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다음 달 5일 열릴 예정인 정례 회의에서 증권선물위원회가 건의한 대로 상장사와 금융회사, 증선위가 감사인을 지정하는 회사에 대해 1년동안 감사업무를 맡지 못하게 할 경우 일감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금웅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한 사업보고서를 보면 안진회계법인은 2015년 회계감사로 얻은 수입이 전체 3006억 원 중 34%였다. 나머지는 세무 및 경영 자문으로 얻은 수입이다.
따라서 회계감사업무를 예년처럼 따내지 못하더라도 당장 폐업 위기까지 우려되는 상황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당초 금융감독원 감리위원회는 안진에 대해 상장사와 비상장사를 포함해 업무를 정지하는 안을 건의했으나 증선위에서 수위가 낮아졌다.
비상장사에 대한 감사업무는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에 세무 및 경영 자문이 주가 되는 안진회계법인에 대한 제재가 결국 솜방망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는 한 회계사는 "생각보다 강한 제재"라면서 "회계법인의 경우 회계감사 계약을 따내면서 세무상담이나 경영컨설팅으로도 이어지기 때문에 1년간 신규 감사업무 금지는 제재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회계법인으로서의 공신력에 치명상을 입었기 때문에 국제 파트너인 딜트로이트 측이 제휴관계 청산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고 그동안 거래했던 기업들도 점차 떠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이 활동가는 말했다.
국내 회계법인들은 공신력을 높이기 위해 글로벌 회계법인들과 제휴를 하고 있지만 딜트로이트가 결별을 선언하면 안진의 회계감사에 대한 공신력은 더 떨어지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현재 안진회계법인에서 일하고 있는 1000여 명의 회계사들이 삼삼오오 팀을 이뤄 다른 법인을 세우거나 옮겨가면서 거래처를 가져갈 수도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여기다 증선위가 24일 안진에 대해 제재를 결정하면서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외부감사인으로 있으면서 장기간 회사의 분식회계 사실을 묵인, 방조해 감사인으로서의 기본 책무를 저버렸다"고 분명히 적시했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대우조선해양에 돈을 빌려주거나 채권을 사준 투자자들이 안진회계법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에 나설 수도 있다.
실제 2000년 대우그룹 분식회계 사건때 외부감사를 맡았던 산동회계법인을 비롯해 청운 회계법인과 화인경영회계 법인등 과거 분식회계로 업무정지 조치를 받았던 회계법인들은 모두 문을 닫았다.
미국의 경우 분식회계의 결과는 더욱 혹독하다.
2001년 에너지기업 엔론은 1조 7000억 원 규모의 분식회계가 드러나면서 그해 말 결국 파산했다.
이 회사 최고경영자였던 제프리 스킬링은 징역 24년형을 선고받았고 케네스 레이 회장은 중형 선고를 앞두고 심장마비로 교도소에서 사망했다.
또 존 클리퍼드 백스터 전 부회장은 청문회 직전 자살했고, 분식회계를 묵인했던 회계법인 '아더 앤더슨'은 중징계를 받고 폐업했다.
국내에서도 분식회계에 대해서는 엄한 처벌과 사회경제적 댓가를 반드시 치르게 하는 관행이 자리잡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는 만큼 안진회계법인의 행로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