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지난 21일 전주시 덕진구의 한 고시원에서도 공무원 시험 준비생(이하 공시생) B(30) 씨가 "엄마 미안해"라는 보내지 못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상태로 발견됐다.
2017년 제1차 경찰공무원(순경) 채용 필기시험이 실시된 지난 18일 이래 불과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공시생 두 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경찰공무원 채용 필기시험을 본 6만 여명을 포함해 약 40만 정도로 추산되는 공시생의 정신 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 24일 찾은 전주시내 한 공무원 시험대비 학원의 분위기는 침울했다. 학원 4층에 마련된 야외 휴게소는 희망과 고통이 버무려진 담배연기로 자욱했다.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다 7년째 수험 생활 중인 김모(29) 씨는 "내가 공부를 가르쳐준 수험생이 나보다 빨리 합격하는 모습을 보면 가끔 죽고 싶을 만큼 힘들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공시생들은 나름의 고민을 적어도 하나 이상 품고 있었다.
고모(31) 씨는 "합격까지 6개월 정도 예상하고 시작했는데 벌써 1년 10개월째다"며 "아는 걸 보고 또 보는 게 고역이다"고 힘들어 했다.
수험비와 생활비를 마련키 위해 주말마다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박모(26) 씨는 "주말에 부족한 과목을 공부하고 싶은데 시간이 아쉽고 또 아쉽다"고 안타까워했다.
하루하루 경쟁 속에 살고 있지만 그래도 동병상련, 힘이 되는 건 같은 처지에 놓인 공시생이다.
소방관을 꿈꾸는 최모(32) 씨는 "어쩌다 술이라도 마실 때면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는 절대 술값을 내지 못하게 한다"고 말했다. '그런 친구가 먼저 합격하면 기분이 어떻겠느냐'는 질문에 최 씨는 손을 저으며 그저 웃기만 했다.
힘든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이유를 묻자 공시생들은 "공직자로서의 사명감과 안정된 삶에 대한 희망, 둘 다 놓치기 싫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박모(24) 씨는 "한때는 경찰의 꽃, 요즘은 승진도 어렵다는 형사지만 어려서부터 동경해온 직업이다"며 "안정된 환경 속에서 꿈을 펼칠 수 있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기다린다"고 말했다.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했고, 옳다고 믿는 길을 가고 있어요. 루저(Loser), 안주하는 청춘이라는 말이 틀린 이야기라는 걸 보여주고 말겠어요."
취재를 마치고 학원가를 나설 때 공시생 유모(26)씨가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기자를 붙들고 건넨 말이다.
안정을 희구할 수밖에 없도록 청년을 내모는 사회. 반복되는 일상에 하루하루가 힘겨운 현실.
스스로를 억누르는 압박에 더해 공시생들은 자신들을 '사회적 실패자'로 보는 편견과도 맞서 싸우며 오늘도 책과 씨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