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없다"던 해수부, 구멍 뚫다가 기름 새자 중단

기름 유출이나 유실 없다더니…드러나지 않은 좌현 뚫는 것도 훼손 우려

26일 사고해역인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앞바다에서 바지선으로 반잠수선에 선적이 완료된 세월호가 선체 전체의 모습을 드러낸 가운데 선수 부분이 갈라져 있다. <2017 0326 진도=사진공동취재단> 황진환기자
해양수산부가 27일 밤 세월호 배수 작업을 명목으로 선체내 구멍을 뚫는 천공 작업을 진행했지만, 시험천공 중 기름이 나와 작업이 전격 중단됐다.

이날 오후 9시쯤 "기름이 없는 곳으로 추정되는 평형수탱크, 청수탱크 등이 위치한 11개소와 화물칸 D데크 21개소에 직경 10cm 크기의 구멍 32개를 뚫기로 했다"고 밝힌 지 두 시간여 만이다.

해수부는 "반잠수식 선박 위에 유실방지망과 유류흡착포 등을 설치해 물이 빠져나오더라도 유실 우려는 없다"고 단언했지만, 실제 작업 결과 D데크 천공지점 3곳에서 끈적한 기름이 유출됐다.

이에 따라 해수부는 천공 작업을 전면 중단했고, 28일중 작업 재개 여부를 결정한다.

앞서 해수부는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순수한 해수로 채워진 평형수 탱크는 천공 등을 통해 28일까지 배수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아직 좌측으로 눕혀져 그 모습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 세월호 좌현에 수십 개의 구멍을 뚫을 경우 침몰 당시 외관을 훼손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해수부는 브리핑에서 "선체 하단에 구멍을 뚫을 계획"이라며, 천공 지점이 좌현임을 애써 노출하지 않았다.

해수부가 지칭한 '선체 하단'이 좌측으로 쓰러져 바닥과 맞닿아 있는 세월호의 좌현인지, 아니면 실제 선체의 하단을 가리킨 건지 모호했기 때문이다.

세월호가 수중에 있을 때는 좌현이 해저면에 닿아있어 접근이 불가능했지만, 현재는 2.5m 높이의 리프팅빔에 거치돼있어 작업자들이 돌아다니며 천공작업이 가능하다.

이에 대해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도 천공으로 인해 선체가 훼손될 뿐 아니라, 미수습자나 유류품 혹은 참사 원인을 밝히기 위해 필요한 증거품이 추가 유실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보여왔다.

한 미수습자 가족은 CBS 노컷뉴스 취재진에게 "사전에 천공을 뚫기로 결정했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며 "불가피하더라도 선체 안의 미수습자들이 떠내려가지 않도록 작게 뚫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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