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폰 비번 대라" 시흥 '원룸 살인' 42번 찌른 '계획 범죄'

경기 시흥 원룸 여성 살해 용의자로 붙잡힌 30대 여성은 피해자로부터 돈을 뜯어낼 목적으로 무려 40여 차례나 흉기로 찌르는 등 잔혹하고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28일 이 사건을 수사중인 경기 시흥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전날 오후 8시쯤 서울 서대문구에서 강도·살해 등의 혐의로 이 모(38) 씨 등 2명을 긴급체포했다.

이 씨는 지난 20일 오전 5시쯤 시흥시 정왕동 A(38) 씨의 원룸에서 A 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어 시신을 방 안에 방치해놨다가 26일 오전 3시 40분쯤 원룸에 다시 찾아가 시신 상반신에 종이박스와 옷가지 등을 올려놓고 불을 지른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이 씨는 A 씨에게 200만 원을 빌린 뒤 갚는 문제를 놓고 다투다가, 자신을 무시하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 씨가 A 씨를 무려 42차례나 흉기로 찌른 점 등을 이유로 우발적 범죄가 아닌 계획적 범죄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 씨가 A 씨로부터 카드 비밀번호와 원룸 출입구 비밀번호, 휴대전화 잠금 해제를 위한 패턴 등을 알아내기 위해 42차례나 흉기로 찌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씨가 A 씨를 살해하기 위해 시흥 원룸으로 이동하면서 여러 차례 택시를 갈아타고, 그 때마다 옷을 갈아 입는 등 주도면밀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 씨는 살해범행 뒤 A 씨의 휴대전화를 이용, 제2금융권 콜센터에 전화를 걸어 A 씨 명의로 1000만 원을 대출받으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숨진 A 씨는 지난 26일 오전 7시 55분께 "이웃집에서 연기가 난다"는 화재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들에 의해 발견됐다.

시신은 상반신에 박스와 옷가지 등이 올려진 채 불에 탔고, 얼굴과 지문 등이 불에 일부 훼손된 상태였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수차례 흉기 상흔과 부패흔적이 발견되면서, 누군가 여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시신에 불을 놓은 것으로 추정하고 수사해왔다.

경찰은 A 씨 주변인 탐문조사 과정에서 지난 19일쯤 이 씨가 A 씨와 채무 문제로 만나기로 한 사실과 이 씨가 26일 오전 A 씨의 원룸을 다녀간 사실 등을 확인해 이 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다.

이 씨와 함께 있다가 긴급체포된 강 모(48) 씨는 경찰조사에서 "범행에 대해 전혀 몰랐다"라고 진술하고 있으나, 경찰은 강 씨 역시 공범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이 씨가 방화할 당시 서울에 있던 강 씨가 이 씨의 휴대전화를 가지고 자신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거는 등 알리바이를 조작하려 했던 것과 이 씨가 A 씨의 휴대전화로 대출을 받을 때 같은 차안에 있었던 것으로 미뤄 강 씨가 범행에 관여한 것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보강수사를 거쳐 오늘 중 이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며, 강 씨는 범인은닉 등 혐의로 추가 조사한 뒤 신병처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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