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 중 세 번째로 구속수감될 위기에 처했다. 그리고 역대 최초로 영장 심사를 받는 처지가 됐다.
박 전 대통령은 그렇지만 지금까지 일관되게 범죄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박근혜는 왜 끝까지 범죄혐의를 부인할까?" 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 보고자 한다.
= 그렇다. 영장심사는 원래 비공개로 열린다. 그동안 영장심사가 진행되는 법정 주변에서 기자들이 이른바 '벽치기'로 귀동냥을 해왔지만 최근에는 그것도 어려운데다 이번에는 특히 철저한 경계 때문에 심사내용을 사전에 알기는 어려울 것이다.
영장심사는 시간이 꽤 걸릴 전망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심사가 7시간 넘게 이뤄졌는데 박 전 대통령은 그 정도는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부인으로 일관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영장발부는 아무래도 내일(31일) 새벽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 박 전 대통령이 검찰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했다고 했는데 오늘도 부인할까?
= 모든 혐의를 부인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25일 태블릿PC 가 공개된 뒤 하룻만에 첫 대국민 사과를 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최순실씨는 과거 제가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인연으로 지난 대선 때 주로 연설이나 홍보 등의 분야에서 저의 선거운동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전달됐는지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이나 소감을 전달해주는 역할을 하였습니다"며 처음으로 최순실씨의 존재를 인정했다.
그렇지만 내용적으로는 '개인적인 의견이나 소감을 전달해 주는 역할'이라며 사실을 축소하고 은폐한다.
11월 4일 2차 대국민 사과에서는 "국가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서 추진된 일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특정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여러 위법행위까지 저질렀다고 하니 너무나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이라면서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이런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기만 합니다"고 토로했다.
역시 미르와 K'스포츠재단이 사익추구가 아니라고 하면서 책임을 '특정개인' 최순실씨에게 떠넘긴다.
11월 29일 세 번째 대국민 사과에서는 "저는 1998년 처음 정치를 시작했을 때부터 대통령에 취임하여 오늘 이 순간에 이를 때까지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마음으로 모든 노력을 다 해왔습니다. 단 한 순간도 저의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고 작은 사심도 품지 않고 살아 왔습니다"면서 어떤 개인적 이익도 취하지 않았다며 책임에서 빠져나간다.
1월 1일 갑작스럽게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삼성 합병과 관련해 "완전히 엮은 것이다. 그 누구를 봐줄 생각, 이것은 손톱만큼도 없었고 제 머릿속에 아예 없었다"는 것과 문화계 블랙리스트라와 관련해서는 "저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부인한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1일 검찰에 출두해서 14시간 가량의 조사와 7시간 가량 조서를 검토했는데 그 때도 자신의 혐의를 대부분 부인하거나 민감한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일일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의 영장심사에서도 이런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 박 전 대통령이 이렇게 끝까지 부인하는 이유는 뭐냐?
= 첫 번째는 구속을 피하기 위해서다.
박 전 대통령이 지금에 와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한다면 어떻게 될까? 법원에서 영장을 기각할까? 아마 부인으로 일관하는 것 보다는 기각 가능성이 조금은 높아지겠지만 대세를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다.
오히려 모든 걸 잃게 될 것이다. 지지자들은 떨어져 나갈 것이고 박 전 대통령은 갈 곳이 없어 질 것이다. 그러니 박 전 대통령은 끝까지 부인으로 일관할 것이다. 설사 구속수감 되더라도 재판과정에도 부인으로 일관할 것이다.
한 중진 법조인은 "박 전 대통령이 이제와서 범죄혐의를 인정한다면 모든 걸 잃게 된다. 끝까지 모르쇠로 일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전 대통령은 처음에는 사법절차를 거부하면서 버티는 전략을 폈지만 그게 헌법재판소에서 8:0 전원일치로 파면 결정이 나자 버티는 걸로는 구속을 피하기 어렵다는 걸 알았을 것이다.
그래서 검찰의 소환과 법원의 영장심사 등 사법절차에는 응하되 범죄 혐의는 일관되게 부인하는 작전으로 바꾼 것으로 보인다.
