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정부 출연연 등 일부 공공기관에서 내부 출신 인사가 기관장에 선임되거나 기존 기관장이 연임에 성공하는 등 낙하산 논란을 벗어난 이례적(?) 인사가 이어지고 있어 눈길이다.
최순실 사태와 대통령 탄핵, 조기 대선 등 혼란스런 정국에서의 '어쩔 수 없는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대체적인 시각 속에 불필요한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상급 기관의 의도라거나 혹은 새로운 정권의 공공기관 개혁 파고에서 비껴가기 위한 의도라는 의견 등이 분분하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는 16일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장에 하재주 박사를, 한국기계연구원 원장에 박천홍 박사를 각각 선임했다.
신임 하재주 원장은 92년 원자력연구원에 입사한 뒤 원자력안전연구본부장 등을 역임하며 현재는 경제협력개발기구 원자력기구(OECD/NEA) 원자력개발국장을 맡고 있는 연구원 내부 출신 인사.
박천홍 원장은 85년 기계연구원에 입사한 뒤 현재 부원장으로 재직 중인 역시 연구원 내부 출신 인사다.
앞서 지난달 한국표준과학연구원까지 올 들어 진행된 출연연 기관장 인사는 모두 내부 출신들이 차지한 셈이다.
15일 취임한 KAIST 신성철 총장 역시 46년 만의 첫 동문 총장이자 내부 교수 출신이며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이병권 원장은 이달 초 연구원에서는 처음으로 연임에 성공했다.
과학계 뿐 아니라 공기업인 한국철도시설공단 역시 강영일 이사장이 최근 2003년 출범 후 처음으로 연임에 성공했고, 지난해 선임된 K-water 이학수 사장은 11년 만의 내부 출신 사장이다.
그 동안 '낙하산 논란'이 거듭됐던 과학계와 공기업 안팎에서는 이 같은 인사에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 등 혼란스런 정국에서 불필요한 논란을 최소화해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의도 아니냐는 것과 정권 교체기를 맞아 튀지 않기 위한 몸 사리기라는 분석이다.
과학계 한 인사는 "새로운 정권은 공공기관의 개혁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은데, 5월에 들어서는 차기 정부의 개혁 물결을 비껴가기 위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며 "이 같은 인사 흐름이 오래 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내부 인사의 기관장 선임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기도 했다.
공공연구노조 조용국 정책국장은 "내부 출신 인사의 기관장 선임에도 장단점이 있다"며 "조직 사정을 잘 알고 전문성을 갖춘 인물이라는 점에서 불필요한 논란이나 시간을 허비하지 않을 수는 있겠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한데 내부 출신이라고 해서 시스템 개선이 꼭 유리한 것만은 아니"라고 말했다.