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2017 KCC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가 28일 오후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렸다. 올해는 6강에 진출한 구단의 감독과 선수들이 서로에게 궁금한 점을 묻는 코너가 신설돼 거침없는 '돌직구'가 오고갔다.
인상깊었던 질문과 답을 묶은 '말말말' 형식을 통해 미디어데이의 분위기를 정리했다.
◇"왜 블레이클리를 노려서 우리 팀 망치게 만들었어?" - 모비스 유재학 감독
김승기 안양 KGC인삼공사 감독은 "키퍼 사익스의 능력을 알고 있었다. 처음에는 내 눈이 잘못됐나 생각을 했는데 능력을 믿고 기다렸다. 지금은 공격과 수비에서 완벽하게 적응했다. 힘을 많이 실어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유재학 울산 모비스 감독이 마이크를 잡았다. 대체 왜 마커스 블레이클리에 대해 가승인 신청을 했느냐고 물었다. 누구도 예상못한 돌발 질문이 나오자 장내에 웃음꽃이 피었고 김승기 감독도 웃었다.
KGC인삼공사는 한때 사익스의 교체를 고려해 모비스와의 임시 계약이 끝난 블레이클리를 영입하려고 했다. 그러나 블레이클리가 KGC인삼공사와의 협상에 임하지 않으면서 계약이 불발됐고 모비스 역시 블레이클리를 놓쳤다.
이에 김승기 감독은 "사익스가 적응할 때까지 기다리려고 했는데 갑자기 블레이클리가 나오는 바람에 마음이 조급했던 것 같다. 우승 한번 해보겠다는 조급한 마음에 그랬다"고 말한 뒤 "죄송합니다"라고 인사해 다시 한번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러다가 몇 경기 또 들어갈 수 있으니까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 전자랜드 박찬희
인천 전자랜드를 대상으로 질문하는 시간이 주어지자 허웅(원주 동부), 양동근(모비스), 오세근(KGC인삼공사) 등은 마치 기다렸다는듯이 박찬희에게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다른 능력에 비해 외곽슛이 다소 부족한 박찬희의 약점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양동근은 "박찬희를 막는 수비수가 RA(restrict area) 지역까지 가는 경우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농담을 곁들이며 세게 물었다. RA 지역은 골밑 바로 아래를 의미한다.
이에 박찬희는 처음에 "슛 성공률을 높여야 할 것 같다"고 차분히 말하다가 나중에는 "농구는 수학이 아니니까 이러다가 몇 경기 또 (슛이) 들어갈 수 있으니까 조심하시기 바랍니다"라며 오히려 경고장을 던졌다.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은 중간에 마이크를 잡고 "그것까지도 우리만의 전술로 쓸 수 있도록 감독이 만들겠다"며 선수를 보호(?)했다.
◇"바셋에 대한 대책? 그걸 알면 정규리그 우승했습니다" - 오리온 추일승 감독
김영만 원주 동부 감독은 추일승 고양 오리온 감독에게 "오데리언 바셋의 경기력이 떨어지고 있는데 단기전에서 대책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추일승 감독의 답변은 짧고 굵었다. "그걸 알면 정규리그에서 우승했다"고 답했다.
이어 유재학 감독이 애런 헤인즈의 경기력이 다소 떨어져보인다고 지적하자 추일승 감독은 "대외비"라고 짧게 말하며 웃었다. 유재학 감독은 "답변을 안하니까 더 이상 질문없다"며 같이 웃었다.
마지막으로 유도훈 감독이 전자랜드가 4강에 올라 오리온과 맞붙을 수 있도록 조언을 해달라고 추일승 감독에게 묻자 그는 "기도하세요"라고 또 한번 짧게 강렬한 답변을 남겼다. 추일승 감독의 답변이 나올 때마다 장내에는 웃음이 터져나왔다.
◇"통합우승 시작", "누가 오든말든", "두유노후위아", "일이삼육사일"
6개 구단 감독과 선수들이 포스트시즌 각오를 여섯 글자로 줄여 말하는 순서가 있었다.
정규리그 챔피언 KGC인삼공사는 결연한 의지를 내비쳤다. 김승기 감독은 "통합우승 시작"이라고 말했다. 김승기 감독은 앞서 "시즌 전 미디어데이 때 우리가 1등한다고 저질러놓고 그걸 이루려고 열심히 했다. 통합 우승도 꼭 이루겠다"고 했다. 정규리그 MVP 오세근은 "절대 방심 금물"이라며 챔피언결정전 우승에 대한 강렬한 의지를 드러냈다.
정규리그를 2위로 마친 오리온의 추일승 감독은 "작년처럼 계속"이라고 말했다. 지난 해에 이어 2년 연속 우승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이승현은 "누가 오든말든"이라고 답해 삼성과 전자랜드 중 어떤 팀이 4강에 올라와도 괜찮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3위 삼성의 이상민 감독은 "삼성 명가 재건"을 외쳤고 김태술은 "123641(일이삼육사일)"이라는 여섯 글자를 전해 눈길을 끌었다. 정규리그를 1위로 시작해 2위를 거쳐 3위로 마쳤으니까 6강과 4강을 통과해 마지막 1등이 되겠다는 의지를 숫자로 표현한 것이다.
모비스의 유재학 감독은 영어로 답했다. "두유노후위아(Do you know who we are)?"라고 했다. "우리가 누구인 줄 알아?"라는 의미로 최근 다수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모비스의 저력을 어필했다. 양동근도 "말이 필요하나"라는 말로 자신감을 보였다.
동부의 김영만 감독은 "후회없이 하자"고 말했고 허웅은 "내가 보여줄게"라는 말로 책임감을 표현했다.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은 "드라마를 쓰자"고, 박찬희는 "첫 제물은 삼성"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