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타임' 지킨 이상민의 응급처치…미래가 미래를 살렸다

지난 27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한국과 잠비아의 아디다스 U-20 4개국 국제축구대회에서 수비수 정태욱이 공줄볼 경합 과정에서 큰 충격을 받고 경기장에 쓰러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동료 선수들은 발 빠르게 움직여 응급처치에 나섰고 그 결과 정태욱은 다행히 의식을 찾았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지난 27일 한국과 잠비아의 아디다스 U-20 4개국 국제축구대회가 열린 천안종합운동장. 당시 경기장에서는 탄식이 쏟아졌다. 결과는 한국의 4-1 완승으로 끝이 났지만 경기 중 아찔한 장면이 연출된 까닭이다.

한국이 4-1로 크게 앞선 후반 35분. 수비수 정태욱(아주대)은 우리 문전에서 잠비아의 케네스 칼룽가와 공중볼 경합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정태욱이 상대 선수와 머리를 강하게 부딪치고 쓰러졌다.

머리에 강한 충격을 받은 정태욱은 몸의 중심을 잃고 떨어졌고 착지를 제대로 하지 못해 그라운드에 다시 한 번 머리를 크게 찧었다. 결국 정태욱은 정신을 잃고 말았다.

상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은 동료 선수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정태욱의 주변에 모여들었다. 수비수 이상민(숭실대)은 가장 먼저 움직여 응급처치에 나섰다.

정신을 잃은 정태욱은 혓바닥이 안으로 말려 들어가고 있었다. 초동대처가 빨리 이뤄지지 않는다면 혀가 기도를 막아 최악의 상황으로 번질 수 있는 상황. 이를 인지한 이상민은 재빨리 정태욱의 입에 손을 넣어 혀가 말려 들어가는 것을 막았다. 호흡곤란 증세까지 나타나자 기도를 확보하고 인공호흡까지 진행했다. 또 다른 선수는 정태욱의 스타킹과 축구화를 벗기며 혈액 순환을 도왔다. 이같은 동료들의 빠른 대처 덕분에 정태욱은 의식을 되찾았다.


이 모든 것이 20초 안에 일어났다. 응급처치를 제대로 숙지하고 있던 이상민의 초동대처가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은 것이다. 정태욱은 이후 목 보호대를 한 채 경기장에 들어온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후송됐다.

정태욱은 천안순천향병원에서 진행된 정밀 검사 결과 경추(목뼈) 미세 골절로 전치 6주 진단을 받았다. 불행 중 다행인 결과다.

이와 비슷한 상황은 지난 3일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데포르티보 라코루냐의 경기에서도 벌어진 바 있다. 아틀레티코의 공격수 페르난도 토레스가 상대 팀 악렉스 베르단티뇨스와 공중볼 경합을 벌이다 충격을 받고 경기장에 쓰러졌다. 당시에도 동료 선수들이 재빨리 달려가 응급처치를 진행했고 그 결과 토레스도 의식을 되찾을 수 있었다.

정태욱을 살린 이상민의 행동은 영상으로 재조명됐다.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에는 '긴급상황! 쓰러진 정태욱 선수를 살린 이상민 선수의 인공호흡'이라는 제목으로 당시 상황을 담은 영상이 올라왔다.

이 영상은 28일 현재 조회수 35만을 넘길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영상을 본 네티즌들 역시 이상민과 동료 선수들의 발 빠른 대처에 찬사를 보냈다.

한 네티즌은 "구급차에 실려 가기까지 신속한 인공호흡을 진행한 이상민 선수에게 경의를 표합니다"라는 말로 박수를 보냈다. 또다른 네티즌은 "모범적인 응급처치의 표본이다. 구조요청 이후 즉각적인 소생술까지, 어린 선수들이지만 침착하고 슬기롭게 대처해서 큰 사고를 면할 수 있었다"고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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