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구속과 세월호 인양에 까발려진 민낯들"

[인터뷰] '거리의 인문학자' 최준영 작가 "뼈저린 성찰의 시간 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31일 새벽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법 위에 군림하려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되고, 침몰 3년 만에 인양된 세월호가 목포항에 들어온 31일, '거리의 인문학자'로 불리는 작가 최준영은 "뼈저린 성찰의 시간이 왔다"고 말했다.

최준영은 이날 CBS노컷뉴스에 "박근혜 구속 소식을 접한 아침, 제 생각과 똑같은 SNS 글귀가 눈에 띄더라"며 "'기분 좋을 줄 알았는데, 참담하다'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우리가 촛불항쟁으로 일관되게 주장해 온 박근혜 구속이 막상 현실화 되니 여러 생각이 듭니다. 박근혜 개인에 대한 연민은 없지만, 한국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사건이라는 점에서 우리 모두의 불행으로 다가옵니다. 성찰의 계기라는 상징적인 의미에 주목하게 되는 이유죠."

그는 "박근혜가 파면 당하고 구속까지 된 데는 표면적으로 최순실과 벌인 국정농단, 뇌물수수가 지목됐지만, 세월호 참사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며 말을 이었다.

"세월호 참사 당일 베일에 싸인 박근혜의 7시간 행적도 중요하지만, 그 이후 세월호 참사를 대하는 정권, 여당이 비상식적이고 몰상식적인 행태를 이어왔다는 데 주목해야 합니다. 지난해 4·13총선에서 국민들이 여소야대 국면을 만들어 준 것도 야당이 잘해서가 아니잖아요. 이토록 비인간적으로 세월호를 방치하면서 무관심으로 일관했던 정부, 여당을 심판하려는 심리가 강하게 작용했다고 봐요."


"여소야대 상황에서도 세월호 특조위가 풍비박산 나는 등 야당이 아무런 보탬도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냉정하게 봤을 때 세월호 인양은 박근혜 구속과 함께, 세월호를 방치한 책임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야당에 대한 심판이기도 하다"는 것이 최준영의 진단이다.

반잠수식 선박 화이트마린호에 실린 세월호가 31일 오후 전남 목포신항만으로 들어오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야당이 박근혜 구속을 두고 마냥 기뻐할 일은 아니라는 말이죠. 세월호 인양은 단순히 침몰했던 배를 건진 것이 아닙니다. 그동안 쉬쉬하면서 대처하지 못했던 한국 사회의 총체적 모순과 적폐가 물 위로 올라온 것이니까요. 지금 야당에게 필요한 자세는 잔치 분위기가 아니라, 세월호가 인양되기 전까지 자신들이 보였던 직무유기와 무능력에 대한 반성입니다. 지난 3년 동안 여야가 어떠한 행태를 보여 왔는지 국민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어요. 박근혜가 법이라는 형식 논리로 구속됐지만, 이를 추동시킨 것은 촛불을 든 시민들의 힘입니다. 그것을 엄중하게 받아들여야만 해요."

박 전 대통령과의 연결고리를 끊으려는 보수진영에 대해서는 "단순히 박근혜와 선긋기하면서 보수의 진정한 가치를 회복하겠다는 태도는 온당해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결국 성찰이 빠졌잖아요. 진정한 보수라면 '박근혜와 우리는 다르다'는 것을 표방하기 보다는, 진정한 보수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성찰해야죠. 얄팍한 수로 자기들의 보수적 가치를 내세우려는 논의는 오히려 스스로 기회주의적 속내를 드러내는 것 밖에는 안 됩니다."

최준영은 "세월호 인양과 박근혜 구속은 한국 사회를 바로 세우기 위한 출발선"이라며 국민들의 각별한 관심을 당부했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 앞에는 의기소침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굉장히 신경질 난 관료사회가 있습니다. 세월호 진상규명이 본격화 되면 해수부 등 정부 부처에서 우리 기대만큼 협조적이거나 우호적으로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커요. 언론, 사회 각 분야에서 이러한 모습을 예의주시해야 합니다. 조기대선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치권 역시 승부 자체에 몰입하는 모습이 짖게 나타나고 있어요. 하지만 적나라하게 드러난 한국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국민들에게 제시하지 않는다면 그들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정치적 승리도 없을 겁니다. 정치인들이 승부에만 연연하지 말고 국가의 미래를 위한 깊이 있는 성찰이 담긴 정치행보를 보여주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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