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완의 행간] "회개록 아닌 회고록 낸 이순자"

CBS 김현정의 뉴스쇼 '김성완의 행간'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성완 (시사평론가)

◇ 김현정> 김성완의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입니다. 오늘 뒤집어볼 뉴스의 행간은요?

◆ 김성완>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이죠. 이순자 여사의 회고록, '당신은 외롭지 않다'가 논란입니다. 남편인 전두환 전 대통령을 지칭하는 듯한 제목에다 720페이지의 엄청난 분량의 책인데, 마치 위인전을 보는 느낌까지 듭니다. 그런데 이 책을 둘러싸고 역사 거꾸로 세우기 논란 일고 있습니다. 이순자 회고록 출간 논란, 이 뉴스의 행간을 짚어보려고 합니다.

◇ 김현정> 회고록 속에 드러난 5.18에 대한 인식부터 논란이던데요?

◆ 김성완> 이 회고록에 가치가 있다면 딱 하나일 텐데요. 바로 5공 쿠데타 세력들이 12.12쿠데타, 5.18 발포 명령, 6.29 선언 같이 당시 중대한 역사적 사건들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느냐를 확인할 수 있다는 거죠. 그런데 이 입장이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해 아주 실망스러운데요. 1996년에 남편인 전두환 전 대통령이 군사반란과 뇌물죄 재판에 섰던 일을 언급하면서 "나도 그들처럼 5.18의 피해자라는 동병상련의 마음까지 들었다"고 까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어서는 당시 재판으로 "전 전 대통령이 학살 명령자라는 누명을 쓰게 됐다", "그분은 결코 발포 명령을 내릴 위치에 있지 않았다" 등등 역사적 평가와는 정반대의 주장을 하고 있는데요.

최규하 전 대통령이 신군부의 강압에 퇴진했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공개되어 있는데도, 여기에 대해서는 오히려 "최 전 대통령이 남편에게 후임이 돼 줄 것을 권유했다", 권력 승계가 "참으로 명예롭고 평화적으로 진행되었다"라고 서술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이순자 여사의 회고록 출간, 이 뉴스에는 어떤 행간이 있을까요?

◆ 김성완> "역사가 30년 전으로 후퇴한 게 틀림없다"는 겁니다. 최근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또 전경련이 극우단체에 자금 지원해 관제데모를 하도록 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는데, 어떻게 보세요? 요즘 상황 보면서 역사가 유신시대로 돌아간 거 같다는 말들 많이들 하시는데요.

이제는 쿠데타로 집권한 5공세력까지 회고록을 내서 역사를 뒤집으려고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드는 겁니다. 5.18 운동을 "충격적 무장소요사태"라고 표현하고 '우리도 5.18 피해자다'라고 되는 강변을 하는 것을 보면서 정말 분노가 치민다고 하시는 분들 참 많은데요. 어쩌다가 우리나라가 이렇게까지 됐을까하는 생각도 들고요. 아직도 신군부 군홧발에 역사가 짓밟히는 느낌입니다. 민주 영령들 앞에 부끄럽다는 생각이 드는 아침입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이렇게 논평하기도 했습니다. "시민들이 듣고 싶은 것은 자기 도취에 빠진 부부의 거짓말이 아니라 진솔한 참회와 진실 고백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과 부인 이순자 씨.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 김현정> 이순자 여사의 회고록 논란…. 이 뉴스에 행간이 또 있다면요?

◆ 김성완> "이것은 애드벌룬, 풍선 띄우기에 불과하다" 이순자 여사의 회고록은 본격적인 역사의 퇴행, 5공 정당화, 전두환을 위한 변명에 앞서 내놓은 예고편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이 예고편의 본편은 다음달 초에 나옵니다. 바로 이순자 여사의 남편인 전두환 전 대통령이 2000쪽 분량의 회고록을 준비하고 있는 건데요. 너무 분량이 많아 심지어 상중하 3권으로 출간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예정대로면 전두환 전 대통령의 회고록은 마침 대선이 한창일 때 출간될 예정입니다. 이대로면 정신없는 대선 정국에 난데없이 전두환 회고록을 두고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이죠. 마치 홍수 났을 때 공장에서 오폐수 방류하는 것처럼, 신군부세력이 '우리는 정당했다, 억울하다 국가를 위한 일이었다'는 주장을 쏟아내놓고 자신들의 주장을 역사적 자료로 남겨놓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그 일단이 드러난 발언도 이미 나왔습니다. 이번 회고록 출간 뒤 한 언론과 인터뷰였죠. 전두환 전 대통령이 사후에 국립현충원에 묻힐 자격을 박탈할지에 대해 논란이 이는 것을 두고 "국립묘지에 헌장되는 게 가장 바람직한 일이다", "안 된다면 화장해서 이북이 보이는 저 최전방 어디에 뿌려달라"는 전 전 대통령 발언을 소개하기도 했죠.

◇ 김현정> 이순자 여사의 회고록 출간, 마지막 행간이 더 있다면요?

◆ 김성완> "이러다간 최순실 회고록도 나올 판이다". 전 이번 일로 역사의 평가는 냉정해야 한다는 말에 실감했는데요. 역사를 제대로 평가하고 청산하지 못한 결과로 친일 문인들, 친일 작곡가들의 자기합리화를 담은 회고록들, 자서전들이 줄줄이 출간되었었죠. 이것도 모자라 이제는 5공 신군부 세력들까지 회고록, 자서전 출간하면서 참회는커녕 역사 거꾸로 세우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겁니다.

백번 양보해 자기들의 행위로 희생자가 나오지 않았으면 또 모르겠습니다. 분명히 자기들로 인해 크나큰 피해를 입은 이들이 분명히 있는데도 마치 자신들이 억울한 희생자였던 것처럼 코스프레를 하고 있는 거죠. 희생자들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날 일이 아닐 수 없는데요.

우리 역사가 이런 식으로 오염되면 언젠가는 국정농단의 주역인 최순실 씨의 회고록도 나오는 거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왜 서구에서 냉혹할 정도로 어두운 역사에 부역했던 부역자들 처단했고, 반세기가 넘어도 끝까지 추적해 처벌하는지 돌이켜봐야겠죠. 이번 이순자 여사 회고록 사태를 통해 우리가 왜 역사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해야 하는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 김현정> 김성완의 행간이었습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