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왼손잡이다. 그런데 학교에선 뭘 하든 오른손을 쓰라고 가르쳤다. 그럼에도 항상 본능적으로 나오는 건 왼손이었다. 힙합도 그렇다. 나의 가장 밑, 뿌리로 들어갔을 때 보이는 건 결국 힙합이다."
"얼마 전 양재에서 잠실로 이사를 했다. 친동생 마이크로닷과 같이 사는데, 지금은 어느 정도 짐 정리가 됐다. 간간이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다. 얼마 전 '고등래퍼'에서 단체 심사위원으로 출연했고, '한밤'에선 리포터로 활동 중이다."
-빈지노가 당신을 지목했다.
"빈지노는 오래전부터 관심을 두고 지켜본 래퍼다. 데뷔 때부터 랩도 잘하고 스타일도 좋은 훈남 래퍼로 유명했으니까. 개인적인 친분을 쌓은 지는 얼마 안 됐다."
--그와 친분을 쌓은 계기는.
"한두 달 전에 주한 뉴질랜드 대사관에서 뉴질랜드 유학파 출신들이 모여 식사하는 자리가 있었다. 그때 초대된 게 저와 마이크로닷, 빈지노, 그리고 골프선수 리디아 고였다. 그날 빈지노와 말을 트고 연락처를 주고받았다."
-빈진노와 신곡 '5분만 더'를 함께 불렀다.
"빈지노에게 데모곡을 들려주고 랩 피처링을 부탁했는데 '너무 좋다'며 함께하고 싶다고 했다. 사실 더 빨리 신곡을 발표할 수 있었는데, 빈지노가 스케줄이 워낙 많아서 바쁘더라. 그래서 겨울과 어울리는 노래를 봄에 내게 된 거다. 그래도 덕분에 듣기 좋은 곡이 나왔다는 생각이다. 빈지노에게 녹음 본을 받기가 그렇게 힘들다고 하던데 난 감사한 케이스다."
-본격적으로 산체스 이야기를 해보자. 힙합에 빠진 계기는.
"1998년도쯤 뉴질랜드로 이민을 갔다. 그때 뉴질랜드는 힙합이 대세였다. 차트 20권 안에 3분의 2가 힙합 음악이었을 정도니까. 쿨리오 '갱스터스 패러다이스', 투팍 '체인지스' 등을 자주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힙합 문화에 자연스럽게 빠졌다. 마침 힙합 앨범을 굉장히 많이 보유하고 있는 'CD 부자' 친구가 있어서 더 빠졌고. 그 친구와 저, 그리고 저의 친형이 같이 랩 가사를 직접 쓰고 싸구려 마이크로 가 녹음하고 그랬던 게 시작이 아닌가 싶다."
-영향을 받은 뮤지션이 있다면.
"드렁큰 타이거, 씨비매스 형들에게 영향을 많이 받았다. 해외 뮤지션 중에선 나스, 우탱클랜의 음악을 좋아했다."
-한국으로 돌아와 데뷔를 준비하게 된 계기는.
"뉴질랜드에서 지낼 때 간간이 한인들을 위한 콘서트에서 공연을 하곤 했다. 한 번은 주최 측에서 다이나믹듀오 형들을 초빙했는데, 그때 함께 온 매니저 형에게 제의를 받았다. 저와 마이크로닷, 그리고 친형까지 3형제가 같이 힙합 그룹을 하면 대박날 거라고 하면서. (웃음). 그래서 연습생 계약을 맺고 데뷔를 준비하게 됐다."
-정작 그 회사에선 데뷔를 못 했다.
"마이크로닷은 도끼와 함께 올블랙으로 데뷔했다. 저와 형은 다이나믹듀오와 TBNY를 잇는 힙합 듀오로 앨범을 낼 예정이었는데 아쉽게 무산됐다. 결국 다시 뉴질랜드로 돌아가서 법 공부를 했다. 그런데 미련이 남아 2008년인가 2009년쯤 무작정 다시 한국으로 왔다. 당시 다이나믹듀오 매니저였던 LJ형에게 부탁해서 모 회사에 들어갔지만, 또 데뷔를 못 했었다."
-결국엔 3인조 그룹 팬텀(키겐, 한해, 산체스) 멤버로 데뷔했다.
"또 한 번 데뷔가 무산됐을 시점에 키겐 형의 소개로 라이머 형을 만났다. 내가 랩도 하고 노래도 할 수 있다는 점을 좋게 봐주시더라. 덕분에 브랜뉴뮤직에 들어가 팬텀으로 데뷔하게 됐다."
-팬텀에서 랩이 아닌 보컬을 담당하게 된 이유는.
