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체 세우면 유해 흩어져, 신중하게
- 쌍끌이로 바닥 훑는 조사 필요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민재(CBS 세월호 인양 현장 취재팀), 박선주(충북대 고고미술사학 명예교수)
미수습자의 유골인 줄 알았는데 동물뼈로 밝혀진 그 어이없는 소동이 휩쓸고 간 세월호. 오늘 아침 표정은 어떨까요. 현장부터 연결합니다. CBS 특별취재팀 김민재 기자 연결이 돼 있습니다. 김민재 기자!
◆ 김민재> 네, 저는 지금 진도 팽목항에 나와 있습니다.
◇ 김현정> 미수습자 유해 발견했다 보도가 쏟아져 나오고 저희도 준비됐던 인터뷰 내용을 바꾸고 이런 소동이 있었는데 몇 시간 뒤에 동물뼈라고 밝혀진 이 상황 어떻게 된 거예요. 현장에서는 좀 취재해 보셨죠?
◆ 김민재> 네, 일단 어제 오전 11시 20분쯤 세월호가 올려진 반잠수선 갑판에서 뼛조각들이 발견된 게 시작입니다. 해수부는 오후에 열린 긴급 브리핑에서 4에서 18cm가량의 뼛조각이 6개 발견됐다고 말했습니다. 발견된 장소는 세월호 뱃머리 특히 배를 운전하는 조타실 아래 갑판으로 리프팅빔을 받치고 있는 반목 주변에 끼어 있었다고 하고요. 세월호 선체 부양 과정에서 배 안에 펄과 함께 흘러나온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 김현정> 그렇죠.
◆ 김민재> 저녁에는 국과수 광주연구소 연구원 6명이 급파돼서 미수습자 가족과 함께 현장검증을 하러 반잠수선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밤 9시쯤 막상 국과수 연구원들이 보니까 6개도 아니고 7개다. 그리고 사람의 뼈가 아니라 아마 식당 식재료로 쓰다 남은 듯한 돼지뼈였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 김현정> 쉽게 말하면 돼지고기에서 나온 뼈라는 얘기예요, 식재료라는 얘기는?
◆ 김민재> 그러니까 제가 정확하게 뼈를 보거나 아니면 검증 결과가 자세히 나오지는 않았는데 지금 국과수에서 추정하기로는 돼지가 애완동물로 들어가거나.
◇ 김현정> 그럴 일은 없으니까.
◆ 김민재> 제주도는 돼지 반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살아 있는 돼지는. 그렇기 때문에 이거는 식재료로 쓴 돼지뼈가 아니겠느냐 이렇게 추정하고 있죠.
◇ 김현정> 일종의 어이없는 해프닝으로 끝난 건데. 그런데 그 과정에서 가족들이나 해수부 관계자들한테는 이 상황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는 얘기는 또 뭡니까?
◆ 김민재> 방금 말씀드린 뼛조각이 발견됐다는 시점 이게 오전 11시 20분쯤이면 미수습자 가족들이 인근 선박에서 온전한 수습을 기원하면서 종교행사에 참여하려고 했던 바로 그때입니다.
◆ 김민재> 그렇죠. 그런데 4시간이 지난 3시 반쯤에야 뼛조각 발견 사실을 취재진들에게 알렸고요. 가족들조차도 이때 언론을 통해서 이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 김현정> 가족도 신문 보고, 보도 보고 알았어요?
◆ 김민재> 거의 해수부의 공지 문자가 언론과 가족들에 거의 비슷하게 알려졌던 것 같은데 그래서 언론을 통해서 주로 이 사실을 알게 됐다는 증언들이 많았는데요. 심지어 상황을 총괄하는 인양추진단장도 3시간이나 지나서야 보고를 받았다고 브리핑에서 인정했습니다. 그동안 해수부가 번번이 가족들과 상의 없이 인양과정을 진행하더니 이제는 자신들의 보고체계조차 허술하게 구멍이 뚫린 걸 보여준 건데요. 주먹구구 인양 시스템의 적나라한 현주소가 드러난 셈입니다.
◇ 김현정> 돼지뼈로 밝혀지긴 했습니다만 지금 뭔가가 바깥으로 나왔다는 건 정부가 유실방지대책 철저하게 했으니까 배수과정도 문제없을 거라고 했던 것이 이게 진짜인가 의심하게 돼요.
◆ 김민재> 그렇습니다. 사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지금껏 해수부가 유실방지책을 완료했다고 했는데 수색작업도 아닌 인양 도중에 의도치 않게 유실사태가 발견됐다는 점입니다. 비록 이번에는 돼지뼈가 반잠수선 갑판 위로 떨어졌지만 그동안 미수습자의 유해나 유류품 또는 세월호 참사의 핵심 증거들이 이런 방식으로 바닷속 어딘가 떨어져서 급류에 떠내려갔을 수도 있다는 얘기죠.
◇ 김현정> 그렇죠. 그동안 유실방지망 두르고 펜스 설치하고 뭐 잠수사 동원해서 해저도 꼼꼼히 보고 한다고 해 왔었잖아요.
