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선터에서 열린 대통령 후보 경선 첫 연설에서 '국민에 의한 연대'를 언급했다.
박지원 당 대표는 현장에서 연설을 유심히 들었다. 그리고 이 표현을 듣고 안 전 대표의 연대 불가 입장이 미묘하게 바뀌었음을 직감했다고 며칠 뒤 기자들에게 설명했다.
안 전 대표는 수개월간 자강론을 강조하며 연대론에 선을 긋고 있고, 국민의당 중심의 정권교체를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당내 경선이 중후반을 향해 달리고 있는 현재도 기본 입장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캠프 안팎의 공기는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자강론을 밑바탕으로 캠프에서도 여러 시나리오들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호남 경선이 10만여명에 육박하는 시민들을 끌어모으며 흥행에 성공하고, 여기에서 64%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자강론'을 증명한 이상, 촉박한 선거기간 동안 후보 경쟁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면서도 '문재인' 대 '안철수'의 양자 구도를 만드는데 주력해야 한다.
양자 구도는 곧 후보 단일화 문제로 귀결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즉, 안 전 대표가 말하는 '국민에 의한 연대'는 민심이 양자 대결을 원하는 것을 전제로 일부 후보 단일화에는 응할 수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도 해석된다.
앞서 안 전 대표는 ▲대통령 탄핵 반대 세력에 면죄부를 주는 연대 ▲특정 정치인을 반대하기 위한 연대 ▲정치인만을 위한 무원칙 연대는 절대 안하겠다며 '연대 불가의 3대 원칙'을 제시한바 있다.
연대 자체를 완전히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연대의 기본 원칙과 조건을 제시함으로써 추후 자신에게 유리한 길을 터놓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캠프 내부 관계자들도 연대라는 단어조차 금기시하는 분위기에서 유연하게 여러 가능성을 모색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이같은 흐름 속에서 캠프 바깥에선 박지원 대표가 정치권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면밀히 움직이고 있다.
박 대표는 최근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과 김종필 전 총리를 만나고 조만간 김종인 전 대표와도 회동을 시사하는 등 정치 원로들과 명망가들을 접촉해 외연확장에 시동을 걸고 있다.
안철수 캠프 측 모 인사는 "후보는 자강론을 바탕으로 중심을 잡아가고, 외곽에서는 박지원 당대표 등이 외곽에서 일정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 후보는 가장 마지막 순간에 판단하고 나서게 될 것 같다"고 개인적 소견을 밝혔다.
다만, 안 전 대표는 연정을 후보단일화를 위한 수단으로 삼지는 않겠다는 방침이 아직까지 확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철수 캠프측 모 의원은 "아직 캠프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지는 않았지만 연대와 연정은 분리돼야 하고, 후보 단일화 대가로서 연정은 없다는 것이 안 전 대표와 캠프의 기본 입장"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