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고동진 사장…갤S8으로 신뢰 회복할까

경질설 딛고 29일 美 공개행사서 직접 제품 소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을 이끄는 고동진(56) 사장이 오는 29일 오전 11시(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갤럭시S8 공개행사 무대에 오른다.

고 사장은 지난해 갤럭시노트7을 자신 있게 선보였다가 잇단 발화 사고에 따른 불명예 단종 사태로 곤욕을 치른 장본인이다. 이번 신제품 출시를 계기로 글로벌 시장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26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고 사장은 미국 뉴욕 링컨센터에서 열리는 갤럭시S8 공개행사의 호스트를 맡는다. 갤럭시S8을 개발한 취지와 그 핵심 성능을 처음 설명하는 역할이다.

고 사장이 신제품을 직접 소개하는 것은 작년 8월 갤럭시노트7 이후 처음이다. 지난달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개막 직전의 갤럭시탭S3 공개행사에서는 고 사장 대신 삼성전자 유럽법인의 데이비드 로우스 전무가 전면에 나섰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고 사장이 삼성전자의 차기 전략 스마트폰을 직접 소개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로 7조원의 막대한 손실이 발생한 만큼 사태 수습 후 경질될 수 있다는 부정적 관측이었다.

특히 고 사장은 갤럭시노트7을 1차 리콜하면서 발화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조기 단종이라는 불명예를 초래한 최고 책임자로서 시장 신뢰를 크게 잃은 처지여서 재기를 위한 신제품을 소개하기에 부적합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비슷한 사례로 2015년 불량 에어백 때문에 대규모 리콜을 한 일본 자동차회사 혼다, 작년 얼음정수기에서 니켈이 검출돼 파문에 휩싸인 코웨이가 각각 CEO를 교체해 분위기를 쇄신한 적이 있다.

하지만 고 사장은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 자리를 지켰다. 전임 신종균 사장으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은 지 불과 1년 남짓 지난 상황에서 성급한 인사 조처는 조직 안정에 해가 될 수 있다는 현실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후 삼성전자 임원 인사가 대부분 보류되면서 고 사장도 직·간접적인 혜택을 받은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는다.

전자업계는 우여곡절 끝에 다시 무대에 서는 고 사장이 어떤 모습으로 무슨 메시지를 던질지 주목하고 있다. 그가 과거 신제품 행사 때마다 치밀하게 계산된 쇼맨십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고 사장은 갤럭시S7을 소개하는 도중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와 포옹하며 가상현실(VR)의 비전을 과시했고, 갤럭시노트7을 공개할 때 파란색 재킷과 하늘색 셔츠를 입고 등장해 새 블루 코랄 모델을 강조했다.

지난 1월 갤럭시노트7 발화 원인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미간을 찌푸리는 특유의 표정으로 침통한 심정을 가감 없이 드러내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인공지능 가상비서 빅스비를 갤럭시S8의 차별점으로 내세우는 분위기"라며 "고 사장도 이번 행사에서 빅스비의 특징과 장점을 드러내는 데 주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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