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많은 경제… '4월 위기설' 현실화 가능성은?

대우조선해양 본사.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연초부터 불거진 '4월 경제위기설'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과연 4월 위기설은 근거가 있고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는 것일까.

4월 위기설이 나온 배경은 4월에 미국의 환율조작국지정이 이뤄지고 대우조선해양의 채권 만기가 돌아오기 때문이다.

미국이 우리나라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게 되면 우리 수출기업은 미국의 경제제재로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된다.

만기가 돌아오는 대우조선해양의 채권을 막지 못하면 대우조선해양이 유동성 위기에 몰리게 된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런 요인들에 의해 4월 위기설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먼저 미국의 우리나라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미국은 1년 두 차례(4월과 10월) 환율보고서를 내고 여기서 환율조작국을 지정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10월 중국, 일본, 독일, 대만, 스위스 등과 함께 환율조작과 관련한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돼 있는 상태다.

미국은 환율조작국을 판단하는데 중요하게 보는 3가지 요건을 들고 있다.

1. 대미무역흑자가 미국 GDP(국내총생산) 대비 0.1%인 200억달러 이상일 경우,
2. 전세계 대상 경상수지흑자가 해당국 GDP의 3% 이상일 경우,
3. 연간 GDP 대비 2% 이상의 외환을 초과 순매수하거나 12개월 중 8개월 이상 순매수한 경우 등이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우리나라는 3가지 요건 중 대미무역흑자와 경상수지 흑자 부분 2가지만 충족한 상태이다.


여기에 우리나라 원화는 지난해 중반부터 강세를 보이고 있다.

요건으로만 보면 미국이 우리나라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기가 쉽지 않은 셈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요건 상으로는 미국이 우리나라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가 논리적으로 충분히 반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보호무역주의 강화를 위해 환율조작국 지정 이외에 다른 카드도 쓸 수 있는 만큼 이 카드는 협상용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심할 수 없는 것은 트럼프 변수 때문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이 우리나라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은 50% 이하로 낮다고 본다. 하지만 변수는 트럼프이다. 올해가 트럼프 행정부의 첫해이고 트럼프 행정부의 특징이 성문화된 체제에서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먼저 지정하고 나중에 아니면 말고 식으로 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 과정에서 우리나라는 고스란히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만약 우리나라가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그 파장은 대단히 클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제재조치로 우리 수출이 타격을 입게 될 뿐만 아니라 한미 FTA재협상의 빌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용택 팀장은 "트럼프는 그동안 한미 FTA 재협상을 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해 왔는데, 우리나라가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거기에 명분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그런 만큼 사태를 면밀하게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둘째로, 대우조선해양 채권 만기와 관련해서도 위기 국면으로 갈 가능성은 낮다.

황세운 실장은 "대우조선해양과 관련해서는 정부가 자율적인 채무조정을 전제로 추가자금지원을 결정했다. 열쇠는 회사채의 30% 가까이 쥐고 있는 국민연금인데 채무조정에 찬성할 가능성이 높다. 대우조선해양을 정상화시키는 것의 실익이 그렇지 않았을 때 들어가는 비용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대우조선해양이 채무조정이 안돼 법정관리로 갈 가능성은 낮고 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대우조선해양사태는 우리 경제 규모로 봤을 때 위기 축에도 안든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에 물려있는 시중은행의 채권이 수천억원 규모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대우조선해양 채권조정이 안된다고 하더라도 금융위기로 연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 정도는 우리 금융권이 위기에 빠지지 않고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규모이다"라고 말했다.

이들 요인을 제외하고는 우리 경제는 불안요인은 있지만 당장 4월에 위기로 등장할 만한 것은 아니다.

금리인상은 엄청난 가계부채 때문에 우리 경제의 뇌관이긴 하지만 당장 4월이 아니라, 내년이나 내후년에 더 문제가 될 수 있는 사안이다.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도 최근 단기적으로 소강상태를 보이면서 장기전으로 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군의 사드 미사일 발사 테스트 (사진= The U.S. Army flicker/자료사진)
북핵문제도 예측하기 어렵지만 4월 위기설과는 관계없는 사안이다.

대선결과 역시 우리 경제에 큰 변수이긴 하지만 대통령이 결정되면 시장이 꺼리는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만큼 경제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각종 경제지표도 위기와는 거리가 먼 쪽이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에도 위기설이 있었지만 위기로 나타난 적은 없었다. 현재 우리 경제를 둘러싼 여러 불안요인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경기동향을 볼 때 3월까지 수출도 나쁘지 않다. 물론 내수가 아직 받쳐주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 지표를 종합해 보면 우리 경제는 저점이었다가 반등하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현 상황이 위기로까지 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경계는 늦추지 말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4월 위기설은 근거가 약하다. 그렇지만 가능성은 두고 봐야 한다. 위기가 온다면 실물보다는 금융 쪽으로 올 가능성이 높다. 특히 환율을 눈여겨 봐야 할 것이다. 통상 쪽에서 불안요인이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임팩트있는 급작스러운 변화 가능성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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