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감독은 당시 "현대캐피탈이 중요한 경기에서 패해 결국 좌절했던 이유 가운데 하나가 문성민이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라고 가시 돋친 말을 남겼다.
최 감독은 이어 "우리 팀이나 문성민의 남은 배구 인생을 위해서라도 이는 꼭 극복해야 하는 문제다"라고 강조했다.
문성민은 명실상부 국내 최고의 공격수다. 정규리그에서 토종 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739득점을 몰아쳤다. 공격 종합에서는 대한항공의 김학민에 이어 2위(54.62%)에 올랐다.
그러나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는 철저하게 흔들렸다. 득점은 한 자릿수(9득점)에 불과했고 공격 성공률도 38.1%에 그쳤다. 문성민이 침묵하자 현대캐피탈도 함께 무너졌다.
27일 같은 장소에서 다시 만난 대한항공. 팀의 운명을 짊어진 문성민의 출발은 좋지 못했다. 1세트에서 양 팀 통틀어 최다인 6득점을 올렸지만 공격 성공률은 33.3%에 불과했고 범실은 5개나 쏟아냈다.
하지만 2세트부터 점차 감각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득점을 올리면서 공격 성공률은 40%까지 끌어올렸다. 범실은 2개로 낮췄다. 그리고 3세트에서 제대로 비상했다. 전위와 후위를 오가며 9득점을 쓸어담았고 공격 성공률은 88.89%까지 치솟았다.
4세트에서는 65.6%의 공격 성공률로 무려 14득점이나 올렸다. 공격 점유율이 84.6%에 달했지만 문성민은 침착하게 공을 코트에 꽂아 넣었다.
결국 현대캐피탈은 풀세트 접전 끝에 세트 스코어 3-2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문성민은 서브 에이스 3개 포함 36득점을 올리며 팀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경기를 마친 최태웅 감독은 1차전에 이어 문성민의 얘기를 다시 꺼냈다. 하지만 내용은 전혀 달랐다. 특히 1차전 경기 이후 자극제가 되라고 내뱉은 말에 대해 크게 후회했다.
최 감독은 "(문)성민이가 겉으로는 강한 면모가 많이 보이지만 속에는 여린 부분도 적잖이 있다"며 "감독과 선수 관계를 떠나 사람 대 사람으로 선수한테 너무 모질게 한 것 같았다"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최 감독은 이어 "2세트를 앞두고 성민이한테 '넌 문시호의 아빠야'라는 말을 해줬다"고 설명했다. 책임감을 갖고 플레이를 하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이 말은 전한 최 감독은 이내 눈물을 흘렸다. 그는 "제일 고생을 많이 했는데 그런 성민이에게 안 좋은 말을 했다는 것에 마음이 아팠다. 이 경기에서 또 부진했다면 내가 한 말이 징크스로 남을 것 같았다"라고 흐느꼈다.
감독이 부진한 선수를 채찍질하는 것은 전혀 이상한 행동이 아니다. 하지만 최 감독은 자신의 말 한마디가 선수 성장의 걸림돌이 될까 두려워했고 또 걱정했다.
하지만 문성민은 오히려 최 감독의 말에 힘을 얻고 이날 제대로 불타올랐다. 그리고 현대캐피탈은 원정에서 1승1패의 성적을 거두고 안방으로 돌아가게 됐다.
감독이 아닌 배구 선배로서 뜨거운 눈물을 흘린 최태웅. 그의 진심은 문성민에 고스란히 전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