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최종예선 무대에 접어들자 한국은 날카로움을 상실했다. 철벽을 과시했던 수비진은 자주 흔들렸고 허점을 노출했다. 물론 상대하는 팀의 전력이 상당히 올라간 부분은 존재한다. 하지만 '아시아의 맹주'로 불리는 한국이 두려움에 떨 정도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매 경기 살얼음판 승부를 펼쳤다.
지난해 9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중국과 치른 최종예선 1차전에서 3-0으로 앞서다 후반 중반 이후 2골을 내주며 진땀승을 거뒀다. 5일 뒤 열린 시리아전에서는 0-0 무승부를 기록하는 수모를 겪었다.
살얼음판 승부는 이후에도 계속됐다. 카타르와 치열한 공방전 끝에 3-2로 간신히 이겼다. 이란 원정에서는 무기력한 경기를 펼친 끝에 0-1로 패했다.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2-1 승리를 거두며 분위기를 반전시켰지만 당시 0-1로 끌려가다 후반 막판 구자철의 득점으로 겨우 이긴 경기였다. 2차 예선 때와 달리 완벽한 승리는 단 한 차례도 맛보지 못했다. 5경기를 치르면서 3승을 거뒀지만 모두 1점차로 아슬아슬하게 이겼다.
한국의 이러한 경기력은 결국 중국 원정에서 밑바닥을 드러냈다.
한국은 23일(한국시각) 중국 창사의 허룽스타디움에서 열린 중국과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A조 6차전에서 0-1로 패했다.
실점은 코너킥 상황에서 나왔다. 한국은 중국의 세트 플레이를 막기 위해 패널티박 스안에 많은 선수가 자리하고 있었지만 위다바오의 움직임을 파악하지 못했다.
위다바오는 골키퍼 권순태 앞에 있다가 키커가 찰 준비를 마치고 움직이자 재빨리 앞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국 수비진은 그냥 멍하니 지켜보는 게 고작이었다. 원하는 위치에 자리 잡은 위다바오는 머리로 공의 흐름을 바꿔놔 한국의 골망을 흔들었다.
공격 역시 중국을 위협하지 못했다. 후방 수비지역부터 중국 진영으로 넘어오는 공격 전개는 좋았다. 하지만 마무리 과정이 매끄럽게 연결되지 못했다. 몇 차례 날카로운 중거릴 슛을 날리긴 했지만 굳게 닫힌 중국의 골문을 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국은 패했지만 다행히도 조 2위(3승1무2패 승점10)자리를 유지했다. 이날 시리아와 경기를 치른 우즈베키스탄이 0-1로 패하는 바람에 승점 추가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우즈베키스탄은 3승3패 승점 9점으로 3위를 유지했다. 여유롭게 월드컵에 나가던 한국은 이제 옛말이 됐다. 다른 나라의 경기까지 신경을 써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이제 한국에 남은 최종예선은 4경기다. 당장 28일 안방에서 시리아와 일전을 치른다. 승리는 장담할 수 없다. 앞선 맞대결 때와 마찬가지로 무승부를 거둘 수도 있다. 만약 패한다면 월드컵 본선행은 정말 힘들어진다. 더이상의 살얼음판 승부는 없어야 하는 한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