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팽목항 컨테이너 숙소에서 만난 미수습자 단원고 허다윤 학생 아버지 허흥환(53) 씨는 피곤에 뭉친 몸을 추스르며 말했다.
"팽목에서는 아침에 일어나 바다 상황을 지켜봐서 날이 좋으면 한시름 놓고 바람이 많이 불면 걱정하는 생활의 연속이야...". 허 씨는 이렇게 지난 3년간의 팽목항 생활을 기억했다.
채 몇 분도 지나지 않아 "가족끼리 고기 구워 먹으며 오순도순 얘기하는 그런 일상이 사라졌다"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서울에 있는 서윤이(다윤 양 언니)도 돌봐줘야 하는데 같이 있어본 적이 거의 없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권 씨는 "미수습자가 딱 열 몇 명 남았을 때, 우리 혁규가 너무 작고 살도 없어서 얘가 제일 늦게까지 있는 것 아닌가 했다"며 "근데 동생 재근이도 안 나오니, 이건 배 어딘가에 끼었다는 거 아니겠냐"며 슬픈 희망을 내비쳤다.
단원고 조은화 학생의 어머니 이금희(48) 씨는 슬슬 목포항으로 이동할 준비를 하고 있다.
취재진이 찾아가자 단출한 숙소를 보여준 이 씨는 쑥스러운 듯 "너무 정리가 안됐는데"라며 말을 흐렸다.
눈물로 지샌 3년이었지만 이 씨는 어젯밤에도 밝게 웃는 사진 속 딸을 붙잡고 "은화야, 엄마한테 오느라고 정말 많이 애썼다"며 "이젠 만나기 위한 기다림이 좀 짧았으면 좋겠다, 우리 꼭 그러자"며 밤을 보냈다.
말은 그렇게 해도 1076일의 시간이 흘렀다. 이 씨는 "3년 동안 이곳을 방문하신 많은 분들이 '한 번 오기에도 되게 멀다'고 말씀하시는데 저희는 그분들 보고 '한번 왔다 다시 갈 수 있어서 좋겠다, 부럽다'고 말하곤 했다"고 한다.
반잠수식 선박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세월호는 이르면 28일쯤 목포항으로의 마지막 항해를 시작한다.
가족들도 세월호와 함께 목포항으로 이동해 3년의 상처를 고스란히 간직한 세월호를 마주한다. 가족들은 팽목에서의 시간만큼이나 목포에서의 생활이 두렵다고 말한다.
이 씨는 "뻘이 잔뜩 묻어있고 녹이 슨 배를 눈으로 보고 냄새를 맡고 살아야하는 끔찍한 시간이 될 것 같다"며 "그 시간이 조금이나마 짧았으면 좋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하지만 지난 3년간 꿈 속에서나 그려온 가족과의 만남이 조금이나마 가까워진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가족들은 다시 한 번 기운을 내겠다고 다짐한다.
권 씨는 숙소 앞 자갈밭 마당을 휘휘 가리키며 "팽목에서는 마냥 기다렸지만 목포서는 이제 찾으러 다녀야 하지 않겠냐"며 "동생과 조카를 얼른 찾아야지"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허 씨 또한 "목포 생활이 팽목에서의 3년보다는 짧지 않겠냐"며 "(아이가) 바다에 있는 시간이 너무 길었는데 빨리 찾아 따뜻한 곳으로 데려다주는 것이 이 부모의 한 아니겠냐"고 했다.
이렇게 미수습자 가족들은 팽목항에서의 세월을 조금씩 정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가족들은 떠나는 것이 아니라 찾으러 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씨는 "아직 시작도 안 했다"며 "아이를 찾기 위한 또 다른 방법이자 시작"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