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퇴진’ 세종대왕상 기습시위 신학생들 ‘무더기 벌금형’ 고통

검찰이 지난 2015년 12월 ‘한·일위안부합의’ 무효를 주장한 대학생 김샘 씨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하면서 반대 여론이 들끓고 있다. 2014년 5월, 세월호 참사로 나라 전체가 침통한 분위기에 휩싸였을 때 광화문 세종대왕상에 올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퇴진을 주장한 신학생들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신학생들이 정의를 위해 거리로 나섰지만 돌아온 것은 무더기 벌금형이었다. [편집자 주]

사진은 2014년 5월 8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감신대 생들의 기습 시위 장면.

“(세월호)유가족을 우롱하는 박근혜는 물러가라” - 2014년 5월 8일 세종대왕상 기습 시위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이 채 안된 2014년 5월, 8명의 감리교신학대학교 학생들이 광화문 세종대왕상에 올라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전대미문의 기습시위를 벌였다.

무모하게만 보였던 신학생들의 외침은 결과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파면을 예측한 예언이 됐다.

당시 여론은 신학생들을 연행한 공권력을 향해 “민주주의에서 하고 싶은 말을 했을 뿐인데 왜 연행하느냐”는 반응에서부터 “박근혜 정권의 역사 퇴행을 우려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한 켠에서는 “법과 원칙을 어기면서까지 세종대왕상에 올라가 기습시위를 했어야 하느냐”는 질타의 목소리도 있었다.

세종대왕상 위에서 ‘유가족 요구안을 전면 수용하고 무능 정부 박근혜는 퇴진하라’는 내용의 선언문을 낭독한 이종건 전도사(감신대 휴학 중)는 3년 전 행동에 대해 전혀 후회가 없다고 말했다.

이종건 전도사는 현재 옥바라지선교센터와 경기도 하남시에 위치한 선한이웃교회에서 전도사 생활을 하고 있다.

이종건 전도사는 “세월호 유가족들에 대해 종북 몰이를 하는 등 정치적으로 탄압하는 것을 묵과할 수 없어서 기습시위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최고 통수권자에게 전하는 메시지였기 때문에 두려움도 있었지만 하나님 앞에 정의로운 일이라고 생각해 시위에 나섰다”고 말했다.

세종대왕상 기습 시위에 나섰던 이종건 전도사는 오늘도 세월호 유가족을 위해 기도하는 것을 빼놓지 않는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제대로 된 진실을 마주할 수 있는 날이 속히 오기를 기도한다.

세종대왕상에 오르기 전 일주일동안 기도하면서 고민했던 사실도 털어 놓았다.


이 전도사는 “도시빈민선교회와 사람됨의신학연구회 소속 신학생들이 일주일동안 기도하면서 기습 시위가 세월호 유가족들이 바라는 행동일까, 우리의 행동이 부담을 더 안겨주는 것은 아닐까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감신대 신학생들의 세종대왕상 시위는 장신대나 한신대, 총신대, 서울신대 등 여타 신학생들이 세상의 고난 받는 이웃들에게 눈을 돌리는 촉매제가 됐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촛불시위 참석을 주저했던 신학생들이 학내에서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는 성경의 가르침에 응답하기 시작했다. 각종 추모기도회와 진상규명을 위한 서명운동 바람도 불었다. 감신대의 경우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기도회에 전교생 800여명 가운데 300명이 참석했다.

우리 사회 고난 받는 이웃들과 함께 해 온 진광수 목사(감리교시국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는 “신학을 공부하는 친구들이 세월호 생명의 문제에 대해 자신을 걸고 거리로 나갔다는 생각에 가슴이 뭉클했다”면서 “기독교가 이 시대에 할 수 있는 일이 이런 것 아닐까 곱씹으면서 우리 후배들이 그런 일을 했구나하는 데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힘껏 예언자적 목소리를 낸 신학생들을 기다리는 것은 무더기 벌금형이었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외치며 세종대왕상 기습 시위를 벌였던 이종건 전도사는 미신고 집회를 벌였다는 이유로 시위에 동참한 4명의 신학생들과 함께 1인당 100만원의 벌금형이 최종 확정됐다.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석했던 한 신학생은 집회 신고 된 시간을 어겼다는 이유로 해산명령블응죄와 일반교통방해죄, 특수공무집행방해죄 등이 적용돼 500만원의 벌금형을 맞았다. 또 이아무개 목사는 세월호 1주기 추모 기도회에 참석했다가 공무집행방해죄로 재판을 받고 있고, 수 백 만원의 벌금형이 유력하다.

감리교시국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 이후 시위를 벌인 감리교 계통 신학생, 전도사, 목회자가 받은 벌금형이 3천 만 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감리교시국대책위원회는 벌금형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돕기위해 ‘시대의 아픔에 동참한 신학생들을 위한 모금 콘서트 ’우리는 오늘도 실패에 동참한다’를 다음 달 3일 감신대 백주년기념관 중강당에서 개최한다.

콘서트에는 단원고 희생자 유가족들로 구성된 4.16 합창단과 길가는 밴드, 김이슬기, 더하모니, 청년외침, 평화산책, 황푸하 씨 등 모두 7팀이 이 땅의 정의를 위해 거리로 나선 신학생들을 응원한다.

이종건 전도사는 “하나님의 정의를 위해 행동하고 유치장 가는 것은 두렵지 않지만 혼자라는 느낌은 인간적으로 견디기 어려울 것 같다”면서 신앙의 양심에 따라 행동한 신학생들을 응원해 줄 것을 부탁했다.

진광수 목사는 “신학생들이 비정규직의 문제, 세월호의 문제, 인권의 문제, 생명의 문제, 생존권의 문제 해결을 위해 거리로 나간 것”이라면서 “한국교회가 마땅히 지향해야 할 바를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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