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타선 부진이 촉발한 스트라이크존 논란은 사실 최근 KBO 리그의 고민거리였다. 흥행을 위해 화끈한 타격을 장려하려는 목적으로 지난 2014시즌 이후 암묵적으로 좁아졌던 존은 기형적인 타고투저 현상을 일으켰다. 지난해 리그 전체 타율은 무려 2할9푼, 평균자책점(ERA)은 5.21이나 됐다. 이런 기현상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존 확대'로 나타나려는 것이다.
스트라이크존 확대 문제는 27일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개막 미디어데이에서도 빠지지 않았다. 본 행사는 물론 앞서 진행된 선수들의 자유 인터뷰에서도 존에 관한 질문은 이어졌다.
각 구단 감독과 선수들이 이에 대해 나름의 의견을 개진했다. 대체로 투수들은 환영의 뜻을 나타낸 반면 타자들은 경계심을 드러내면서도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엇갈린 의견 속에서도 가장 중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대부분 한목소리를 냈다.
리그 성격도 변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양현종은 "아무래도 지난해보다 타고투저 현상이 완화될 것 같다"면서 "그렇다고 해도 타자들이 공격적으로 대처한다면 일방적 승패보다 팽팽한 승부가 펼쳐져 지난해보다 더 재미있는 야구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신인왕 신재영(넥센)도 마찬가지 의견이다. 신재영은 "시범경기에서 존이 넓더라"면서 "제구만 정확하게 도니다면 확실히 투수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변화구의 제구가 관건이 될 것 같다"고 전제했다. 같은 팀 내야수 서건창도 "존이 넓어졌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스윙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투수 출신 양상문 LG 감독도 "(김풍기) 심판위원장도 말씀하셨지만 존이 넓어진 게 아니고 숨어있던 존을 보여준다는 의미"라고 전제하면서도 "확실히 예전보다 공 1개 정도는 넓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올해 시범경기 평균 볼넷은 5.9개로 지난해(6.3개)에 비해 줄었고, 삼진은 13.1개에서 14.2개로 늘었다. ERA와 타율도 4.72에서 4.40, 2할7푼에서 2할6푼6리로 줄었다.
이어 "경기마다 다른 심판 분들이 오시기 때문에 선수들도 헷갈린다"면서 "심판 분에 맞춰서 경기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복불복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NC 베테랑 내야수 손시헌도 비슷한 의견이다. 손시헌도 "심판 분들의 존이 제각기 다르기 때문에 존 확대의 효과가 어쩌면 무의미할 수도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일관성이다. 의견이 조금씩 달라도 이 부분은 통일된 목소리를 냈다. 양현종은 "일관되게 판정이 내려지면 존에 대한 인식이 확실히 잡힐 것 같다"고 말했고, 이대호도 "일관된 존이 적용된다면 투수나 타자들이나 다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요한 것은 야구계 전체가 스트라이크존을 만들어나간다는 점이다. 김 감독은 "양상문 감독의 말씀처럼 숨어 있던 존을 찾아내는 개념"이라면서 "감독과 선수, 미디어와 팬 분들이 같이 공감대를 형성하지 않으면 과거로 회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실 존 조정 움직임은 이전에도 있었다. KBO는 2014년 역대 가장 극심한 타고투저를 겪은 뒤 2015년 존을 조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으나 지난해 슬그머니 존이 제자리로 돌아왔다.
김 감독은 "모두 함께 원래의 존을 찾아가는 데 공감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과연 비정상의 정상화처럼 올해 스트라이크존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지, 또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