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의혹은 지난 23일 진행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상임위원회에서 불거졌다.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은 이날 2015년 6월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산영화제) 예산 삭감 논란 당시 영진위에서 초고를 쓰고, 문체부가 감수해 이를 외부 인사가 언론에 기고해 여론 왜곡에 나섰다고 폭로했다.
영진위 직원과 문체부 직원이 주고 받은 구체적인 이메일 내용까지 공개하면서 관련 조사를 촉구했다.
한독협은 이에 대해 28일 성명서를 발표해 "문체부와 영진위 실무라인에서 각종 여론 조작과 배제의 지침이 가동되고 있었다는 증거"라며 "독립영화전용관, 예술영화전용관, 각종 지원 사업에 일관되게 이 시스템이 적용됐다는 반증"이라고 문체부와 영진위를 비판했다.
또 한독협은 김세훈 영진위 위원장에 대해 '직권남용' 사유로 다른 검찰 고발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여론 조작 의혹이 불거진 이상, '사퇴'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고 본 것이다.
문체부에게는 담당 사무관을 밝히고 이메일 세부 내역을 감사해 이번 의혹을 분명하게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다음은 한독협 입장 전문.
영화진흥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의 '여론조작대필사건'에 분노한다!
영진위 김세훈 위원장은 사퇴가 아닌 구속수사 대상이다!
지난 2017년 3월 23일 진행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상임위원회에서 도종환의원은 "2015년 6월 부산영화제 예산 삭감 논란 당시, 영진위에서 초고를 쓰고 이를 외부 인사가 언론에 기고해 여론 왜곡에 나선 일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에 대한 근거로 2015년 6월 2일에서 6월 9일 사이 '영진위→외부인사, 외부인사→영진위, 문체부→영진위'로 이어지는 일련의 이메일 화면복사본이 공개되었다.
도종환 의원의 지속된 추궁에 김세훈 영진위 위원장은 모르쇠로 일관하다 결국 "본인이 수정하지 않았다"는 변명을 늘어놓았다. 이에 대해 도종환 의원은 김세훈 영진위 위원장을 위증으로 고발하고 송수근 문체부 1차관을 통해 '영진위와 기고문을 조율한 직원이 누군지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김세훈 영진위원장의 위증에 대해 진상조사를 할 것'을 촉구했다.
실제 지난 2015년 6월 16일 새벽 <[기고]부산국제영화제가 먼저 실천할 것들-김병재 동국대 영상대학원 겸임교수>라는 제목의 기사가 서울신문을 통해 게재되었다.
'BIFF는 조직 운영의 방만함, 정당하지 않은 직원 채용, 불투명한 예산 운영을 개선하지 않고 있다. -중략- 한 해 국제영화제 지원액은 35억 원이다. 그 35억 원 중 40% 이상을 지금까지 부산국제영화제가 권위와 규모를 앞세워 가져갔다. -중략- 부산영화제는 영화발전기금의 지원 축소에 불만을 터뜨리기 전에 냉철한 자기반성과 함께 변신을 해야 한다.' (기고문 중 일부)
결국 위와 같은 입장은 문체부의 입장이요, 영진위의 입장이었단 말인가?
공교롭게도 위 기고문이 발표된 2015년 6월 16일은 영화계 제 단체의 대표들이 부산에 위치한 영진위를 직접 항의방문한 날이다. 그 자리에서 단체 대표들은 '독립영화전용관 운영지원사업, 부산국제영화제 지원문제 등의 해결 및 논란을 일으킨 책임자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김세훈 위원장은 "본인은 심사에 간여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지원금이 대폭 삭감된 데 대해 본인 역시 당황스러웠으며, 임시 위원회를 개최하여 조금이나마 증액시키려 노력했다"고 답했다. 영화단체들 앞에서는 변명을 늘어놓고 사실 뒤에서는 공작을 펼치고 있었다는 것인가?
더욱 가관인 것은 2015년 6월 11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영화제이다", "최대한 BIFF를 도울 방법을 찾고 있는 중"이라는 이야기를 했다는 점이다.
최근까지 김세훈 위원장은 "자신은 블랙리스트를 본적도 없으며 각종 심사에 전혀 간여하지 않았고 특검의 조사까지 받았지만 아무런 증거가 없지 않은가? 자신에 대한 많은 오해들이 있어 너무나 속상하다"라는 말로 위원장직을 당장 사퇴할 뜻이 없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하지만 도종환 의원실의 폭로를 통해 한 가지 분명한 점이 밝혀졌다.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비망록에 등장했던 김기춘 전 청와대비서실장의 지시 내용 중 9월 10일에 등장했던 '이용관 집행위원장 60억 예산 지원'이라는 수첩의 내용, 즉 부산국제영화제를 탄압하려는 내용은 문체부를 통해 지속적으로 강제되었으며 '청와대-문체부-영진위'로 이어진 일련의 행위를 통해 실현되었다는 점이다.
적어도 위와 같은 시스템, 즉 '문체부 담당과-영진위위원장, 영진위 부서장-담당직원'으로 이어지는 실무라인에서 각종 여론조작과 배제의 지침이 가동되고 있었다는 증거이며 독립영화전용관, 예술영화전용관, 각종 지원 사업에 일관되게 이 시스템이 적용되었다는 반증이다.
더불어 2015년 4월 27일에 있었던 영화진흥위원회 정기 5차 회의 시 "2015년 글로벌 국제영화제 육성 지원 결정심사 심의·의결의 건"에 반대한 영진위원은 1명 뿐이었다. 영진위 위원장과 그와 함께 부역한 부서장 못지않게 9인 위원회의 역할이 부재하였음도 차제에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한국독립영화협회는 이번 부산국제영화제 여론조작대필사건에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힌다.
하나. 김세훈 영진위 위원장에 대해서는 이제 사퇴라는 말도 사치이다. 지금이라도 자신이 부역한 부분에 대해 명백하게 밝히고 모든 영화인들에게 사죄하라. 아울러 사퇴와는 무관하게 '직권남용' 등의 사유가 드러난 만큼 ‘공금횡령’에 이어 또 다시 검찰고발을 진행할 것임을 밝힌다.
하나. 문화체육관광부는 담당 사무관이 누군지 밝히고 이메일의 세부내역을 감사하여 부산국제영화제 지원축소 이외에도 문체부와 영진위 사이에 어떤 공작이 실행되었는지 분명하게 조사하라.
하나. 여론조작대필사건의 폭로에는 분명 영진위 내부직원의 양심적인 고발이 전제되었을 것이다. 우리는 끝까지 양심적 내부고발인에 대해서는 지지와 성원을 보낼 것이며, 또한 지켜낼 것이다.
하나. 블랙리스트 사태는 특검의 수사종료가 끝이 아니라 그 시작이다. 문화체육관광부 뿐만 아니라 그 산하 공공기관들에서 자행된 헌법을 거스르는 모든 행위가 명명백백하게 밝혀질 때까지 우리는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2017년 3월 28일
사단법인 한국독립영화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