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조작국 지정 시 우리경제 충격은?

다음 달 미국의 환율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우리나라가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주 G20 회의에 참석한 유일호 경제부총리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한 목소리로 우리나라가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는 이주열 총재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나라가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던 것과는 다소 달라진 것이다.

두 경제 수장의 판단에 변화를 준 것은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환율정책의 투명성을 특히 강조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미국은 그동안 우리 외환당국이 시장에 개입해 원.달러 환율 하락을 인위적으로 억제하고 있다는 불신을 표명해 왔다.

우리나라는 지난 1988년에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 적이 있다. 당시 3저(저달러·저유가·저금리) 호황을 누리며 경상수지흑자가 140억 달러를 초과하며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하던 때였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자 원화는 급격하게 절상돼 1987년 원.달러 환율은 연 평균 792.30에서 2년후 679.60원으로 14% 하락한다. 당시만 해도 저가에 의존하던 수출경쟁력은 큰 타격을 입게 돼 1988년 141억달러였던 경상수지흑자는 1989년 3분의1 수준인 50억달러로 줄었다. 이 기간 대미무역도 약 30% 감소했다.

물론 여기에는 원달러 환율 하락 외에 유가와 금리상승까지 겹치며 이른바 우리 경제를 짖누른 3고의 영향이 컸다.

그러나 지금은 설령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돼도 과거처럼 우리 경제에 큰 충격을 주지는 않을 것을 정부와 한국은행은 보고 있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미국 교역촉진법에 의해 1년간 양자협의를 갖는다. 그래도 시정이 되지 않으면 미국은 대외원조 관련 자금지원 금지, 정부 조달계약 금지, IMF협의 시 추가 감시요청 등의 조치를 취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여기에 직접 해당 되는 사항이 별로 없고, 또 규모도 크지 않다.

또 미국의 경기호전과 이에 따른 금리인상으로 달러 강세 요인도 많아 원.달러 환율 하락에도 한계가 있다. 원.달러 환율이 떨어져도 우리의 수출에 미치는 영향도 과거만큼 크지는 않다. 1988년에만 해도 우리 수출은 가격경쟁력에 절대적으로 의존했지만 지금은 가격보다는 기술, 품질의 영향이 훨씬 더 커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무엇보다 사전 노력을 통해 환율조작국 지정을 받지 않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정이 돼도 우리 경제에 미칠 충격은 일부에서 우려하는 만큼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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