광적인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다.

마지막 연설자로 문 전 대표가 연단에 오르자 지지자들은 '새로운 시대의 첫 차'라는 파란색 수건과 피켓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반겼다.

문 전 대표는 "빨갱이 종북 소리를 들어가며 김대중 노무현을 지켰던 27년 인고의 세월을 기억한다"며 "영남 땅에서 민주당 깃발을 지켜온 동지라면 누구라도 그 설움과 아픔, 가족들의 고통까지 생생하게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의 이름으로 당선된 김부겸, 김영춘, 김해영, 박재호 의원 등의 이름을 일일이 언급하자 지지자들은 환호했다.

문 전 대표가 "5월 9일 반드시 정권교체하고 며칠 후 노무현 대통령님 8주기 추도식에 대한민국 19대 대통령으로 가 '이제 편히 쉬어 달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하자 지지자 일부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경선 3라운드가 이날 부산에서 열린 만큼 사직실내체육관에 모인 지지자들은 '부산갈매기'와 '아리랑 목동' 등을 부르며 각 후보를 응원했다.

문 전 대표 지지자들은 '우리는 한 팀'이라는 피켓을 들고 최종 후보 선출 이후 정권교체에 함께하자는 뜻을 내비쳤다. 안 지사 지지자들은 '진정한 필승카드 안희정'이라는 피켓으로 본선경쟁력을 강조했고, 이 시장 지지자들도 '진짜 정권교체 적폐청산' 피켓을 들고 선명성을 강조했다.

지지자들 중에는 빨간 가발과 노란 가발을 쓰고 후보 이름을 부르는 이색 장면도 연출됐다.

하지만 지난 호남과 충남권 경선에서 일부 지지자들 사이에 고성과 비난이 오고간 것을 우려한 듯, 이날은 상대편 후보들이 연설할 때 박수를 치거나 환호하면서 서로에게 비판을 삼가는 모습이 역력했다.

응원을 유도하는 일부 사람들은 박수가 길어져 상대방 후보의 연설에 방해가 될 것 같으면 서둘러 자제시키는 등 경선 막바지에 다가갈수록 불필요한 논란에 휩싸이지 않도록 조심하는 모습이었다.

민주당 영남권 경선 결과는 지난 22일 현장투표와 29~30일 치러진 모바일투표(ARS), 그리고 이날 대의원 투표 등을 종합해 이날 오후 6시 35분쯤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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