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반잠수식 선박으로 옮겨져 목포신항 철재부두에 안치되면 3년을 끌어왔던 선체 인양 과정은 모두 끝나게 된다. 해수부는 4월 5일을 전후해서 철재부두에 거치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는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이때부터 사고 원인을 둘러싼 진실공방이 다시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먼저, 세월호 선체 절단을 둘러싸고 유가족 측과 정부 간 치열한 찬반 논란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 사고원인 규명을 위한 '선체조사위원회' 운영을 놓고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육상에 거치된 세월호 선체는 곧바로 세척과 방역 과정을 거쳐 미수습자 수습과 유품정리 작업이 진행된다. 또한, 기계적 사고원인 규명을 위한 선체조사가 이뤄진다.
문제는 3년 동안 바닷물 속에 잠겨 있던 선체 내부가 화물과 장비, 유품 등으로 뒤엉켜 있는데다 옆으로 누운 상태여서 수습과 조사활동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해수부는 지난해 8월 29일 발표를 통해, 세월호가 눕혀진 상태에서 갑판과 화물칸을 절단해 분리한 뒤 객실 구역만 바로 세워서 작업하는 '객실 직립방식'으로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해수부 관계자는 "이 방식이 미수습자 수습에 60일 가량 소요돼 가장 신속하고 안전하다"며 "객실 분리 과정에서 화물칸 상단이 절단되지만, 이 부분이 외벽이고 사고 당시 이미 대부분 영상으로 공개된 부분이기 때문에 작업 전에 준비를 철저히 한다면 사고 원인 조사 등에 영향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선체 절단 없이 처음 육상에 거치되는 순간부터 선체를 바로 세우는 '육상 직립방식'도 논의됐으나, 수습에 최소 150일 정도가 소요되고 국내 최대 규모 장비(1만톤급 해상크레인)를 동원해야 된다는 이유로 제외됐다.
또한, 눕혀진 선체의 외벽을 뚫고 들어가 수습하는 '수직 진입방식'이 유가족들에 의해 제시됐지만 해수부는 작업자 진입이나 화물 반출을 위해 선체 곳곳에 구멍을 내고 수직으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안전에 문제가 있고, 미수습자 수습에도 120일가량이 소요된다며 거부했다.
해수부는 이런 조사방식을 발표하기 전에 이미 지난해 6월 객실 직립방식을 제안한 '코리아 샐비지'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 유가족들 "세월호 선체 절단 절대 안된다"
하지만, 세월호 피해자 유가족들과 미수습자 가족들은 해수부가 결정한 선체 절단방식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앞으로 진통이 예상된다.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김형욱 전 조사관은 "세월호의 사고원인을 밝히기 위해서는 조타실의 여러 기기들이 정상적으로 작동했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하고 전기배선과 CCTV, 기관실도 정밀하게 조사해야 한다"며 "선체를 절단하면 이런 조사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김 전 조사관은 또, "현재 미수습자들이 객실에만 있다고 확신할 수 없다"며 "선체 화물이 한쪽에 몰려 있는 상황에서 절단할 경우 미수습자들을 온전하게 수습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특히, "대법원도 기계적 사고원인을 밝혀야 한다고 판결했는데, (해수부가) 사고원인을 규명하려는 의지가 부족해 보인다"며 "더구나 앞으로 구성될 선체조사위원회가 조사 권한이 있는데 해수부가 절단하겠다고 하는 것은 분명한 위법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4.16가족협의회 관계자는 "선체 절단 방식에 분명하게 반대한다"며 "정부는 선체조사에 반드시 유가족들을 참여시키고, 필요한 정보도 제공하는 올바른 방향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21일 '세월호선체조사위원회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이 시행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선체조사위원회가 구성돼 활동에 들어가게 된다.
선체조사위원회는 국회가 선출하는 5명과 희생자가족 대표가 선출하는 3명 등 8명으로 구성되며, 선체에 대한 조사와 선체 인양 지도 및 점검, 미수습자 수습, 유류품·유실물 수습과정 점검, 선체 처리에 관한 의견표명 등의 업무를 맡게 된다.
하지만 선체조사위원회는 활동기간이 조사 개시일로부터 6개월 이내, 여기에 4개월 이내 범위에서 한 차례 연장할 수 있어 최장 10개월 동안 운영되는 한시기구이다.
이는 지난 2015년 1월1일 설치돼 2016년 9월말까지 운영된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보다 활동기간이 짧아 제대로 된 선체조사가 진행될지 의문을 제기하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형욱 전 조사관은 "선조위 법을 보면 특조위 법과 권한의 차이가 있다"며 "특조위는 사고 원인과 안전사회 건설 방안, 미수습자 지원 등을 총괄하는 조직이지만, 선조위는 말 그대로 선체결함과 향후 선체 보존 등으로 한정돼 있다"고 전했다.
이는 다음 주쯤 구성될 것으로 보이는 선조위가 활동 범위와 역할 등이 여야 합의에 따라 법으로 정해져 있지만 실제 운영 과정에서 세월호 사고원인 규명을 확정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분석이다.
김 전 조사관은 "선조위는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한 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며 "앞으로 구성될 2기 특조위의 디딤돌 역할은 충분히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벌써부터 '2기 특별조사위원회' 구성 논의
그렇다면 제1기 특조위가 기한 연장 논란 끝에 해체된 상황에서 제2기 특조위는 과연 구성될 수 있을까?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안' 이른바 '2기 특조위법'을 발의해 국회 환노위 소위를 통과했지만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이 반대해 본회의 통과가 무산됐다.
하지만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330일의 숙려기간이 지나면 국회 본회의 상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오는 11월에 제정될 가능성이 크다.
김 전 조사관은 "2기 특조위법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사건과 세월호 참사를 동시에 조사하는 것으로 국가가 국민들을 지켜주지 못한 것이기 때문에 정확한 사고원인을 짚고 가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정치권이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문제"라며 "선조위 뿐만 아니라 2기 특조위도 정치적 찬반논리 보다는 합의를 통해 안전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단초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 참여했던 권영빈 변호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없으니까 선조위가 제대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세월호 참사의 책임과 원인은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