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먼 충북 '야간 교실개방'…"학교·학생 외면"

자율적 선택은 말 뿐 "일부 내신 불이익 등 엄포", 프로그램 호응도 '10~30%' 부족

(사진=자료사진)
새학기부터 충북지역 고등학교의 '야간 자율학습'이 '야간 교실개방'으로 전환됐지만 아직까지 갈 길이 멀어보인다.

일선 학교에서 학생들의 자율적 선택은 여전히 말 뿐에 그치고 있고, 호응도 얻지 못하고 있다.


27일 충청북도교육청에 따르면 2015년 말 도내에서 야간 자율 학습을 강제하지 못하도록 조례가 만들어졌지만 지난해 고등학생 참가율은 무려 80%에 가까웠다.

"'자율'이라는 개념 자체가 오염됐다"고 김병우 충청북도교육감이 대놓고 비판했던 이유 가운데 하나다.

결국 도교육청은 올해 명칭부터 '야간 교실개방'으로 바꾸고, 학생 스스로 학습 형태를 탄력적으로 선택하도록 하는 특단의 대책에 나섰다.

하지만 새학기 도내 상당수 일선 학교 현장의 분위기는 여전히 이 같은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청주의 한 고등학교는 최근 요일별로 9가지 유형의 프로그램을 마련해 수요 조사를 벌였지만 적게는 70%에서 많게는 90% 이상의 학생이 기존 '야자'와 '자택' 또는 '학원' 등 3가지 유형에 몰렸다.

학교 측이 멘토-멘티 활동부터 과제연구, 동아리활동, 심화 선택 강좌 등의 다양한 교실개방을 계획했지만 정작 학생들로부터 외면받은 셈이다.

이처럼 학습 선택권이라도 보장하는 경우는 그나마 다행이다.

일부 학교에서는 불참자에게 벌점이나 학습 시간 연장 등의 불이익을 주는 등 상당수의 학교들이 강압적.획일적인 야자를 계속하고 있다.

도내 한 학원장은 "일부 공립학교를 제외하면 상당수의 학교들이 기존의 야간 자율학습과 별반 차이없는 야간 교실개방을 진행하고 있다"며 "학교 입장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변화보다는 기존의 방식을 선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야간 교실개방'이 시작부터 비틀거리면서 일부에서는 제대로 된 준비 과정도 없이 정작 '자율'과는 멀게 밀어부치기식으로 진행되는 방식에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도내 한 교사는 "취지는 좋지만 사실상 일선 현장에서는 제대로 된 준비가 돼 있지 않아서 아쉽다"며 "충분한 검토 기간을 거쳐 순차적으로 사업이 진행됐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워 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야간 교실 개방이 하루 아침에 야간 자율학습의 틀을 완전히 바꿔 놓지는 못할 것"이라며 "5월까지 분위기를 만든 뒤 장기적인 관점에서 우수사례를 공유 하는 노력 등을 거쳐 안정적 정착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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