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권환(43) 프로듀서는 지난 2014년 5월 11일부터 매주 일요일마다 이곳에서 거리공연을 펼친다. 세월호 참사 3일째 되는 날, 전화기 너머로 "삼촌, 서울에서 뭐해? 어른들이 못 구하고 다 죽인 거라며"라는 조카의 말 한 마디가 그를 3년째 이곳으로 이끌고 있다.
홍대 음악가들과 버스킹 공연을 시작한 김 씨는 사비 140만원을 들여 야외 공연용 장비를 샀다. 마실 물과 공연 장비에 들어갈 건전지 말고는 일체 후원도 받지 않고 있다.
무대 장비 옆에선 세월호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서명운동도 동시에 진행된다. 자원봉사자와 기타를 맨 뮤지션들이 노란리본을 나눠준다.
3월 말이지만 이날 바람이 찼다. 공연을 준비하는 뮤지션 중 하나는 후드 모자를 꾹 눌러쓰고 입김으로 손을 녹이면서 기타를 조율했다.
공연이 시작됐다. 잔잔한 노랫소리가 울려퍼지자 지나가던 시민들도 호기심에 발걸음을 멈췄다. 옆에선 줄을 선 시민들이 서명을 하고 리본을 받아 갔다. 하루에 500명 넘게 몰릴 때면 종종 준비한 리본이 모자라기도 한다.
이날 공연을 지켜보던 대학생 김진영(24) 씨는 "이런 노력이 있기에 (세월호 인양이) 해결에 다가가는 것 같다"면서 "인양은 돈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의무이자 책임인데 한때 (인양이 계속 늦춰줘) 실망감이 컸다"고 말했다.
서울 서교동에 사는 성진이(22) 씨는 "(세월호를) 생각할수록 마음이 아프고 싫어 잊고 살았는데, 이렇게 매주 잊지 않고 활동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서명 부스를 지키던 가수 '바람종'은 "비슷한 또래의 자녀를 키우고 있다. 세월호 참사가 남일 같지 않다"고 했다. 그는 버스킹에 참여하면서 스스로 위로도 받는다고 했다.
김 씨는 공연이 진행되는 내내 무대 오른편에 서서 미수습자들 사진이 담신 피켓을 들고 있었다.
세월호가 인양 되자 미수습자 조은화 양의 어머니로부터 '고생했고 감사하다'는 전화를 받았다는 김 씨는 "배가 올라왔을 뿐이지 아직도 밝혀진 건 아무 것도 없다. 감사인사를 들은 것이 오히려 너무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가도 재벌도 아닌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노래를 통해 시민들에게 잊지 않도록 이야기하는 것 뿐"이라고 덧붙였다.
가수 이호 씨는 '이제 그만'이라는 노래를 세월호에 붙여 불러보고 싶다고 했다. 이제 그만 진실이 밝혀졌으면 하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다음은 가사 일부다.
"눈물이 나네요. 내가 해준 카레를 제일 좋아하던 그대. 스프 냄새가 작은 부엌을 가득 메우고, 식탁 너머 빈자리에 주인 잃은 커피 잔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