◆ 김민재> 그렇습니다. 그런데 정부 발표는 그랬는데 실제로는 유실방지책 곳곳에 허점이 보여서 문제가 제기됐죠. 특히 인양 과정에서 가장 우려되는 시점은 지난 24일 전후입니다.
◇ 김현정> 그날이 어떤 날이죠?
◆ 김민재> 이날이 어떤 날이냐, 전날 저녁부터 밤새도록 세월호의 선미 좌현 램프를 제거해서 가로 7m, 세로 11m 구멍이 뚫린 날입니다.
◇ 김현정> 그날?
◆ 김민재> 네, 그렇죠. 또 저희가 어제 단독보도한 대로 인양당국이 조류가 더 빠른데다 위험하고 원래 계획보다 멀기까지 한 곳에 반잠수선을 몰래 옮겨놓고는 소조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서 세월호를 이곳으로 서둘러 이동시킨 날이기도 합니다. 김현정 앵커도 생각을 해 보시면 배 뒤에 커다란 구멍을 뚫어놓고 시간 없다고 유실방지망도 안 두르고 해저에 깔아둔 펜스 밖으로 나가서 3km을 항해하는데 오늘 같은 유실 사태가 물속에서 벌어졌다면 이때 사라진 것들을 어떻게 찾겠습니까?
◇ 김현정> 이번에는 돼지뼈였지만 혹시라도 미수습자의 뭔가가 새나갔을 가능성 이걸 생각하면 좀 아찔한 거네요.
◆ 김민재> 그렇죠. 그러고도 이 사태를 책임질 수 없는 일이 벌어지는데 그런데도 유실보완책도 없이 원래 계획대로 30일 목포로 출발하겠다면서 인양을 서두르는 당국을 보고 있으면 자칫 껍데기 인양이 되는 건 아닌지 우려됩니다. 지금까지 진도 팽목항에서 전해 드렸습니다.
◇ 김현정> 김민재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팽목항을 연결해 봤습니다. 이제 유해들, 지금 미수습자 가족들은 말합니다. 우리의 소원은 유가족이 되는 것이다. 어서 빨리 시신이라도 보고 싶다는 얘기를 누누이 하고 있는데. 이들을 어떻게 발견할 건가. 유골을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발견할 것인가가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죠. 그래서 이분 모셨습니다. 6.25 전사자유해발굴단장을 지냈고요. 진실화해위원회 민간인 희생자 유해발굴 조사단장도 지낸 분 우리나라 최고의 유해발굴 권위자입니다. 충북대학교 박선주 명예교수 연결해 보죠. 박 교수님, 나와계세요?
◇ 김현정> 제일 궁금한 게 사람뼈인지 돼지뼈인지 구분하는 게 그렇게 어렵습니까?
◆ 박선주> 훈련 받은 전문가가 보면 그 자리에서 알 수 있죠.
◇ 김현정> 전문가는 그 자리에서?
◆ 박선주> 네.
◇ 김현정> 국과수는 어제 9시에 가자마자 그래서 바로 안 거예요?
◆ 박선주> 글쎄, 국과수에서 누가 갔는지 모르겠어요. 왜냐하면 사람뼈하고 동물뼈를 다 훈련받은 사람. 받은 사람이면 금방 알 수가 있고 또 사람뼈만 훈련받았다 해도 이건 사람뼈가 아니구나 이렇게 금방 알 수가 있는데 국과수에서 그렇게 5시간씩 넘어서 한 건 아마 좀 정확하게 하느라고.
◇ 김현정> 아니, 국과수가 도착한 자체가 늦고요. 아마 국과수 도착하기 전까지는 거기 있는 사람들은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다 사람뼈라고 생각을 했던 모양입니다.
◆ 박선주>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희도 걱정하는 게 수색대가 들어간다든지 거기 일하는 사람들한테 기본적으로 사람뼈가 어떻게 생겼다는 그런 오리엔테이션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 김현정> 그러면 지금 현장에는 인양작업 현장에는 유해전문가, 이런 분들은 하나도 없다는 얘기가 되는 거네요, 돌려 말하면?
◆ 박선주> 그 위에 탈 수가 없나보죠, 배 위에. 왜냐하면 주로 인양작업 쪽에 신경을 썼지 배 선체로 들어 올리는 그 안에서 물이 빠져나오면서 유실될 가능성 이런 것에 대해서는 아마 계획을 세우지 못했나 보죠.
◇ 김현정> 세우지 못하고 있다 보니까 지금 이 뼈를 보고도 전문가라면 첫눈에 보고 이게 사람뼈인지 동물뼈인지 구별을 할 건데. 전문가가 하나도 없다 보니까 10시간 지나도록 사람뼈다 이렇게 하는 이런 소동이 벌어진 거군요?
◆ 박선주> 저도 궁금한 게 배 위에 한국분들이 타고 계신지 아니면 중국 샐비지팀들만 있는 건지 해수부에서도 해수부 관계자 인양하는 데 나가 있는 건지 그런 걸 전혀 모르겠어요.
