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레알?] "문재인이 2005년 7월 김정일에 문안인사 편지 보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노무현정부 시절 북한 권력과 밀접한 관계였다는 취지의 '음해'가 SNS 등에서 포착됐다. 10일 접수된 제보에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수신인으로 하고, "위원장님의 염려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등의 표현이 담긴 2005년 7월13일의 편지 전문이 딸려 있다.

색깔론 비방의 의도가 짙은 이 주장은 '명백한' 허위사실을 기초로 한다. 문제의 편지는 파면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시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대표로 있던 시절 북에 보낸 편지였기 때문이다. '문재인의 편지'가 아니라 '박근혜의 편지'다.



지난달 27일 포착된 이 가짜뉴스의 유포자는 "이유불문 퍼날라주셔요. 참 기가 막힙니다. 이런 작자에게 나라를 맡길 수 있겠습니까"라며 "문제인(문재인의 오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 시절 북한 김정일 위원에게 보낸 편지 전문입니다"라는 머리말과 함께 편지 전문을 전파하고 있다. "이 편지를 만천하에 알려야해요"라고 거듭 강조한다.

그래픽 = 강인경 디자이너
편지는 "벌써 뜨거운 한낮의 열기가 무더위를 느끼게 하는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더운 날씨에도 위원장님은 건강히 잘 계시는지요", "위원장님을 뵌지도 3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저에게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지만 위원장님의 염려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라는 문안 인사로 시작한다.


아울러 "위원장님이 약속해주신 사항들은 유럽-코리아재단을 통해서 꾸준히 실천해나가고 있습니다", "유럽-코리아재단의 평양사무소 설치가 절실하며 재단관계자들의 평양방문이 자유로와질 수 있도록 하였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등 남북 교류사업에 대한 의지가 피력돼 있다.

특히 "북남이 하나되어 평화와 번영을 이룩할 수 있도록"이라며 '남북' 대신 북측이 통용하는 '북남'이란 표현도 거리낌없이 사용됐다.

"위원장님의 건강을 기원하며 다시 뵙기를 바랍니다. 2005년 7월 13일"로 끝나는 이 편지는 박 전 대통령의 작품이다. 주간경향은 유럽코리아재단 취재를 거쳐 지난해 12월 편지 원문을 공개한 바 있다. 북측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먼저 보낸 서한 원문도 보도됐다.

편지에 거론된 대로 박 전 대통령은 '3년' 전인 2002년 5월11일 3박4일 일정으로 방북해 김정일과 4시간 비공개 회담을 했다. 북측은 전용기를 보내고, 백화원초대소를 숙소로 제공하는 등 당시 '평의원'이던 박 전 대통령을 칙사대접한 바 있다.

유포자는 편지 마지막 줄에 "남조선에서 문재인 배상"이라고, 원문에 없는 구절을 가필하는 수법으로 가짜뉴스를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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