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전 대표와 박주선 국회부의장이 탄탄한 조직을 바탕으로 막판 세몰이에 나섰지만 '1등 몰아주기'의 민심을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안 전 대표의 압승은 여론조사 상에서는 사전 예측됐지만 국민의당 내부에서는 유동성이 큰 부분이었다. 안 전 대표의 조직이 약한데다 호남 의원들 상당수는 손 전 대표를 측면으로 지원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뚜껑을 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는 여론이 당안팎에 팽배했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호남 지역은 안 전 대표를 전폭 지원했다.
안 전 대표는 25일 광주전남제주지역에서 전체 6만2천표 중 3만5천표(60.13%)를 득표하며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다음날 전북지역에서도 전체 3만382표 중 2만1996표를 얻으며 72.63%의 더 높은 득표율을 올렸다. 손 전 대표는 7461표(24.63%), 박 부의장은 830표(2.74%)에 그쳤다.
일부 손 전 대표를 조직적, 전폭적으로 도왔던 전남 지역에서조차 안 전 대표가 소폭 앞서는 등 바닥 민심이 안 전 대표로 향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안 전 대표에 대한 개인적 지지를 넘어 '문재인 대항마'로서 국민의당에 거는 기대가 함께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서 현재 1등 주자인 안 전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는 호남의 '전략적 몰아주기'가 작용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전주실내체육관을 찾은 이모(56)씨는 "자발적으로 체육관에 왔다"며 "국민의당에 그나마 안철수가 가장 힘이 세니까 문재인을 견제하기 위해서 힘을 보태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택시기사 조모(60)씨도 "문재인이 지금으로서는 될 것 같은데 뭔가 걸리는게 많다"며 "국민의당이 그래도 저력이 있으니 한번 해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안 전 대표를 지지한 이유를 설명했다.
즉, 이번 국민의당 경선이 안철수냐, 손학규냐, 박주선이냐의 선택이 아니라 문재인을 누가 대항할 것이냐는 전략적 판단이 작동했던 것이다.
이같은 비문 정서에 대한 바닥 민심 때문이지 국민의당은 당에서도 예측 못할 경선 흥행 성적을 거뒀다.
국민의당은 당초 광주전남제주에서 5만여명, 전북에서 2만여명을 최대 목표치로 삼았지만 이를 훌쩍 뛰어넘어 광주전남제주 6만2천여명, 전북 3만여명으로 10만여명에 육박한 9만 2,823명이 몰려 대박을 쳤다.
사전선거인단의 모집 없이 현장에서 치러진 열린 현장투표도 큰 사고없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특히 신분증만 들고가면 누구나 투표할 수 있는 방식때문에 즉흥적으로 투표에 참여한 시민들도 많았다.
지도부는 물론 일반 당직자들도 놀랄 정도로 깜짝 성공이었다. 한 핵심 당직자는 "일반적으로 각 조직의 계산을 뛰어넘는 수치였다. 일반 시민들의 참여가 컸던 것 같다. 아무도 결과를 예측하지 못했다"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박지원 대표는 "호남은 총선에 이어 대선에도 국민의당에 변함없는 지지로 정권교체를 하라는 희망을 주셨다"면서 "국민의당의 집권 가능성을 증명한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국민의당의 호남지역 경선 흥행과 안철수 압승은 호남 민심과 대선 판도에도 일정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27일 예정된 민주당의 호남지역 대의원 경선에도 표심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호남 경선이 '찻잔 속 태풍'에 그칠 지 본선 국면에서도 지대한 영향을 줄지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