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항해는 온 나라를 눈물바다로 만들었지만, 이번 항해는 무사히 끝마치길 국민 모두가 기도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날 세월호 침몰 당시 7시간 동안 행적이 묘연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구속됐다.
바닷속에 잠들어있던 세월호가 수면 위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건 침몰 1073일째인 지난 23일 새벽.
본 인양 착수 7시간 만으로 순조로울 것만 같던 인양 작업은 이후 곳곳에서 악재를 만났다.
잭킹 바지선과의 간섭현상으로 작업 속도가 느려지더니 화물칸 출입문 램프가 열려있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부딪치기도 했다.
뼛조각 발견 이른바 '돼지뼈 소동'과 높은 파도로 인해 지난 29일과 30일 작업이 이틀 동안 중단되기도 했다.
세월호는 굴곡진 세월 만큼이나 쉽지 않았던 인양 과정 속에서 아픔이 서린 진도 앞바다를 떠나 이날 오전 7시쯤 목포로의 마지막 출항 길에 올랐다.
그들의 가족들도 배편으로 세월호의 마지막 여정을 함께 한다. 3년간 눈물로 지샌 팽목항 생활을 뒤로 한 채 이날 새벽 5시 30분 인근 서망항에서 따로 마련된 배편에 올랐다.
가족들은 세월호의 뒤를 따라가며 목포까지 8시간의 여정을 함께 하게 된다. 3년전 아이들과 함께 있지 못한 후회는 시계바늘도 멈춰놓았다.
세월호 미수습자 조은화 양의 어머니 이금희 씨는 "은화 찾으러 가야죠"라며 "우린 2014년 4월 16일에 있어요, 그리고 그 자리에 아홉명의 가족이 있으니깐 우리가 찾으러 가야죠"라고 말했다.
세월호는 목포 신항에 도착하기까지 105㎞를 운항하는데 좁은 수로와 거센 물살을 뚫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악명 높은 맹골수도는 물론 폭이 600미터에 불과하고 물살도 빠른 달리도 해역 등을 통과해야 한다.
평균 시속 18㎞로 운항해 도착까지는 8시간 안팎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무사히 목포 신항에 도착해 육상거치까지 완료되면 미수습자 수색 등 본격적인 선체 조사가 이뤄진다.
그동안 세월호와 아픔을 함께한 진도군민들 역시 미수습자들이 하루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길 간절히 기원했다.
진도에 사는 김민교(45) 씨는 "그동안 팽목항에서 3년의 세월을 눈물로 지샌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을 바라보면 참 가슴이 아팠다"면서 "세월호 인양 과정이 부디 무사히 완료돼 9명의 미수습자를 전부 찾아 가족들의 눈물을 조금이라도 어루만져 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송기우(59) 씨는 "세월호 뿐만 아니라 대통령의 숨겨진 7시간 등 모든 진실이 수면 위로 드러나 희생자들이 하늘에서라도 편히 쉬셨으면 한다"고 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항구' 진도 팽목항은 이날 세월호의 마지막 항해를 아는지 모르는지 새벽부터 빗줄기가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