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위원장은 이날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 당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는 오는 31일 전당대회를 끝으로 비대위원장직을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3개월 전만 해도 침몰 직전이었던 우리 당이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 대선후보를 내게 돼 감개무량하다"며 "비대위원장이라는 소임이 끝났다고 판단됐다"고 말했다.
사퇴 배경을 묻는 질문에는 "그런 것 없다"면서 "오래 전부터 생각했다"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12월 취임 후 서청원·최경환·윤상현 의원 등 핵심 친박계에 당원권 정지 징계를 내리며 각을 세워 오던 인 위원장이 친박계와의 권력싸움에서 결국 백기를 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핵심 친박계에 대한 출당 조치를 성공시키지 못하고 당원권 정지라는 반쪽 징계 수준에서 인적 청산을 마무리한데다,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지역구에 대한 무공천 원칙을 번복하고 친박계인 김재원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공천한 점도 요인으로 지목된다.
실제로 인 위원장은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그 분은 이번 탄핵 정국에 책임있는 분"이라며 "공천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부득이하게 공천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어제 비대위 회의에 심기가 불편해서 오지 않았다"며 "내 손으로는 (공천을 결정하는) 방망이를 못 친다고 했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인적 청산부터 공천 작업까지 사사건건 친박계와 대립하며 한계를 절감한 인 위원장은 꽤 오래 전부터 '사퇴'를 고민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 핵심 관계자는 "오는 31일 전당대회에서 결정되는 대선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며 "인 위원장이 이전부터 타이밍을 고민해 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30일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 신문이 예정돼 있는데다 31일은 자유한국당 전당대회가 열릴 예정이어서 29일이 사퇴 발표의 '적기'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인 위원장의 사퇴로 친박 청산 작업 역시 미완으로 마무리되면서 당명까지 바꾼 자유한국당이 '도로 친박당', '도로 새누리당'으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친박계와의 결별을 선언하며 새누리당에서 갈라져 나온 바른정당은 "친박세력 청산 의지와 달리, 현재 자유한국당은 당명만 바뀌었을 뿐 친박 패권주의에 대해 국민의 눈높이에 부합하는 어떤 조치도 수반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바른정당 오신환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보수의 분열을 초래한 친박패권주의 세력에 대해 제대로 된 청산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보수의 위기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며 "자유한국당은 인 위원장의 사퇴 이후라도 친박패권주의 세력에 대한 대대적인 청산을 마무리해 진정한 쇄신의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