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대통령 지위와 권한을 "막강하다"고 표현한 이유

자신을 임명한 대통령에 영장청구 ·· 김수남 검찰총장 "정말로 고통스럽다"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청구를 결정한 27일 오후 김수남 검찰 총장이 서초구 대검찰청사 구내식당으로 점심 식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검찰은 27일 박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피의자는 '막강한'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이용하여 기업으로부터 금품을 수수케 하거나 기업경영의 자유를 침해하는 등 권력남용적 행태를 보이고, 중요한 공무상 비밀을 누설하는 등 사안이 매우 중대하다"고 밝혔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영장청구 사실을 브리핑이나 기자회견 아닌 '구속영장 청구관련 발표자료'를 통해 밝혔다. 이 자료는 구체적 혐의 내용이나 범죄 사실 없이 5문장으로 구성된 비교적 짧은 발표문이었다.

발표자료의 단어 하나하나를 '조탁'했을 검찰이 굳이 '막강한'이라는 수식어를 넣은 이유가 궁금해지는 것이다. 사실 '막강한'이라는 단어를 빼고 단지 '대통령 지위와 권한을 이용해….'라고 썼어도 범죄 사실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검찰이 '막강한'이라는 수식어를 동원한 첫째 이유는 박 전 대통령이 (미르재단 모금 등을)선의로 도움을 요청했고 받았다"라며 범죄 혐의 사실을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강력히 탄핵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 관계자는 "'막강한'이라는 대통령 권한을 적시함으로써 그 자체로 박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죄와 강요죄를 명확히 하려는 것"이라며 "돈을 낸 상대방에게 설사 구체적 협박을 하지 않았더라도 대통령 권한과 지위가 막강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 강요와 직권남용이 성립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두번째는 뇌물죄와 연관성이다. 박 전 대통령이 아무리 '선의'로 미르와 K스포츠재단 모금액을 요구했더라도 기업 입장에서는 대통령 권한이 막강하기 때문에 "잘 봐달라"고 따를 수 밖에 없다는 점을 부각시켰다는 지적이다.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기업 투자나 세무조사, 감사, 기업수사 등 막강한 제재권한을 갖고 있고 또 대통령한테 요청하면 문제가 다 해결되기 때문에 상대방은 겸사겸사 뇌물을 줄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는 처지라는 사실을 강조한 것이다.

다른 검찰관계자도 "대통령은 기업 정책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다"라는 것으로 "직무 관련 권한이 막강해서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시 말하면 검찰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길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었다는 점을 설명하기 위해 감성적 수식어인 '막강한' 이라는 단어를 동원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김수남 검찰총장은 박 전대통령 조사 직후부터 이미 구속영장 청구 방침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곧바로 영장을 청구하는 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아 1주일 정도의 고민 기간을 거친 것으로 전해진다.

김수남 총장은 검찰 원로들과의 통화에서 "정말로 고통스럽다"고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직 검찰 고위 관계자는 "범죄 사실로 볼때 불구속 기소할 경우 검찰 조직에 불어닥칠 후폭풍을 총장이 당연히 염려하지 않았겠냐"고 밝혔다.

특히 김 총장 입장에서는 본인을 총장으로 임명한 전직 대통령을 구속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인간적 고민이 컸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검찰로써는 '정치적 고려'보다는 '법적 판단'이 먼저이고 그 다음 나머지는 나중에 고민해도 될 문제로 판단하고 영장 청구를 결단한 것으로 검찰 주변 인사들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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