◇ 김현정> 그건 무슨 말씀이세요? 아니, 한국사람이 있고 없고 어떤 차이가 있다는 말씀이에요?
◆ 박선주> 예를 들어서 중국 사람들이 일을 하면서 거기서 그런 게 나왔을 때 그것의 중요성 같은 걸 이해하지 못하고 놔뒀다든지 그럴 수도 있으니까.
◇ 김현정> 걱정되는 점이 이번 소동 보면서 여러 가지가 있다는 말씀이신데 이제 뭍으로 옮기고 나면 본격적인 수색작업이 시작될 겁니다. 시간은 어느 정도나 걸릴 걸로 예상하세요?
◆ 박선주> 작년에 해수부가 만든 거 보니까 자기네들 계획이 한 한 달 가까이 안전장치 하고 그리고 한 석 달, 선체만 하는 데 한 석 달. 그리고 선창 밑에 거기 두 달에서 최대 한 5개월쯤 잡아놓고 있더라고요.
◇ 김현정> 5개월쯤요?
◆ 박선주> 네.
◇ 김현정> 시간은 5개월. 수색방법은 아직 확정은 아닙니다만 해수부가 제일 유력하게 검토하는 건 일단 객실 부분을 따로 떼어내겠다. 그런 다음에 배를 똑바로 세워서 수색에 들어가겠다 이런 방안입니다. 이 방법은 어떻게 보십니까?
◆ 박선주> 제가 며칠 전에 국회에서 수습방안에 대해서 발표하면서 제가 몇 가지 가정을 했어요. 예를 들어서 배 안에 펄이 있는 경우 펄이 있어도 많이 있는 경우 조금 있는 경우 또 펄이 없는 경우. 그다음에 또 하나 유해가 3년씩 됐지 않습니까? 3년씩 됐으니까 그 안에서 어느 상태로 남아 있을까. 그걸 쭉 외국자료를 조사해 보니까 뼈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만일 펄에 물이 있어서 뼈가 관절이 다 떨어져가지고 남아 있으면 그게 바로세우는 과정에서 그게 움직일 수가 있죠. 움직일 수가 있으니까 현장이 교란되는 거죠. 그리고 다른 유해하고 섞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거죠. 그래서 일단은 제가 그날 제안한 게 미수습자가 남아 있다고 추정되는 그 방. 그 방에 먼저 수색대가, 선발대가 들어가서 상태를 보고 그 안이 예를 들어서 펄이 쌓여 있고 뼈들이 흩트러져 있을 가능성이 있으면 움직이면 안 되는 거고.
◇ 김현정> 세우면 안 되는 거군요?
◆ 박선주> 그렇죠. 세우면 안 되고 들어가봤더니 별 문제가 없을 것 같다 이렇게 판단이 나면 세워도 괜찮다고 그런 얘기를 했거든요. 그러니까 서두르지 말고 차근차근 한번 먼저 시험적으로 들어가보고 그 다음 단계로 하는 게 좋겠다는 그런 방법을 제안했어요.
◇ 김현정> 그러니까 국민들이 아니, 뭍으로 나왔는데 이게 도대체 수개월이 되도록 왜 이렇게 수색작업 오래해 라고 하면서 재촉할 일은 아니란 말씀이에요?
◆ 박선주> 그렇죠,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바로세울 일도 아니다. 지금 해저 수색작업은 진행 중입니다. 왜냐하면 이게 움직이는 동안 혹시 뭐라도 유실됐을까 봐. 그런데 그걸 중국의 상하이샐비지 잠수부들이 하고 있어요. 해저 수색작업은 그들한테만 맡겨도 되겠습니까?
◆ 박선주> 사실은 잠수부가 들어가서 바닥을 눈으로 훑고 다닌다는 거, 그게 조금 좋은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이 드네요.
◇ 김현정> 그래요? 왜 그렇습니까?
◆ 박선주> 그런 걸 갖다 쌍끌이하듯이 쭉 끌어가지고 들어 올려서 그다음에 물로 다 닦아내면 판에 남아 있는 것들 거기서 뼛조각이나 치아 같은 것이 흘러나갈 수가 있다고 보여지는데 그런 걸 찾아내는 작업을 좀 해 주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 김현정> 눈으로만 쓱쓱 보고 다니는 거 말고 쌍끌이로 쫙 바닥을 훑어내는 작업을 하면 어떻겠느냐?
◆ 박선주> 훑어내서 들어 올리면 그 사이로 물은 다 빠져나가고 걸리는 것들이 있을 텐데 그런 걸 다 조사해야 되죠.
◇ 김현정> 지금 배가 빠져나간 뒤에도 그건 할 수 있는 거잖아요. 펜스는 쳐놨다고 하니까. 그런 작업 이어지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교수님 오늘은 일단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 박선주> 네.
◇ 김현정> 우리나라 최고의 유해발굴 전문가입니다. 충북대학교 박선주 명예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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