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이런 의혹이 제기됐었죠. '박근혜 정부 초반에 침대 3개가 청와대 본관으로 들어갔는데, 최순실 씨가 청와대를 드나들면서 잠을 잔 것 아니냐?'
이에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한 개는 이명박 정부 때 구입한 것이고, 한 개는 (경상남도 거제시) 저도로 갔다. 한 개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금 쓰고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정말일까요? 청와대의 해명이 '거짓'으로 판명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에 기자는 침대가 저도로 옮겨진 사실이 맞는지 직접 기록으로 확인해보고 싶었습니다.
국정농단을 은폐하기 위해 청와대에 있는 침대를 저도로 옮긴 것처럼 거짓 해명한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국회의원실을 통해 국방부에 자료 제출을 요구했죠. 저도에 있는 과거 대통령 별장 '청해대(靑海臺)'의 물품 반입 내역에 대해 물었습니다. 청해대의 별장 지정은 20여 년 전에 해제됐지만, 저도는 여전히 국방부(해군)가 관리하고 있습니다.
청와대가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은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만, 박근혜 정부 들어 유난히 그 정도가 심해졌다는 것이 국회 보좌진들의 공통된 지적입니다.
지난해 11월 박 전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와중에도 특정 문화사업을 챙기라며 'VIP 지시사항'을 내려보냈다는 의혹이 제기돼 취재에 들어갔던 적이 있습니다. (관련기사: [단독]세월호참사 와중에도 VIP는 '문화사업'을 챙겼다 2016.11.19)
기자가 국회를 통해 수석비서관 회의록을 입수하려 하자 보좌진들은 하나같이 입을 맞춘 듯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수석비서관 회의록이요? (청와대에서) 안 줍니다. 절대로 안 줘요."
한마디로 '꿈 깨!'라는 겁니다. 당시 우여곡절 끝에 회의록 없이도 취재를 완성했지만, 청와대의 폐쇄성을 다시 한번 확인한 계기가 됐죠.
'국회에서의 증언ㆍ감정 등에 관한 법률(국회증언감정법)'에 따라 피감기관인 청와대도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국회의 서류 제출 요구에 응해야 합니다.
하지만, 청와대는 국회증언감정법 4조를 이유로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해당 법률 4조 1항은 '군사·외교·대북관계의 국가기밀에 관한 사항은 예외로 한다'는 단서를 달아놨는데, 이를 악용하고 있는 것이죠.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당시에도 국정조사 위원들이 청와대 출입 기록 등을 요구했다가 거부돼 논란이 거세게 일었습니다. 다행히 특검 수사를 통해 이른바 '보안 손님'들이 수시로 청와대를 드나들었다는 사실이 확인됐죠.
국회증언감정법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20대 국회 들어서만 30여 건의 개정안이 발의됐는데요, 이 가운데 일부가 지난 2일 본회의에서 가결됐습니다.
서류 제출 요구 등을 거절한 경우 1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린다는 처벌 규정이 '10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로 강화됐지만, 여전히 실효성은 의문입니다.
현재 계류된 법안 중에는 고의로 거짓을 보고하거나, 거짓으로 서류를 제출한 경우에도 징역형 또는 벌금형에 처하도록 처벌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국회는 국민의 대의기관이고, 청와대는 국회의 견제를 받는 피감기관입니다. 청와대라 할지라도 국가기밀이라는 바람막이 뒤에 숨어서 '성역'으로 군림해서는 안 되겠죠.
청와대에 다시 한번 묻습니다. 더는 대통령의 별장도 아닌 청해대에는 무엇이 있습니까? 박 전 대통령의 침대가 저도에 있기는 한 건가요? 또,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VIP 지시사항'들은 국민을 위한 것이었나요, 아니면 특정인을 위한 것이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