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前 승무원들 "방향타 고장? 문제는 '평형수'"

참사 5일전 하선 승무원, 동료에게 "조심해라. 언젠가는 일 날 것"

세월호가 3년 만에 인양돼 모습을 드러내면서 방향타 고장설, 램프웨이 오작동설 등 침몰원인을 놓고 다양한 '설'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사고 전 세월호를 탔던 승무원들은 기계적 결함이나 운전미숙보다는 정량의 절반 이하로 채우고 다녔던 세월호 '평형수'가 직접적인 침몰원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 세월호, 출항 때마다 점검 '철저'

28일 오전 세월호 미수습자의 조기수습을 기원하는 4대종단 종교행사가 세월호 사고해역에서 열린 가운데 한 미수습자가족이 노란 장미를 들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전남 목포에서 5개월간의 수리과정을 거쳐 2013년 3월 15일 새롭게 취항한 세월호. 승무원들은 배에 잔고장은 없었고 출항 때마다 점검도 철저히 이뤄졌다고 주장한다.

지난 2013년 말까지 세월호 기관부에서 근무한 승무원 A 씨는 "쌍둥이 배라 불리는 오하마나호와 같은 엔진을 썼는데 세월호가 훨씬 상태가 좋았다. 엔진이 '덜덜'거리는 소리 없이 조용했고 고장 난 적도 없었다"고 증언했다.

참사 한 달 전까지도 세월호에 탔던 승무원 B 씨도 "반념 넘게 세월호를 타면서 큰 사고나 고장은 없었다"고 말했다.

기관부 승무원이었던 C 씨는 조타미숙도 절대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우리는 (사고가 난) 그 항로로 다닌 지가 몇 년이고 어디에 뭐가 있는지도 다 안다. 바보도 아니고 미숙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세월호 첫 취항 때부터 갑판부에서 일했다는 승무원 D 씨는 현재 언론에서 제기하는 조타기·방향타 고장이나 램프웨이(Rampway, 육지 차량이 선박으로 들어오는 통로) 문제는 사고 원인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조타기에 달린 모터 2개 중 한 개라도 고장이 나면 아예 출항을 못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출항 전에 조타기를 0도부터 최대 35도까지 쭉 돌려보면서 점검한다. 이는 출항 전 확인하는 가장 기본적인 사항이다"라고 덧붙였다. 조타기는 선박의 방향을 조종하는 장치를 말한다.


D 씨는 램프웨이가 열려 있어 침몰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출항 전 램프웨이를 닫은 뒤 6개의 실린더를 작동시켜 문을 고정하고, 마지막으로 수동으로 손잡이를 돌려 잠근다"고 말했다.

이처럼 세월호 램프웨이는 3단 장치로 강하게 닫혀 있으며, 항해 중에는 개방할 일이 없다고 한다. 설사 램프웨이가 제대로 닫히지 않으면 갑판부에 빨간불이 들어와 언제든 확인할 수 있다.

승무원들은 세월호 램프웨이가 열린 채 발견된 이유를 "배가 돌면서 화물이 한쪽으로 쏠리자 그 무게를 이겨내지 못하고 실린더가 부서진 탓"으로 보고 있다. 램프웨이가 열려 있던 것은 참사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라는 것이다.

◇ 수수께끼의 퍼즐은 '평형수'

28일 오전 세월호 미수습자의 조기수습을 기원하는 4대종단 종교행사가 세월호 사고해역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눈에 띄는 기계적 결함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기관부 승무원이었던 C 씨는 세월호 참사 5일 전 하선을 결심했다. 절반도 채우지 않은 평형수 때문에 배가 항해 중 심하게 흔들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어서다.

그는 "배에 짐을 많이 실을 땐 평형수 탱크의 3분의 1만 채우기도 했다"고 말했다. 때문에 배 밑에서 근무하던 기관부 승무원들은 항상 불안에 떨어야했다.

승무원 A 씨 역시 "화물칸에 차량이 들어갈 때마다 심하게 갸우뚱거렸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배 아랫부분에 있는 평형수는 선체가 흔들리더라도 넘어지지 않고 다시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평형수가 어느 정도 차 있어야 복원력이 생긴다.

C 씨는 6년간 일했던 세월호를 떠나면서 기관부 동료들에게 "항상 조심해라. 언젠가는 일 날거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처럼 평형수를 얼마나 채웠고, 복원력을 얼마나 상실했느냐를 밝히는 것이 침몰의 원인을 파악하는 핵심으로 보인다. 하지만 해수부는 현 상태에서 세월호의 평형수 문제를 확인할 길이 없다는 입장이다.

해수부는 지난 27일 언론브리핑에서 "평형수 탱크는 이미 해수가 유입돼 꽉 찼다. 사고 원인 조사도 지금 단계에서는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목포해양대 항해학부 임남균 교수는 지난 27일 C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정밀조사에서 선박 각 층마다 화물이 얼마만큼 적재돼 있었는지 확인한 후, 이를 토대로 당시 세월호의 복원성 정도를 파악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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