바른정당 이혜훈 의원은 "물증이 있고 관련 진술이 있는데도 부인하고 수사에 불응하고 영장심사에도 출석하지 않으면 구속 사유로 작용하니까 영장심사에 출석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구속만은 피하려고 할 수 있는 일은 다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검사출신인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도 "박 전 대통령의 관심은 어떻게든 구속만은 피하자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렇지만 관련 사실을 끝까지 부인할 것"으로 예상했다.
세 번째도 역시 구속을 피하기 위한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지금까지 일관되게 자신의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 물증이나 진술이 나올 경우 자신은 몰랐다고 아랫사람들에게 책임을 미루는 것이다.
국회 소추 국회 대리인단 단장이었던 황정근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은 책임전가형"이라면서 "뭐가 드러나면 자신이 안했다. 책임지는 게 아무것도 없고 밑에 사람이 알아서 했다고 한다. 옛날부터 그랬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이 이렇게 부인으로 일관하는 건 책임을 지지않고 구속도 피하겠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최태민의 의붓아들 조순제씨 녹취록에 "사전에상의 다하고 협의 다하고 그 다음에 최종(결정)한 것도 결과가 나쁘면 전부 잡아떼 버려", "결과만 나쁘면 전부 잡아떼 버리고 자긴 쏙 빠져 버리는 거야"라는 대목이 나온다.(또 하나의 가족 139p)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이 탄핵소추 이후 취해온 행동은 일관되게 구속만은 피하자는 것이었다"면서 "1차 검찰수사를 기피한 뒤 특검 수사는 시간끌기로 수사기간을 넘겼고 헌재 탄핵심판도 어쨌거나 출석하지 않고 시간을 끌아왔다"고 말했다.
= 박 전 대통령이 정말 뭘 몰라서 그러는 걸까? 법률도 모르고 잘못된 것이라는 인식이 없어서 그러는 걸까?
일부 정신과 의사들이나 정치권에서 박 전 대통령의 성장과정에서 제대로 된 '법 의식'(리걸 마인드)가 없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원조 친박이었던 이혜훈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이 바보가 아니다"면서 "2007년 이명박 전 대통령과 검증 경쟁일때 금품수수와 관련없는 일에 대해서도 MB가 책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들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만 왜 그렇게 관대한 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고 덧붙였다.
중견 법조인들은 박 전 대통령의 '모르쇠'가 처음에는 의도된 것이었다면 지금에 와서는 일종의 '자기최면'에 걸린 것으로 본다.
검사출신인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은 "계속 부인하다보면 스스로 그걸 사실로 믿게 된다"고 말했다. 한 중견 법조인도 "일종의 자기 최면에 걸릴 것으로 보인다. 처음에는 의도적으로 부인했다가 지금은 그걸 사실로 믿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앞으로 검찰의 직접 조사 협조 요청에는 일절 응하지 않고 중립적인 특검 수사에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특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하자 특검조사도 차일피일 미뤄서 특검수사기간이 끝날때까지 버텼다.
이나미심리분석연구원 이나미 원장은 "모든 걸 부정하면서 파면 이후에는 음모론 으로 몰아가면서 그걸 지지자들과 공유하는 '공생적 망상관계'"라고 분석했다.
▶ 정말로 어떻게 자신이 한 일을 모를 수 있을까?
= 그래서 일종의 사교집단 같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이나미 박사는 "망상을 공유할 경우 그걸 진실로 믿는다. 일종의 사교집단 비슷하지 않을까?"라고 분석을 했다. 한 국립대학병원 정신분석과 의사는 "일종의 '감정불능장애'로 보인다"면서 "어떤 상황과 자신의 감정을 분리시키는 것으로 그걸 부정하고 그 일이 없는 것처럼 자신을 분리시킨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촌형부인 김종필 전 총리는 언론인터뷰에서 "(박 전 대통령은) 한마디로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고 평가했다.
▶ 박 전 대통령 구속될까?
= 구속될 가능성이 99%라고 본다. 나머지 기각될 가능성 1%는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혐의를 시인하고 선처를 호소한다면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