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23일(한국시각) 중국 창사의 허룽 스타디움에서 열린 중국과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6차전에서 0-1로 패했다. 전반 34분 위다바오에 선제골을 내준 뒤 후반 들어 계속해서 공격에 나섰지만 끝내 동점골은 터지지 않았다.
이 경기는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는 한국 축구가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경기였다. 하지만 중국 원정 사상 첫 패배로 마무리되며 ‘슈틸리케호’가 러시아로 가는 길은 더욱 험난해졌다.
최근 마르첼로 리피 감독을 선임해 중국 축구대표팀의 체질 개선에 나선 중국축구협회는 역대 8차례 A매치에서 4승4무로 패하지 않아 ‘중국 축구의 성지(國足福地)’로 불리는 창사에서 한국을 상대로 역사적인 첫 홈 승리를 손에 넣었다.
중국의 믿음은 결국 원했던 승리로 이어졌다. 이 승리는 단순한 1승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이 승리 덕에 중국 축구는 ‘공한증(恐韓症)’에서 더욱 자유로워질 수 있게 됐을 뿐 아니라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사상 두 번째 월드컵 본선 진출의 희망을 살리는 데 성공했다.
사실 중국의 승리는 허룽 스타디움을 찾은 3만여 중국 축구팬의 ‘힘’도 어느 정도 실린 결과다. 90분 내내 중국 선수단을 향해 우렁찬 함성을 쏟아내며 '공한증' 극복을 도왔다.
경기 시작을 한 시간 이상 앞두고 경기장에 모두 들어찬 3만1천여명의 중국 축구팬은 기선제압이라도 하려는 듯 중국의 국기인 ‘오성홍기’를 들고 소리 높여 응원을 시작했다. 특히 경기장 내 두 곳의 대형 전광판에 리피 감독의 사진이 등장할 때 마다 엄청난 함성과 함께 박수를 쏟았다.
이어 경기 전부터 창사 시내 마오쩌둥의 거대 석상 앞에서 촬영한 응원 동영상으로 3만여 중국 축구팬의 흥을 끌어올렸다. 이들은 “우리는 중국! 중국이 이긴다!”는 구호를 외치며 응원을 이어갔다. 전반 34분 중국의 선제골이 터지자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졌고, 선제골 이후 중국 응원단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경기 막판 황희찬이 찬 공이 중국 선수에 맞자 벤치에 있던 중국 선수들이 일제히 튀어나와 몸싸움을 벌이자 일부 관중은 거친 욕설을 뱉어내며 경기장 분위기가 다소 험악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장 배치된 1만명의 공안과 2천명의 무장 경찰이 열광적인 중국 축구팬의 돌발행동을 저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