"원래 팬텀은 힙합적인 느낌이 굉장히 강한 팀이었다. 멤버 세 명이 다 랩을 하고 보컬 필요할 경우 다른 보컬리스트에게 피처링을 부탁하려고 했을 정도다. 그런데 제가 보컬을 맡고 나머지 두 명이 랩을 한 데뷔곡인 '얼굴 뚫어지겠다'에 대한 반응이 생각보다 너무 좋은 거다. 자연스럽게 반응이 좋은 조합으로 계속 곡을 발표하게 됐고, 팀에서 보컬을 담당하는 멤버가 됐다. 이후 보컬 피처링으로 참여한 다른 래퍼들의 곡이 또 잘 돼서 '감성 보컬리스트' 이미지가 완전히 굳어졌고."
"아쉬움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팬텀 활동을 하면서 랩을 충분히 할 수 없었고, 한동안 딜레마에 빠지기도 했다. 사실 팬텀 앨범 수록곡에 랩을 한 적이 있긴 한데, 아직도 그게 나인 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하하."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쇼미더머니5'에 나간건가.
"그게 셌다. 래퍼 이미지가 한방에 만들어졌다. '쇼미더머니5'를 통해 저를 처음 알게 된 사람들은 보컬이 아닌 래퍼로 봐주더라. 물론, 탈락할 때 잡음이 있지도 했지만. 또 나갈 생각이 있냐고? 심적으로 여유로운 프로그램이 아니라서 잘 모르겠다."
-인터뷰를 통해 산체스 랩의 특징을 소개하자면.
"보컬과 느낌이 완전 반대다. 보컬은 감성적이고 소프트한 스타일인데, 랩은 세고 직설적인 편이다. 노래할 때와 랩할 때의 목소리가 완전히 다르다는 점도 재밌고. 파스나커(FASSNAKUH)라는 랩 네임도 따로 있다."
-솔로 앨범 욕심도 크겠다.
"버킷리스트 중 하나다. 랩 위주의 앨범을 한 번 만들어서 산체스에게 다른 면도 있다는 걸 제대로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도 있다. 궁극적인 목표는 랩과 보컬을 다 잘 하는 멀티 플레이어가 되는 거다. 어릴 때는 랩으로 최고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지금은 듣기 좋은 음악을 만드는 게 목표다."
-예능 욕심도 있는 건가.
"욕심이 있다기보다는 기회가 있으면 나가보려고 하는 편이다. 원래 수다 떠는 걸 좋아하고 유쾌한 편이라 거부감은 없다. 재밌고 즐겁게 사는 게 목표다."
-그러고 보니 팬텀 활동이 뜸하다.
"3명의 밸런스를 맞추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로 인한 고충이 조금 있었고, 약간 침체기인 게 사실이다. 지금은 각자 하고 싶었던 음악에 집중하고 있다. 워낙 프로젝트성 그룹이었던 만큼, 각자 활동하다가 다시 뭉치고 싶을 때 자연스럽게 함께 작업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기억에 남는 음악 작업 3가지를 꼽자면.
"첫 번째는 버벌진트 형과 소품집 '여자'를 함께 작업한 것이다. 그때 형에게 멜로디 라인 표현법이나 가사 작법 등 많은 걸 배웠다.
다음으로 팬텀 멤버들과의 음악 작업. 한해와 키겐 형 모두 자기 색깔이 뚜렷하다. 그들과 함께 작업하면서 음악적으로 한 층 더 발전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쇼미더머니5'. 서바이벌에 참가한 것으로 계기로 일시정지 하고 있던 랩을 다시 시작했다. 하루에 하나씩 랩 가사를 쓰고 외우는 게 힘들었지만 보람이 있었다."
-현 시점에서 꿈과 목표는.
"솔로 뮤지션으로서는 아직 신인이라는 생각이다. 본격적으로 랩을 보여준 건 1년도 채 안 됐으니까. 앞으로 멀티 플레이어로서 입지를 더 단단히 다지고 싶다. 단순히 감미로운 보컬만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겠다."
-언제쯤 목표에 가까워질까.
"분량적으로 따지면 솔로로서 정규 앨범 두 장 정도는 내야하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부지런하게 작업해야겠지. 조급해하지 않고 천천히 발전해나가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
-산체스에게 힙합이란,
"내 왼손 같은 존재다. 난 원래 왼손잡이인데, 학교에서 뭘 하든 오른손으로 하라고 가르쳤다. 그럼에도 뭘 하든 본능적으로 나오는 건 왼손이었다. 힙합도 그렇다. 나의 가장 밑, 뿌리로 들어갔을 때 보이는 건 결국 힙합이다."
-팬들에게 한마디
"오랫동안 지지해준 팬들에게 많은 곡들 들려드리고 싶다. 랩 앨범도 시원하게 낼 계획이니 기대 많이 해주셨으면 한다. 또, 앞으로도 멀티플레이어를 꿈꾸는 저의 행보를 긍정적으로 바라봐주셨으면 좋겠다."
-산체스가 지목할 다음 래퍼는.
"마이크로닷을 지목하겠다. 아무래도 친동생이니 자연스럽게 흐름이 이어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