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이 다가오니 그날이 생각…" 세월호 진실규명 촉구

유가족 발언에 눈물 …진실 염원하며 노란 풍선 하늘로

2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1차 촛불집회 무대 뒤로 세월호 실제 모습이 담긴 대형 현수막과 노란 애드벌룬이 떠오르고 있다. 황진환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한 주간 쉬었던 시민들이 25일 2주 만에 다시 촛불을 들었다. 세월호 인양이 사실상 성공한 날인 만큼 세월호의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았다.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5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제 21차 범국민 행동의 날'을 열고 박 전 대통령의 구속과 세월호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주최 측 추산 10만 명이 모였다.

◇광장에 울려퍼진 눈물 젖은 목소리

이날은 특히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의 목소리가 광장에 울려퍼졌다. 단원고 학생의 자매, 아버지, 미수습자 학생들의 어머니의 말에 시민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故남지현 학생의 언니 남서현 씨는 "4월이 다가온다"며 운을 뗐다. 남 씨는 "이 날의 밤공기는 4월 16일 팽목항에서 제 뺨을 스치던 그날의 밤공기와 비슷하다"며 "도망치고 싶어지는 하루하루"라고 말했다.

그는 세월호가 올라올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촛불의 힘이라며 감사함을 표했다. 그러나 그동안 비난과 유언비어로 상처를 주고 진상규명을 방해하던 이들의 달라진 태도에는 분노를 표출했다.

남 씨는 "세월호 진상 규명을 방해하던 지난 공범들을 절대 잊지도, 용서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수습자 조은화 양의 어머니 이금희 씨의 이야기는 영상으로 전해졌다. 이 씨는 "마지막 한 명까지 모든 생명을 다 찾겠다는 약속을 믿고 있다"며 "가족 품으로 돌려주겠다는 그 약속 위해 세월호 인양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부탁했다.

故김건우 군의 아버지 김광배 씨는 여기저기 긁힌 선체 사진을 시민들에게 보여주며 "살기 위해 몸부림치며 손끝 하나하나까지 부러진 제 아들 건우에게 너무 미안하다"며 절규했다.

이들의 발언을 듣던 시민들의 표정은 침통했다. 한 시민은 화를 참지 못하고 "박근혜를 구속하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시민들 세월호 분향소도 찾아

2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1차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황진환기자


3년 만에 세월호 선체를 눈으로 본 시민들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분노를 한층 더 드러냈다.

김해에서 집회에 참석한 양희국(21) 씨는 "세월호 그동안 올릴 수 있는 건데 왜 지금까지 안 올리고 숨겨왔나 하는 마음에 광장으로 왔다"며 박 전 대통령 구속을 간절히 원했다.

회사원 이명훈(46) 씨는 "지금까지 진실을 은폐하려 했던 박근혜와 함께 공범들도 줄줄이 구속돼야 한다"며 "이유도 없이 죽어갔던 희생자들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본집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광장 세월호 분향소를 찾는 시민도 많았다. 여든에 가까운 박수님(76) 씨는 이날 아침부터 기도하는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박 씨는 세월호가 인양되는 것을 보고 수없이 울었다고 했다. 그는 "배 꼭대기가 보이기 시작했을 때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단원고 학생들과 동갑인 대학생 장서영(21) 씨는 분향소에서 나오며 "그동안은 살아가야 할 미래가 너무 암담하다고 느껴졌는데, 그래도 남아있는 사람들이 희생자 대신 진실 규명을 잘 해나갈 수 있을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는 마음을 표현했다.

이날 세월호 분향소의 상주는 장애인 학교인 '한빛학교'에 다니는 뇌병변, 지체, 정신 장애인들이었다. 이들은 분향소 양 옆에 자리하고 찾아오는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 진실 염원하는 노란 풍선 하늘로

본집회가 끝난 후에는 소등 퍼포먼스와 함께, 세월호의 진실이 드러나길 바라는 노란 풍선이 하늘로 떠올랐다. 시민들은 "박근혜를 구속하라", "책임자를 처벌하라"로 외치며 함께 노래를 부른 뒤 도심으로 행진했다.

한편 여전히 탄핵에 불복한다며 친박 단체들도 서울시청 앞 대한문에서 '제3차 탄핵무효 국민저항 총궐기 대회'를 열었지만 참가자 수는 눈에 띄게 줄었다.

정미홍 전 KBS 아나운서는 발언대에 올라 세월호에 대한 망발을 이어갔다. 그는 "세월호가 건져지니 광화문 앞에 사람들이 또 기어나와서 축제판을 벌이고 있다"며 "마음 같아서는 불도저를 갖고 가 세월호 텐트를 밀어 없애버리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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