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철 감독의 지도력과 선수들의 투지가 만든 값진 결과물이다. 강한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장악한 이 감독은 철저한 자신만의 확고한 배구 철학으로 훈련을 진행해 선수들의 기량을 끌어올렸다. 선수들 역시 강한 정신력과 투지를 바탕으로 쉽게 무너지지 않는 단단함을 보여줬다.
IBK기업은행은 당분간 우승의 기쁨을 마음껏 누릴 계획이다. 휴식을 취하면서 지친 체력을 회복하고 해외여행을 통해 심리적인 안정감도 되찾을 생각이다.
그러나 이런 과정들이 모두 지나고 나면 선택의 순간이 다가온다. 우승에 일조한 핵심 선수들이 대거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획득하기 때문이다. 베테랑 세터 김사니를 비롯해 김희진, 박정아, 채선아, 남지연 등이 그 주인공이다.
어느덧 리그 최고참급 선수가 된 김사니는 현역 생활 연장과 은퇴를 두고 저울질 중이다. 김사니는 챔피언결정전 우승 이후 "아직 진로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정하지 않았다. 구단과 얘기를 나눠봐야 한다"면서 "고민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라고 밝혔다.
이고은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면서 김사니의 공백을 채워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지만 과연 풀타임을 잘 버텨낼 수 있을지는 검증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구단은 김사니의 현역 연장을 내심 바라고 있는 눈치다.
김희진과 박정아는 IBK기업은행뿐만 아니라 모든 팀이 군침을 흘릴만한 선수들이다.
라이트와 센터를 오가는 전천후 자원인 김희진은 FA시장 최대어로 평가받는다. 백어택과 속공에도 능한 김희진은 강력한 서브까지 갖추고 있다. 블로킹 능력도 탁월해 영입 1순위로 꼽힌다.
리그 정상급 레프트로 불리는 박정아 역시 김희진 못지않다. 정규리그에서 460득점을 올린 박정아는 이재영(479·흥국생명)에 이어 국내 선수 중 득점 2위에 올랐다. 공격종합에서는 5위(37.94%)로 국내 선수 가운데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구단은 김희진과 박정아를 반드시 잡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몸값이 변수다. 김희진은 올 시즌 2억5천만원의 연봉을 받았다. 만약 FA 계약을 맺는다면 여자부 최고 연봉자인 양효진(3억원·현대건설)을 넘을 전망이다. 2억2천만원을 받은 박정아 역시 비슷한 수준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IBK기업은행이 이 모든 금액을 부담할 수 있느냐가 가장 큰 변수다.
IBK기업은행의 통산 3번째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뤄낸 이정철 감독과 핵심 멤버. 과연 그들이 다음 시즌에도 함께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